카가와 맨유행 임박, 박지성이 걱정된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6. 2.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도르트문트의 카가와 신지의 맨유행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1800만 유로에 이르는 이적제의를 거절했던 도르트문트는 2200만유로의 맨유의 새로운 제의에 합의를 했고, 이는 BBC나 스카이스포츠와 같은 영국의 가장 공신력있는 언론매체에 보도가 되었습니다. 이 소식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긴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상태로라면 카가와는 맨유선수가 될 가능성이 90퍼센트 이상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우리나라팬들에게는 어딘가 꺼림칙한 영입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단순하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은 언제나 박지성선수가 있었던 자리였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축구를 말할 때 항상 우리가 자부심을 느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곳이 이제는 우리나라팬들의 자부심이 아니라, 일본과 나눠가져야 하는 자부심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이 나쁜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것입니다. 제 주변에도 카가와가 잘하는 건 알겠는데 맨유는 오지 말았으면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고 심지어 카가와로 인해 맨유팬을 그만두겠다는 분들도 여럿보았으니 말이죠.

이러한 보이지 않는 양국간의 자존심대결은 언론에게는 크나큰 호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나 조회수를 보장하던 박지성선수의 기사에 이제 일본인 카가와를 같이 언급을 하게 되었으니 이제 매 경기마다 카가와 선발-박지성 교체명단과 같이 두 선수를 비교하는 기사로 클릭수를 더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사실입니다. 카가와의 영입이 박지성에게 미치는 영향,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경기를 시청할 때도 우리는 박지성과 카가와를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양국 축구팬들의 자존심싸움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지요. 7년전 박지성과 그를 비교하고 싶은 우리나라 팬들과, 현재의 카가와와 박지성을 비교하고 싶은 일본의 팬들일 것입니다. 카가와의 영입으로 인해 맨유의 전술은 어느정도 변모할 것이고, 그 전술에서 박지성선수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박지성 선수는 올시즌보다 더 저조한 활약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박지성선수는 다음시즌 40%이상의 경기를 출장할 경우 맨유와 자동 계약연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다음 시즌을 끝으로 맨유와 결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공격진에서 한명의 경쟁자가 늘어났고, 그렇게 되면 박지성선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당히 기분나쁜 기사들이 벌써 난무하고 있습니다. 카가와의 영입이 박지성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고, 맨유와 결별 임박이라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제가 조사해본 결과 지난 한달간 카가와에 대한 기사가 우리나라에서 64개가 나왔는데, 그 중 박지성선수가 언급된 기사가 절반에 해당되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박지성선수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었고, 더러는 박지성선수가 롤모델이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보나마나 카가와가 맨유이적이 확정된다면, 이보다 더한 기사들도 나올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지난 7년간 박지성 위기설을 조장하는 기사들을 수도없이 봐왔고 맨유시절 초반에는 이런 기사에 노심초사했습니다만, 이제서야 팬들은 또 기사로 조회수늘리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이제 카가와가 오게되어 팬들의 심적인 초조함이 가중되었을 때, 다시한번 이 카가와와 박지성의 역학관계에 대한 글이 나올 것입니다. 카가와가 박지성을 밀어냈다. 혹은, 카가와가 박지성보다 낫다 못하다라는 글들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안봐도 뻔합니다.

분명 공격옵션이 하나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카가와와 박지성의 포지션은 다릅니다. 퍼거슨감독은 카가와를 데려오면서 쳐진 스트라이커로 기용을 하기위해 데려왔다는 말을 했습니다. 쳐진 스트라이커, 박지성이 맨유에서 한번도 뛰어보지 않은 포지션입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퍼거슨의 4-4-2의 쳐진 스트라이커는 그 위치도 역할도 다릅니다. 그를 데려오면서 오히려 더 타격을 입는 것은 웰백이나 치차리토가 될 것입니다. 물론 로테이션 체제를 가동하겠지만, 이렇게 된다면 루니를 센터포워드로 카가와를 아래에 내려서 공격을 이끌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그 대체자가 없어 늘 선발풀타임을 뛰어야 했던 루니의 대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체자가 그를 말그대로 대체하겠다는 말은 아니고, 그가 부상이거나 혹은 체력적인 안배가 필요할 경우 카가와가 쳐진 스트라이커를, 그리고 웰백과 치차리토가 센터포워드의 자리에 나설수 있습니다. 박지성이 뛰어야 할 윙어진에서는 그리 빛나는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아닙니다. 거기에 이미 4명이나 윙어가 있는데 또 거액을 들여 한 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맨유에게는 낭비가 되겠죠.

다음 시즌, 박지성선수가 지난 시즌의 부진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별개의 것입니다. 다음 시즌에도 어느정도의 기회는 주어지겠죠. 박지성 선수에게도 분명히 기회가 있습니다. 10-11시즌 마이클 오웬은 시즌 막판의 활약으로도 11-12시즌 재계약에 성공한 기억이 있죠. 아직 31세, 충분한 기량을 갖고 있는 그입니다. 

시즌 막판 맨시티전에서의 부진이 박지성의 미래를 의미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박지성이 왜 맨시티전에 출전했는지를 반문하고 싶습니다. 두달동안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그것도 결승전과 마찬가지인 경기에서 말입니다. 애쉴리 영과 발렌시아를 벤치에 앉히고 박지성을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퍼거슨의 신뢰가 없이 박지성이 그 경기에 나올 수 있었을까요? 박지성이 상대한 선수들은 비단 영, 발렌시아가 아닙니다. 긱스와 호날두, 테베즈와 베르바토프가 모두 있던 시기에도 박지성 선수는 꿋꿋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박지성을 방출할 것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기사는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맨유 디렉터를 통해 말도 안된다라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죠. 위기설과 방출설은 국내에서 만들고 그에 대한 위로는 외신을 통해 들어야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원하지 않는다면 박지성이 다음 시즌 맨유를 나갈 가능성은 없고, 중요한 것은 박지성선수는 무조건 맨유에 잔류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목에서 언급한 걱정되는 점은 박지성과 카가와를 비교하는 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무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카가와는 세계적인 선수입니다. 맨유로 온다면 크게 중용을 받겠죠. 박지성도 그런 날들을 거쳐 현재 로테이션자원으로 내려왔습니다. 31세의 베테랑과 24세의 신예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의미가 있다손 치더라도, 박지성이 맨유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이 카가와 때문은 절대로 아닙니다. 카가와에 의해 전술이 변화가 될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술에 박지성이 적응을 하지 못해 기회를 받지 못할 수는 있어도, 카가와가 그의 자리를 가져간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같은 동양인이라고, 그것도 일본 사람이라고 경쟁심과 자존심싸움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카가와의 경기를 제대로 보지도 않은 듯한 기자들이 그에게 밀려 맨유를 떠날 것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기사를 벌써부터 써내려가고 있는 통에, 시즌이 시작하면 얼마나 더 난리를 칠까라는 걱정이 밀려옵니다. 제발, 위기설을 만들기보다는 객관적인 기사를 내보내주기를 기대합니다. 뭐 기대해도 될일은 아니겠지만, 저는 그저 박지성선수를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카가와는 카가와 박지성은 박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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