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임대연장, 아쉽지만 현명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6. 5. 08:0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박지성선수가 주전경쟁에서 밀리고, 이청용선수가 부상을 당하고, 박주영선수가 매경기 벤치에도 앉지 못하면서 올시즌은 유난히 우리나라의 유럽파선수들의 수난시대가 이어졌습니다.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매주 이청용과 박지성을 보러 시선이 집중되었던 EPL무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넘어가게 되었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올 시즌 단연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구자철 선수였습니다.

구자철선수역시도 올시즌 우리나라 유럽파의 수난시대에 동참을 했었습니다. 볼프스부르크에서의 시즌 초반, 이유없이 마가트 감독이 그를 제외하기 시작했고, 여름이적시장이 끝나기 전에는 함부르크의 임대제의를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써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거기에 9월이후 구자철을 선발출장시키긴 했지만, 그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포지션에서 시험을 하거나 혹은 풀타임으로 컨디션을 유지할 기회도 주지않고 들쑥날쑥하게 투입을 했습니다. 구자철의 폼은 떨어져만 갔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제대로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팀내선수와 싸우는 영상이 나돌면서 그의 시련은 나아지기는 커녕 더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임대가 그의 독일생활을 바꾸어놓았습니다. 독일내의 강등위기에 놓여있는 아우구스부르크로의 임대, 구자철선수는 올시즌 유럽파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반시즌이 안되는 경기출장에도 구자철선수는 5골을 기록하며 공격형 미드필더부문 6위에 랭크가 되었고 강등위기에 놓여있던 아우구스부르크를 분데스리가에 잔류를 시키며 아우구스부르크의 영웅으로, 임대의 전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구자철선수는 분데스리가 후반기의 명실상부한 핫이슈로 떠올랐고, 당연히 그의 활약에 많은 팀들이 그를 관심있게 지켜보게되었죠. 그를 원하는 팀들은 올시즌 독일 챔피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챔스리그 진출팀인 묀헨 글라스바흐, 손흥민이 뛰고 있는 함부르크SV와 같은 팀이었고, 볼프스부르크도 그를 잔류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EPL의 한두구단도 구자철을 모니터링한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었죠.

내심 강한 팀으로의 도전을 바랬습니다. 카가와 신지가 떠날 보르시아 도르트문트에서 그의 자리를 꿰차면서 새로운 동력이 되는 그림도 그려보았고, 챔피언스리그를 뛰면서 세계적인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가능성이 있었고, 많은 가능성가운데 가장 좋은 카드를 신중히 선택해주기를 바랬죠.

애초부터 가장 좋지 못한 선택은 볼프스부르크에 잔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가트감독하에서 좋지 못한 대우를 받으며 좋지않은 기억을 늘려가는 대신, 다른 팀에서 주전자리를 꿰차며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좋지 않은 카드는 아우부스부르크에 다시한번 임대되는 것이었는데, 일단은 구자철이 그 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고 생각을 했고, 두번째로는 후루카이감독과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모두 임대복귀를 하는바람에 구자철이 뛰는 아우구스부르크가 그 아우구스부르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덕분이었죠.

그리고 어제, 구자철선수의 행선지가 아우구스부르크로 결정이 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다음시즌 1년전체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뛰면서, 구자철은 다시한번 그를 반기는 팬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더 좋은 기회가 많고, 다른 팀에서 더 좋은 선수들과 더 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구자철 선수는 더 이상 얻을게 없을 것으로 보이는 아우구스부르크로 임대를 한다는 것은 참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고 좀 더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니, 구자철의 결정이 현명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감독도 떠나고 지난 시즌 주축을 이뤘던 임대선수들이 떠난 상황에서 사실상 에이스였던 구자철이 아우구스부르크에 남는다면 새로오는 감독도 당연히 구자철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구자철은 작년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주전기회를 보장받으며, 팀의 중심으로 남아 그에게 더 잘 맞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전기회이기에 주전기회가 절대적으로 보장된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싶다는 마음이 드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구자철 선수는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고, 본인이 선택을 했습니다. 그만큼 아우구스부르크에서의 경험이 소중했고, 다음 시즌을 한 번 더 보내기에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했겠지요. 바로 빅클럽에 이적을 해서 다시한번 주전경쟁을 하기에는 아직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가 주전기회를 부여받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 단 반시즌밖에 없다는 것을 본다면 말이죠. 하지만 다음 시즌 한 시즌의 경험으로 더 내공을 쌓은 후 더 큰 클럽으로 이적을 한다면 비단 내년시즌이 아니라 더 긴 축구 인생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 시즌은 아쉽겠지만, 그의 축구인생 전체를 놓고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자철선수의 기량이 만개해 내년 이맘쯤 빅클럽과의 연결에 대한 포스팅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명한 선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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