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vs이탈리아, 전술과 전술의 90분혈투

Posted by Soccerplus
2012. 6. 11. 08:00 축구이야기


방금 전, 유로2012 조별예선의 또 하나의 빅게임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기가 끝났습니다. 두 팀간의 대결은 상당히 관심을 모을만한 요소가 많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같은 조의 다른 팀들보다 전력이 강한 팀인 두 팀의 대결은, 앞으로의 조별예선 진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고, 8강전에서 강팀을 피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세계최고의 미드필더진을 이용한 파상공세를 펼치는 스페인과, 세계최고의 수비진을 보유한 카테나치오군단의 대결이었습니다. 거기에 2006년 월드컵우승팀과 2010년 월드컵우승팀의 대결이라는 의미도 있었고, 공교롭게도 2002년 우리나라에게 패한 두 팀이기도 하죠.

세계 최고 수준의 팀들이 모두 모인 유로 대회는 늘 새로운 전술의 각축장으로도 유명합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두 팀이 파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오면서, 경기를 더욱 더 흥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스페인은 최근 바르셀로나를 주축으로 몇몇팀들이 사용하는 폴스나인(false9)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제로톱전술의 한 방법이기도 하는데, 스트라이커 자리의 선수가 스트라이커 위치에 있지 않고 아래로 내려와서 프리롤 역할을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이죠. 스트라이커의 대표적 번호인 등번호 9번이지만 그 9번이 9번의 전통적역할을 하지 않는데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스페인은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다비드 실바, 사비 알론소등 자신이 자랑하는 미드필더라인을 모두 선발로 내세웠고, 파브레가스를 이 9번의 위치에 배치를 하면서 자신들의 미드필더의 강점을 통해 상대를 힘으로 누르려는 전술을 들고 나왔죠.

이에 맞선 이태리의 전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수비라인의 기본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포백라인을 버리고 쓰리백을 세웠습니다. 중앙 미드필더 출신인 다니엘레 데 로시를 스위퍼로 내리고, 좌우에 키엘리니와 보누치를 스토퍼로 세웠습니다. 미드필더에 5명을 배치하면서 스페인을 완전히 틀어막고, 피를로와 데 로시의 질좋은 패스로 공격을 하자는 전술이었습니다.

전반전 초반부터 이태리의 강한 프레싱은 스페인을 당황케 만들었습니다. 중앙에 있었던 5명의 선수들은 유기적으로 수비조직을 이루면서 사비와 사비알론소, 부스케츠가 이끄는 스페인의 중앙을 무력화시켰고, 오히려 좌우의 마지오와 지안케리니에게 롱패스를 주면서 빈공간을 노렸습니다. 이 두 선수가 상대방 풀백인 알바와 아르벨로아보다 우위를 점하면서 두 풀백의 오버래핑을 막았고, 피를로의 농익은 조율능력은 이태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전반 20분까지 50:50의 점유율, 전반끝까지도 55:45정도의 점유율만을 내어주면서 선전을 펼쳤습니다.

쓰리백을 들고나온 이태리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던 스페인의 활력소는 이니에스타였습니다. 좌측면 공격수로 배치된 이니에스타는 특유의 개인기로 경기의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이니에스타가 살아나면서 사비와의 패스웍도 살아났고, 파브레가스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전에는 스페인의 찬스보다는 이태리의 찬스가 더욱 더 기억에 남았고, 스페인은 생각보다 고전을 했습니다. 

그리고 후반이 시작하고 이태리는 스페인이라는 거함을 무너뜨릴 큰 기회를 잡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였던 피를로가 멋진드리블로 한명을 제친뒤 발로텔리와 교체된 디 나탈레에게 환상적인 킬패스를 내어주었고 디 나탈레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한 것이었죠. 후반전 체력저하로 열세가 예상되었던 이탈리아는 오히려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프란델리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가만히 있을 스페인이 아니었죠. 골을 기록한 후 다소간 긴장감이 풀린 이태리의 수비진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단 3분뒤,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실바가 좋은 찬스를 만들었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파브레가스가 부폰을 뚫었습니다. 1:1, 두 팀이 다시한번 균형을 이루는 순간이었죠.

어렵게 얻어낸 골 이후 단 3분만에 실점을 하면서 이태리는 체력적인 저하를 보였습니다. 전반부터 상대의 패스를 무력화시키기위해 상당히 운동량이 많았던 미드필더진의 다리가 묶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델 보스케감독은 이를 놓치지 않고 헤수스 나바스와 페르난도 토레스를 투입시키면서 이 경기를 가져가기 위한 전술변화를 감행했습니다.

이후 경기는 짧은 패스의 스페인과 전방 롱패스에 의한 이태리의 반격으로 이뤄졌습니다. 두 팀의 역사적인 축구스타일을 대변하는 경기였죠. 스페인이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습니다만 토레스가 두번의 찬스를 놓쳤고, 이태리도 디 나탈레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면서 경기는 1:1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태리는 너무 쉽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잡은 대어를 놓쳤습니다만 전체적인 경기력이 좋았고, 스페인도 점점 선수들의 발이 맞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강호임을 입증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보여지는 디 나탈레의 미소에서 이탈리아는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최강 스페인은 상당히 아쉬운 경기결과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태리의 전술적인 선택이 너무나도 좋았고, 스페인은 다비드 비야의 공백이 상당히 커보였습니다. 이태리에 발로텔리가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경기는 좀 더 즐거운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까지 펼쳐진 유로2012 6경기중에 단연 최고의 경기를 본듯한 만족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월요일새벽을 설친 보람이 있는 경기였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한판이 될 것같습니다. 지난 월드컵과 유로2008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이태리의 부활과, 최강 스페인의 탄탄대로가 계속될지, 앞으로 남은 경기가 더욱 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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