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김보경으로부터 2002년 박지성을 추억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6. 13. 08:00 해외파 이야기/다른 선수들

 

어제 열렸던 레바논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우리나라는 깔끔한 경기를 펼치며 3:0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3일전 카타르에서 원정을 펼치고 난 뒤, 시차에 다시 역시차를 겪으며 시종일관 무거운 움직임을 보였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전력에서 확연한 우위를 보이면서 레바논을 꺾어 최종예선일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헀습니다. 카타르전에 이어 2연승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남은 6경기에서 승점 10점정도만 쌓게 된다면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쥐게 됩니다. 

그리고 어제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살린 구세주는 단연 김보경이었습니다.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김보경은 어제 경기에서 혼자 2골을 넣으며 대표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최종예선 2경기에서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그가 대표팀에서 이렇게 주축의 역할을 한 것은 처음이고, 이렇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처음이지만, 그는 이러한 부담감을 화려한 골로 떨쳐내버렸습니다. 7번 등번호를 입고 출전한 많은 '박지성 후계자의 후보'들 가운데 단연 가장 앞서는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인터뷰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그를 따라다니는 별명은 '제 2의 박지성'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제 2골을 넣은 경기후 인터뷰에서도 제2의 박지성이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있기도 했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박지성선수의 진한 향수가 남아있다는 이야기이죠. 박지성선수은퇴 후, 조광래호에서의 우리나라는 수많은 졸전을 보여주었고, 고비마다 한 방을 터뜨릴 선수, 한 방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선수에 대한 간절함은 새로운 박지성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났죠.

그리고 최종예선 2경기에서 보여준 김보경의 모습은,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박지성의 존재감을 대신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레바논전 전반, 상당히 선수들이 피로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설상가상으로 기성용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를 당했던 상황에서 김보경선수의 왼발슛이 골로 들어가면서 완전히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레바논은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로 지난 베이루트에서의 기적을 노렸습니다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갈 수 밖에 없었죠. 그 백미는 2번째 골이었는데 중앙선근처에서부터 혼자서 드리블을 해 골로 결정짓는 모습은 흡사 2010월드컵 그리스전의 박지성선수를 보는 듯 했습니다.

이번 2경기만으로 이 무슨 호들갑이라는 말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김보경의 기량은 그럴만한 인정을 받기에 충분함니다. 공격수의 포지션이 아님에도 세레소 오사카에서 J리그 득점랭킹 2위에 올라있고, 올림픽 대표에서는 이미 에이스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스탯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번뜩이고, 특히 그의 왼발능력은 대표팀에서도 전담키커를 맡고 있을 정도로 정확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스타덤에 오른 것은 그의 나이 21살, 2002월드컵 때였죠. 사실 그 당시 박지성선수가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고, 대표팀을 4강으로 올려놓았을 때에도 그가 지금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21살에 PSV행을 택했고, 험난한 네덜란드생활을 3년거친 뒤, 맨유로 이적을 했죠. 그 이후의 스토리는 누구나 아시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현재 김보경선수의 나이는 22살입니다. 그리고 그에게도 21세 박지성의 월드컵만큼이나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을 한달여 놔두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아니 지금도 많은 유럽구단의 눈에 들어와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뒤, 빅리그로 진출을 할 것입니다. 박지성선수의 2002년과 상당히 비슷한 시나리오입니다. 정확히 10년만에, 우리나라는 새로운 박지성을 찾게 된 것입니다.

그가 박지성선수의 위업을 달성할수 있을지 없을지의 여부는 미지수지만, 우리나라가 배출한 많은 선수들 가운데 가장 기량이 뛰어난 선수중 한명임은 확실합니다. 박지성선수가 많은 활동량과 성실한 플레이로 자신의 장점을 살렸다면, 김보경선수는 타고난 테크닉을 바탕으로한 왼발구사능력이 장점으로 뽑힙니다. 드리블도 발군이고, 경기를 읽는 축구지능이 좋다는 점은 박지성과 비슷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격형미드필더, 좌우윙을 모두 볼 수 있는 것도 비슷한 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10년전, 우리는 어린 21세의 선수에게 큰 설레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10년뒤 지금, 우리는 그 2002년이 낳은 축구인프라의 산물인 김보경선수가 화려하게 대한민국 축구계의 중심으로 나서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올림픽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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