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토탈사커의 실종이 부른 대참사
방금전, 유로2012의 결승전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두 팀의 경기가 끝났습니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대결이었고 두팀은 각각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 2,3위를 기록했던 메이저대회에서 강한 우승후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독일과 네덜란드는 기대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독일이 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네덜란드에게 2:1로 승리를 거두면서 8강진출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반면 네덜란드는 2경기에서 승점을 하나도 따내지 못하며, B조 최하위로 쳐졌고, 8강진출을 위해 제한적인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지난 유로대회에서 네덜란드는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만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프랑스와 이태리와 한 조에 속하면서 죽음에 조에 속했습니다만 이태리를 3:0으로, 프랑스를 4:1로 그야말로 완파하면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었죠. 그 당시보다 공격진들은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었고, 약간은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수비진이지만 늘 어느정도의 방어는 해주는 수비진이 있기에 네덜란드는 강력한 우승후보중에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반 마르바이크 감독의 네덜란드는 지난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었죠.
08유로의 선전과 10월드컵의 준우승을 이끈 중심에는 스네이더, 반 페르시, 로벤과 같은 공격진의 화려함도 있었겠지만, 그 아래 미드필드진의 헌신적인 활동량과 끈끈함, 그리고 포백라인의 조직력이 가져오는 견고함이 있었습니다. 11명의 선수가 모두 공격을 하고, 11명의 선수가 모두 수비를 한다는 토탈사커를 기조로 삼고 있는 네덜란드 특유의 모습이었죠. 네덜란드의 화려한 공격의 이면에는 아래에서 위치하고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뒷받침 되었습니다. 지오반니 반 브롱크호르스트와 같은 선수들은 경기의 흐름을 깨면서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죠.
결론적으로, 네덜란드의 오늘 경기는 중앙 미드필더진의 붕괴와 수비라인의 미숙함이 빚어낸 참사였습니다. 네덜란드 내에서도 35세의 반 봄멜을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것에 대한 의문점이 많았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그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반 봄멜은 중앙에서 활동량을 실종하며 거의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네덜란드는 중앙플레이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미드필더부터 활발한 활동량으로 상대와 중원싸움을 해야하는데, 상대팀이 공을 잡으면 수비라인앞까지 쉽게 들어왔고, 공격진은 수비에 대한 열망이 없었습니다. 디르크 카윗이 생각나는 장면이었죠.
또다른 우승후보였던 독일도 사실 지난 월드컵에서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혼전의 B조에서 1위로 올라서긴 했습니다만, 그들의 전력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를 제압했던 것은, 네덜란드의 조직력과 기량이 그만큼 더 별로였기 때문입니다. 데 용과 봄멜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수비라인 앞에 붙어있었고, 스네이더, 아펠라이, 반 페르시, 로벤의 공격진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경기를 해설하던 한준희 해설위원도 개인의 역량에 네덜란드의 반전을 맡겨야 한다는 해설을 했겠습니까.
EPL득점왕 반 페르시, 분데스리가 득점왕 훈텔라르, 뮌헨의 에이스 로벤, 중앙의 지휘자 스네이더까지, 공격진의 개인개인의 역량은 정말로 뛰어납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의 개개인의 입지는 그 어느때보다 뛰어나고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준 시즌이었습니다. 소속팀에서 제각기 '해결사'역할을 하던 4명의 선수가 모이니, 선수들은 짜임새있는 팀플레이보다는 개인플레이에 의존하게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경기에 이어 로벤은 오늘 많은 찬스를 말아먹었고, 반 페르시도 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아스날의 반 페르시는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이를 묶어주던 스네이더의 역량도 체력이 소모되면서 힘들어졌죠.
반 마르바이크 감독이 뭔가 좀 안일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난 월드컵에서의 선전이 아직도 뇌리속에 박혀있는 듯한 모습일까요. 활동량과 수비범위가 가장 중요한 덕목인 수비형 미드필더에 반 봄멜을 고집했고, 18세의 수비수 빌렘스를 별다른 시험없이 메이저대회에 데뷔를 시켰습니다. 이는 중원라인 실종과 왼쪽라인 붕괴를 가져왔고, 경기를 내어주게 만들었죠. 슈바인스타이거가 두번의 어시스트를 하는 동안 그를 마크하는 미드필더는 없었고, 마리오 고메즈를 따라붙는 수비진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습니다.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세계적인 선수들의 이름이 가득한 독일과 스페인도 좋지만, 그 조직력으로 이 네임벨류를 무너뜨리곤 하던 네덜란드를 기대했습니다. 16개팀가운데서 가장 기대되는 팀이고 했고 말이죠.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모습은 기대 이하입니다. 다음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골차이상의 승리를 거두지 않으면 네덜란드는 무조건 탈락하게 됩니다. 과연, 네덜란드가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주며 8강진출에 성공할지, 다음 경기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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