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vs포르투갈, 주인공은 역시 호날두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6. 22. 07:46 축구이야기


10년전만 하더라도 체코와 포르투갈을 떠올리면 파벨 네드베드와 루이스 피구를 생각하겠지만, 방금전 끝난 2012년의 체코와 포르투갈의 대결에서는 토마시 로시츠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떠올리게 됩니다. 양국 모두 세계적인 스쿼드로 축구계를 호령하던 과거의 멤버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이 두 선수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된 대표팀은 다시한번 유로 2012에서 8강무대에 올라 새로운 황금세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아쉬웠던 점은 이번 경기에서 또 다른 주연이 될 자격이 충분했던 로시츠키가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펼쳐진 오늘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호날두였습니다.

경기를 끝나고 오늘 기사를 보니 '난사왕' 호날두라는 기사제목이 있더군요. 난사라는 표현에 가까울만큼 많은 슛을 시도했습니다. 포르투갈은 모두 17개의 슛을 때렸는데, 그중 절반정도의 슛을 그가 책임졌습니다. 오늘 경기를 보신 분이라면 난사라는 표현이 상당히 좋지 않게 들릴 것입니다. 많은 슛을 때렸지만 거의 모든 슛이 굉장히 날카롭게 날아갔고, 그에 반해 다른 선수들의 슛은 어이없는 곳으로 날아가는 곳이 많았습니다. 호날두가 골대를 2번 맞췄다고는 하지만, 두번 모두 호날두가 아니었으면 만들수도 없는 슛이었습니다. 그만큼 호날두는 오늘 펼친 22명의 선수들가운데 가장 월등한 기량을 뽑냈습니다.

호날두와 나니, 황금날개를 갖추었고, 거기에 벨로수-메이렐레스-무티뉴로 이어지는 중원의 압박과 패스웍은 체코보다 월등했습니다. 코엔트랑-페페-브루노 알베스-페레이라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은 경기를 거듭할 수록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죠. 하지만 포르투갈의 문제는 센터포워드에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포스티가가 늘 그렇듯 선발로 나왔고, 알메이다가 그를 교체해서 들어갔습니다만 양날개의 무게감이 너무나 떨어졌습니다. 중앙에 믿을만한 공격수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호날두에게 수비진이 몰리고, 호날두 본인도 본인이 직접 난관을 헤쳐나가려는 의욕이 앞섰습니다.

주연의 조건에는 화려한 기량도 필요하겠지만 주연에 걸맞는 의욕이 필요하겠죠. 호날두는 오늘 경기에서 상대 수비진들의 집중공세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세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거칠게 나올경우, 호날두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불만을 표시했던 적도 있었지만, 호날두는 주장의 위치에서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했습니다. 나니와 린베르스키가 서로 감정싸움을 했을 때에도 호날두는 그를 말리면서 주장의 역할을 다해냈습니다. 경기중 상당히 많은 감정표현을 하는 호날두는 오늘 경기에서도 그렇듯 원샷을 수도없이 받으며, 자신이 이번경기의 주연임을 확실하게 증명했습니다.

호날두의 포지션에서 그와 매치업을 이뤘던 상대는 게브레 셀라시에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체코의 오른쪽을 기대이상으로 매워주고 있고,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었죠. 지난 경기에서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윙백중 하나인 반 더 비엘을 완전히 무너뜨린 호날두는 오늘 경기에서도 셀라시에의 수비를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협력수비를 펼쳤습니다만 호날두는 그럴때마다 무리한 돌파가 아니라 주변 동료들을 이용하면서 찬스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호날두가 과거에는 자신이 혼자 경기를 만들어나가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확실히 찬스를 만들어 주는 면에서도 발군이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호날두를 중심으로 포르투갈 모든 선수들이 체코를 압도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체코는 단 한차례의 유효슛팅을 기록하지도 못했고, 전체 슛이 2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체코에게는 로시츠키의 결장이 아쉬웠습니다만 필라르와 이라세크를 이용한 플레이가 포르투갈의 중원에 완전히 틀어막혔습니다. 아쉬웠던 장면이라고 말할 장면도 없었을 만큼 포르투갈이 잘했습니다. 특히 메이렐레스, 벨로수, 무티뉴는 경기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농익은 경기운영능력과 호흡을 보여주며 상대의 중원을 완전히 잠식시켜버렸습니다. 점유율은 62:38이었고, 패스숫자도 500:300이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오늘 경기에서 호날두와 나니가 만들어준 수많은 기회들을 알메이다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호날두와 나니가 사이드에서 공을 몰고 나올때면 늘 2~3명의 수비가 따라붙으면서 공간을 내어주었고, 슛팅기회가 그만큼 많이 나왔는데, 미드필더 선수들의 슛은 골대를 외면했습니다. 체흐의 환상적인 선방도 있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결정력의 부분에서 상당히 아쉽습니다.

호날두는 결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태도로 경기를 치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는 의지를 많이 보았죠. 하지만,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아하니,그리고 호날두의 몸상태를 보아하니, 그가 직접 쏘는 슛하나하나가 너무나 날카로웠고, 그에 반해 다른 선수들의 결정력은 많이 부족했습니다. 호날두가 아니었으면 만들 수 없는 찬스들이 수차례 나왔고, 이제 포르투갈은 호날두 없으면 상상도 못할 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피구, 파울레타, 시망, 누누 고메스, 빅토르 바이아, 콘세이상, 후이 코스타와 같은 골든 제너레이션이 떠난 후, 이제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팀이 되었습니다. 2004년 콩나물 머리를 하고 세계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던 호날두는 이제 팀의 중심이 되었죠. 과거의 포르투갈은 유로 준우승, 월드컵 4강이라는 크나큰 족적을 남겼는데, 과연 호날두가 이러한 선배들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 4강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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