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탈락 잉글랜드에 '센트럴팍' 있었다면

Posted by Soccerplus
2012. 6. 26. 08:00 축구이야기

어제 새벽 펼쳐졌던 유로 2012 마지막 경기에서 화제는 단연 이탈리아의 피를로였습니다. 피를로를 위한 게임이라고 말해도 좋을정도로, 만 33세의 피를로는 나이를 무색케하는 농익은 플레이로 이탈리아를 4강으로 이끌었습니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 그리고 창조성과 안정감은 딥라잉 플레이메이커의 정수를 보는 듯 했고, 승부차기에서 보여준 칩샷은 그의 배짱과 자신감을 증명한 골이었습니다. 하루종일 피를로의 이야기가 오르내렸고, 그럴만한 기량을 한 경기에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피를로의 활약에 힘입어 덩달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축구팬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축구선수에게도 입에 오르내린 선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2010년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에서 피를로를 꽁꽁 묶으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고 그날 경기에서 평점도 9점을 받았던 바로 박지성선수였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중앙의 위치에서 뛰지 않았던 박지성선수가 거의 큰 경기에서 처음으로 중앙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한 경기였고, 그는 1차전과 2차전 모두 피를로를 봉쇄하면서 팀의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거기에 그는홈경기에서 골까지 기록하며 최고의 경기를 펼쳤죠. 

어제 경기에서 피를로를 봉쇄하지 못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내어준 탓에 피를로는 혼자서 134개의 패스를 뿌렸고, 이는 거의 모두 날카롭게 공격수의 발에 연결되었습니다. 잉글랜드의 패배를 보면서 그의 팀 동료 리오 퍼디난드는 본인의 트윗을 통해 피를로가 master class라며 극찬을 했고, 뒤이어 박지성이 산시로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를 완전히 막아서 재워버렸다는말을 했습니다. 물론 친분이 있는 동료선수기에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영국 가디언지의 두 전술분석가의 기사를 소개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 Barney Ronay는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팬들과의 대화에서 박지성선수를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잉글랜드가 피를로에게 후방에서 공간을 내어주지 않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몇몇 선수들이 피를로가 뛰는 공간에서 뛰는 것을 주문 받을 것이라며, 파커나 밀너가 '박지성의 롤'을 맡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지성의 롤'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이 없어도 모든 팬들이 이해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쓴 대답입니다. 그만큼 박지성선수의 역할이 뛰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가디언지의 기자이자 전술분석을 하는 사이트인 Zonal Marking의 집필자 Michael Cox역시도 박지성선수의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었던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루니에게 피를로를 막아달라는 주문이 들어갔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잉글랜드는 루니의 동료인 박지성과 같은 선수의 희생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를 했죠. 피를로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음을 알려주는 동시에, 박지성선수의 입지와 명성이 어느정도가 되는지를 알려주는 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쎄요, 모든 가정은 가정일뿐이기에 박지성선수가 만약 잉글랜드대표팀으로 피를로를 방해하는 역할을 맡았다면이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을수도 있습니다. 박지성선수가 피를로를 막는데만 집중하느라 공격적인 롤을 아예 수행조차 못할 수도 있고, 혹은 박지성선수가 그를 막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할 수도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박지성이 있었더라면 최소한 어제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헐거운 피를로 마크에 대한 아쉬움을 덜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4-4-2 시스템에서 중앙미드필더를 전담마크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루니에게 상당히 내려와서 피를로의 마크를 요구했지만 전반전 20~30분 이후 그러한 마크는 실종되었습니다. 사실 어제 경기에서 루니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죠.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기세가 좋던 잉글랜드는 피를로의 중원이 살아나자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슛팅숫자는 4배가 차이났고, 유효슛팅은 5배가 차이가 났죠. 점유율면에서도 완전히 밀리는 경기를 했죠.

박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잉글랜드가 지는 경기를 이길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애초부터 수비적인 구상의 호지슨은 조금 더 미드필더를 두텁게 하면서 수비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웰백과 루니의 투톱을 고수했으니, 박지성이 선발로 나왔을 것이라는 예상도 하기는 힘듭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의미없음은 알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술은 이탈리아에게 밀리는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는 빌미를 제공했고, 그러기에 이런 박지성선수의 롤을 맡아줄 선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뭐 어떤 가정의 여부를 떠나, 이 전세계 축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피를로의 빛나는 활약은 그와 동시에 박지성선수의 위엄을 드러내는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무후무한 플레이스타일로 유럽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박지성선수의 위엄, 우리나라 팬들이 아닌, 해외에서 더 인정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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