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지단의 재림, 피를로
참 의외의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우승후보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한 전력을 갖춘 두 개의 팀 중 하나인 독일이었고, 스페인을 상대로 유일하게 해볼만하다라고 생각이 되는 독일이 이탈리아에게 처참하게 패배했습니다. 스코어상으로는 2:1의 경기였습니다만, 이탈리아가 후반 중후반 아쉽게 놓친 찬스들을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스코어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이탈리아가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독일 선수들은 다시한번 이탈리아 징크스에, 그리고 4강징크스에 울게 되었고, 최강 화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4강진출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신의 재능' 마리오 발로텔리가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면서 이태리의 2골을 모두 넣었습니다. 거기에 이태리가 자랑하는 중원인 마르키시오, 몬톨리보는 여전히 단단한 모습과 좋은 활동량을 보여주었고, 키엘리니가 돌아온 포백라인은 단단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발로텔리와 역할분담을 하며 쳐진위치에서 플레이를 했던 카사노도 승부의 분수령이된 첫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다들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의 경기에서도 다시한번 빛난 선수가 있었으니, 이탈리아의 지휘관 안드레아 피를로였습니다.
33살, 그와 같은 전성기를 보낸 가투소나 암브로시니와 같은 선수들이 이 나이때에 폼이 하락하면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을 때, 피를로는 유벤투스의 우승을 이끌고, 대표팀에서도 단연 핵심의 위치에 서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기록적인 골행진을 기록한 메시와 호날두가 아니었더라면 발롱도르를 노릴만한 폼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팀의 2골을 혼자 넣은 마리오 발로텔리를 제치고 각종언론에서 선정한 MOM(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될 정도로 피를로의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오늘 이탈리아의 패스 숫자는 420개였습니다. 그중 7분의 1이 넘는 숫자인 65개의 패스를 혼자서 뿌렸고, 그중 60개의 패스를 성공시키며 93%의 성공률을 보여주었습니다. 팀의 패스성공률이 80퍼센트를 못미쳤던데에 비해서 훨씬 좋은 성공률이었죠. 피를로의 패스는 단순히 짧은 패스가 아닌 장거리 패스도 상당수 차지하는 바, 이 93%의 성공률은 정말 경이적인 것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독일은 56퍼센트의 점유율과 520개의 패스숫자로 이탈리아에게 기록상으로 앞서는 경기를 했습니다만,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슈바인스타이거, 케디라, 외질이라는 세계적인 라인은 오늘 경기에서 개점휴업을 했고, 선수들의 멘탈이 붕괴되자 이를 살려줄 믿을맨이 없었습니다. 마리오 고메즈는 45분만에 교체되었고, 교체되어 들어온 클로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럴수록 빛나는 존재는 단연 피를로였는데 5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면서도 지친기색없이, 상대의 견제를 뚫고 그림같은 패스솜씨를 뽐냈습니다.
이러한 피를로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2006년 월드컵의 지단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당시의 피를로는 전성기의 위치에 있었고 (나이상) 지단의 프랑스를 격침시키며 월드컵을 가져왔습니다만, 그 때의 이탈리아와 지금의 이탈리아는 다릅니다. 2006년 이탈리아는 칸나바로를 중심으로 델 피에로, 인자기, 질라르디노, 루카 토니, 잠브로타와 같은 선수들이 단단하게 팀을 만들어나가고 있었고, 여전한 우승후보로 뽑혔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세대교체에 실패하면서 월드컵 본선 탈락의 위기에 있었고, 그를 구해낸 것은 바로 지단을 필두로한 노장 군단이었죠. 그중 단연 빛나는 것은 지단이었는데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패스웍과 리더쉽은 단연 그 대회의 백미였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파넨카킥으로 패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도 했었죠.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지금의 피를로와 몹시 닮아있습니다.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탈리아는 자국리그의 승부조적 신드롬으로 몇몇의 선수가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고, 대회전 평가전에서도 약점을 노출하며 이번 대회에서도 큰 기대를 받는 팀은 아니었죠. 칸나바로 토티등 기존의 정신적지주들이 대표팀을 나가고, 무언가 붕 뜬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전력이 많이 불안해졌고, 그 결과는 2008유로와 2010년 월드컵에서 드러났죠. 그리고 나선 대회가 바로 2012년 지금의 유로대회입니다.
마치 2006년의 지단을 보듯 피를로의 존재감과 카리스마는 엄청납니다. 세계적인 중원을 상대로도 그 존재감이 빛나는 선수이고, 정확한 패스를 뽐내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패스마스터 사비가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난조를 보이면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피를로의 활동량과 패스는 날이 가면 갈수록 빛나고 있습니다. 33세의 나이에 한 경기에 12킬로미터 이상의 활동량을 보여주면서 팀에서 1,2위의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고, 그가 보내는 패스는 이탈리아의 척추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지난 8강에서는 승부차기의 기세를 돌려놓는 파넨카킥을 성공시키면서, 묘하게 지단과 겹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두 선수의 스타일은 판이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두개의 팀을 구해내는 두 선수의 날개짓은 단연 빛나는 것이었고, 여전히 지금도 빛나고 있습니다. 2006년 지단이 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과연 2012년 피를로가 자국을 우승시킬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스페인에는 그를 막아낼 또 다른 마에스트로 이니에스타와 사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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