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감동, 10년뒤에도 여전했다 (2012 K리그 올스타전)

Posted by Soccerplus
2012. 7. 6. 08:00 K리그 이야기


어제의 올스타전만큼 행복했던 축구경기가 있었을까요. 오래간만에 찾아간 상암구장,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들과 히딩크 감독의 팀 2002와 2012 케이리그 올스타팀인 팀 2012가 한판 대결을 펼쳤고, 저는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경기가 너무나 빨리 끝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쉬운 70분의 경기였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고, 2002년의 자랑스러운 선수들과 2012년 현재의 선수들이 한 그라운드에 있는 것을 보니 경기 내내 가슴한구석이 짠하게 다가왔습니다.

장마철 비가오는 날씨였습니다만 상암벌에 모여든 삼만 삼천여명의 관중들은 모두다 느꼈을 것입니다. 이 장대비를 뚫고 상암에 오기를 정말정말 잘했다고 말이죠. 그리고 어제 경기를 놓치신 본들은 정말 아쉬워하셔야 합니다. 경기를 통해 받았던 감동과 웃음의 에너지는 정말 올해, 아니 제 인생의 축구경기중 가장 강렬했습니다. 그만큼 경기내내 훈훈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2002년의 기억, 다들 어떻게 기억을 하고 계시나요? 한국인이라면 그 때의 그 감동과 환희는 정말 대단했다라고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하시겠죠. 살아생전에 언제 한번 다시 그런 감동을 느껴볼 수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2002년으로부터 두번의 월드컵과 그로부터도 2년이 지난 뒤, 2012년 상암구장에서 그때의 그 감동이 다시 재현되었습니다.

선수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던 황선홍과 홍명보부터 최진철, 김태영, 유상철, 최용수와 같은 노장들은 예전의 몸은 최소 십키로 이상은 불은 듯 보였습니다만, 그들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은 팬들에게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예전의 스피드가 아니더라도, 예전의 볼터치와 감각이 아니더라도 팬들은 2002년에 향수에 젖어 환호했고,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골로 화답하고 싶은 레전드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마음은 2002년 4강진출의 간절함만큼이나 대단했습니다.

감동못지 않게 웃음또한 있었습니다. 2002월드컵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오늘 경기에서 가히 MVP급의 웃음을 준 선수는 바로 최용수 현 FC서울 감독이었는데, 팀2002의 첫번째 골을 넣고 나서 최용수 선수는 유니폼을 벗고 유로2012의 발로텔리의 세레모니를 따라했습니다. 이제는 근육질이 아닌 몸이라 '배로텔리'라는 별명을 새롭게 얻었습니다만, 팬들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세레모니였습니다.

이밖에도 김남일 선수와 이동국 선수는 태클뒤 반칙선언이후 서로 밀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는데, 보통경기였다면 험악한 장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테지만, 두 선수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습니다. 박지성선수는 골키퍼의 킥을 손으로 블로킹하는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당시 장내에서는 '박지성선수의 격조있는 반칙'이라는 아나운서의 말이 이어지면서 팬들을 웃음바다로 이끌었죠.

이날 경기에서 또 눈길이 갔던 것은 하프타임에 펼쳐진 승부차기였습니다. 4강진출을 확정지었던 스페인전의 승부차기를 기념하기 위해, 양팀이 승부차기로 붙었는데 팀2002는 스페인전의 그멤버, 그순서 그대로 승부차기를 진행했습니다. 스피드나 경기감각은 많이 떨어져있지만, 은퇴한 선수들도 (안정환 선수를 제외하면)모두 골대 구석으로 공을 꽂아넣으며 클래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홍명보 선수가 보여주었던 파넨카킥은 모두의 찬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아마도 가장 가슴이 뭉클했던 장면은 팀 2002의 박지성선수가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2002년 포르투갈전에서 넣은 결승전 세레모니를 똑같이 재현해냈던 장면일 것입니다. 박지성선수는 골을 넣고 하프라인을 넘어 히딩크감독에게 달려갔고, 히딩크 감독은 들고 있던 큰 타월을 흔들며 그때의 감동을 재현했습니다. 10년뒤에도, 똑같은 장면이 나왔는데도 같은 소름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가슴뭉클한 순간이었고, 한국 축구사에 다시한번 길이남을 명장면을 제눈으로 봤다는게 너무나 영광스러웠습니다. 



애초부터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았던 경기였고, 경기가 끝난뒤에는 양팀의 선수가 한대 모여 관중들을 향해 슬라이딩 세레모니를 펼쳤습니다. 제가 찍은 영상의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그때의 그 감동을 함께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002년의 대업을 달성했고, 그로부터 10년뒤 우리나라의 K리그는 또 다른 영광의 밑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의 선수들이 한데모여 슬라이딩을 펼치는 장면은 정말이지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었습니다.

2012년 올스타의 올스타전이었고, 그 주인공인 팀2012선수들은 조금은 섭섭했을지도 모릅니다. 경기를 보면서도 너무 열심히 하는것은 아닌지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만, 두 팀모두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팬서비스이자, 선배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뿌듯한 경기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훌륭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K리그의 더 큰 흥행을 위한 '스토리'의 필요성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관중들이 너나 할 것없이 '오 필승 코리아'를 불렀던 그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가대표팀뿐만 아니라, K리그를 대표하는 이 선수들도 '필승 코리아'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뜻깊었던 행사가 순간의 감동이 아닌 더 큰 발전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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