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QPR행, 아쉽지만 잘된 결정이다
지난 이틀간 한국의 축구팬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QPR의 한국선수는 박지성선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 어제 이 QPR행을 확정지은 선수에 대한 추측글을 썼었는데, (박지성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상황이 참 아쉽게 되었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활약을 이제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보지 못하게 되었을 뿐더러, 에브라, 루니, 비디치, 퍼디난드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와 함께 있는, 퍼거슨의 지시를 받는 박지성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한국인들에게는 크나큰 자존심이었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라는 빅클럽에서 물러난 것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이러한 이적소식들은 여름에도 수십수백개씩 나오고, 그 신뢰도도 사실 높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번 이적만큼은 99%확실하다고 봐야합니다. 바로 그 신뢰도가 영국언론사 중에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BBC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의 이적료와, 두 팀간의 합의에 대한 사실은 이변이 없는 이상 맞다고 봐야합니다.
한가지 변수는 두 팀간의 거래일뿐 QPR구단과 박지성선수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박지성선수가 올스타전이 끝난후 출국 인터뷰에서 여전히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했는데, 그 사실을 기초해 생각을 해보면, 그때까지도 박지성선수 본인조차 이적여부를 몰랐던 것 같습니다. 팀간의 합의이고 박지성선수가 영국으로 돌아간다면 구단과 박지성선수의 협상이 시작되겠죠. 만약 이 협상에서 박지성선수가 거절을 한다면 과거 이영표선수와 AS로마와의 계약이 중단되었든 맨유에 잔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팀간의 합의가 끝났다는 것은, 박지성선수에 대한 이적을 퍼거슨감독이 허락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퍼거슨감독은 박지성 없이도 다음 시즌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고, 그렇기에 박지성이적에 대한 허락을 내렸죠. 다음 시즌을 위해 이미 카가와 신지를 데려왔고 기존의 나니, 발렌시아, 애쉴리 영이 건재하기에 박지성선수의 입지는 이미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혹시나 그가 잔류를 한다고 하더라도 기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QPR에 박지성선수가 간다면, 맨유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게 됩니다. 일단 박지성의 이적료로 알려진 5m파운드라는 돈은 상당히 큰돈입니다. 31세의 박지성, 남은 계약기간은 1년이고 무릎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에게 5m파운드를 주는 것은 상당히 기대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24세의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서 맨유로 갔을때 보다 더 많은 금액입니다. 맨유출신 박지성이 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당장 주전은 물론이고 팀의 확실한 에이스로 경기장 내에서나 안에서나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별이라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더군다나 7년동안 저의 여자친구만큼이나 항상 주말을 챙겨주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이제는 'QPR의 박지성'이 되었습니다. 올드트래포드에 있는 그의 대형 포스터가 내려졌다는 소식과 함께, 맨유의 프리시즌 투어에도 박지성선수의 얼굴이 지워졌다는 말은 마치 헤어진 여자친구가 저의을 핸드폰에서 지우는 것만큼이나 슬픕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련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에겐 영웅이지만 박지성선수도 EPL에서는 한 선수에 불과할 뿐이고, 자신의 능력이 필요없는 곳에서보다 자신을 훨씬 더 필요로 해주는 곳에서 뛰는 것이 본인에게 더 좋을 수 있습니다.
QPR은 박지성에게 주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팀 가운데에서도 상당히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일단 박지성의 크나큰 연봉을 감당해 줄 수 있는 몇안되는 클럽이고, 박지성선수를 중심으로 무언가 다음시즌 반격을 노릴 수 있는 팀 가운데 가장 재정적으로 부유한 팀입니다. 게다가 QPR이 또 다른 한국선수를 노린다면, 퀸즈파크 레인저스는 다음 시즌 한국인들의 사랑을 더욱더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정이 풍부하기에 좀 더 강팀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고, 그 중심에 박지성이 서있다면 서런던의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선수가 될 것입니다.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매주 주말마다 경기 한시간전 맨유의 선발명단을 보며 조마조마했고, 혹시나 후보명단에도 없으면 일주일동안 멘탈붕괴되어있던 시절은 이제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박지성선수가 국대에서 처럼 좀 더 많은 역할을 부여받으며 상대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풀타임 주전이라는 자리를 확보받을 수 있기에, 이제 매주 주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본인에게도 맨유라는 클럽에 대한 미련이 엄청나겠습니다만, 언젠가 이적을 하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이가 적을 때 좋은 조건의 팀으로 이적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초등학생때 FIFA를 하면서 단순히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맨유가 마음에 들어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솔샤르의 Solskjaer를 읽지도 못했죠. 그 이후 트레블을 하고, 베컴과 반니스텔루이의 모습이 너무 좋았는데, 그러한 클럽에 박지성선수가 함께 했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기억이었습니다. 더이상 맨유의 박지성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그를 응원하겠습니다.
soccerplus.co.kr 로 더 편하게 저의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