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7 캡틴박, 존재감부터 달랐다

지금으로부터 약 열흘전, 국내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외팬들도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이적을 감행했던 박지성 선수, 7년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이 마치 국민클럽으로 느껴질정도로 팀에 헌신을 했던 그가, 파란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새로운 구단, 새로운 동료, 그리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다시한번 새로운 시작을 하는 박지성 선수가 팀에 입단한지 8일만에 공식데뷔전을 가졌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전세계적으로 매우 인기를 끄는 리그이기는 하지만, 그 인기는 맨유, 아스날, 첼시, 리버풀, 맨시티와 같은 강팀에게 집중이 됩니다. 특히 QPR같이 강등권을 왔다갔다하는 팀이라면, 그 인기도는 매우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맨유와는 정말 하늘과 땅의 인기도와 명성을 갖고 있는 QPR이라는 클럽에, 박지성 선수가 오자 갑자기 크나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가장먼저 놀랄일은, QPR의 아시아투어를 중계하기로 되어있었던 QPR의 유스트림채널은 14만명의 접속자가 몰리면서 완전히 마비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의 QPR데뷔모습을 보려던 국내팬들과 수많은 해외팬들은 그의 소식을 영상이 아닌 언론의 보도와 사진으로만 접해야 했습니다. 홈구장의 수용인원이 18000여명밖에 안되는 작은 구단에게는 갑작스러운 인기에 대처하기가 힘들었을 것이죠. 경기시작전부터 14만명이 몰렸다니, 경기가 시작된 후에는 수십만의 접속자가 몰렸을 것이라 추측되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자신이 앞으로 QPR에서 뛰게 될 등번호인 7번을 달고, 그리고 주장완장을 차고, 중앙미드필더로 경기를 뛰었습니다. 상대팀이 말레이시아팀이기에 그 의미가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맨유에서는 받아내기 힘들었을 특별대우입니다. 맨유의 주급인상제의를 거절하고 QPR에 입단한 만큼 그 대우는 대단했습니다. 그가 선호하는 번호인 7번은 대표팀에서의 그를 보듯 너무나 잘 어울렸고, 주장완장을 달고 있는 그의 모습은 2년전 대표팀에서의 모습을 추억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지에서도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전해지는데, 저도 그 영상을 아직 접했기에 현지 기자들의 소식을 찾아봤습니다. QPR의 미디어 담당자로 보이는 Ian Taylor의 트위터를 살펴보면 박지성 선수가 공을 잡을 때 마다 말레이시아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가 들렸다고 전해집니다. QPR이라는 구단에 이런 선수가 과연 있었는지, 그 존재감은 다른 그의 동료들을 압도하고도 남았습니다. 

박지성선수의 인기는 최소한 아시아권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 보입니다.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이 태극기를 얼굴에 페인팅한 팬들도 있었다고 전해지는 동시에, 그의 이름이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스타디움에 울려퍼졌다는 후기가 돌고 있습니다. 정말로 자랑스러운 '지느님'의 위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아시아 드림컵을 진행하면서 동남아권국가에 큰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박지성선수본인에게도 상당히 뿌듯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오늘경기는 친선경기였고, 프리시즌의 첫경기여서 그 경기의 중요도는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맥빠지는 경기에서도 박지성선수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QPR에서 어떤 입지를 차지할 것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팀 동료들도 이러한 차별대우를 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그의 위엄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경기, 그리고 전반전 선발멤버, 그리고 그에게 달려진 주장완장은 아마도 앞으로 이변이 없는이상 박지성선수에게 주장직이 부여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것입니다. 팀내 다른 어떤 선수들을 봐도 박지성 선수의 실력과 경험을 따라올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박지성선수가 팀의 주장으로, 많은 선수들이 보강될 QPR의 돌풍을 이끈다면,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맨유에서 떠난다고 했을 때에는 상당히 슬펐던 것이 사실이지만, 주장완장을 달고 환영을 받는 모습을 보니, 새시즌이 기대가 됩니다. 프리시즌에서 서서히 몸을 끌어올려 최고의 모습을 다시한번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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