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 기성용, 그는 차원이 달랐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7. 27. 08:38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어제 밤, 멕시코와의 올림픽 남자 축구예선 1차전에서 우리나라는 아쉬운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당초 해외언론들은 멕시코의 우위를 점쳤고, 멕시코의 감독도 경기 전날 열렸던 인터뷰에서 굉장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경기내내 카메라는 멕시코 감독의 초조함을 비춰주었고, 반면에 홍명보 감독의 표정은 아쉬웠습니다. 이것이 어제 경기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시종일관 멕시코에게 주도권을 잡으며 경기를 쉽게 펼쳐나갔습니다. 전방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치면서 상대방을 밀어붙였고 점유율은 65:35정도로 우리가 완전히 우세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비록 완벽한 골찬스는 없었더라도 우리나라는 서너차례 좋은 찬스를 만들기도 했지만, 아쉽게 골을 넣는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최전방 박주영 선수의 침묵과 후반 막판 체력이 떨어지며 두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내어준 것은 다음경기에서 고쳐져야 할 일입니다.

B조에서 우리나라는 3위정도의 전력으로 평가를 받았고, 멕시코는 부동의 최강자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퀴노, 도스 산토스, 페랄타와 같은 선수들이 위협적인 선수들로 평가받았지만 우리나라의 수비진에게 꽁꽁묶여 이렇다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김보경, 남태희, 구자철의 개인기가 빛났고, 양쪽 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은 상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메달후보, 혹은 우승후보까지도 거론되던 멕시코에게 혼쭐을 내어주었고, 해외언론도 우리에 대한 평가를 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동안 좋은 팀을 만들었고, 선수들은 더 이상 큰 대회에서 여유없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패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경기에서 그 중심을 가장 잘 잡아준 선수는 단연 기성용 선수입니다.

어제 경기에서 뛰었던 22명의 선수들가운데 단연 최고의 선수를 뽑으라면 기성용선수를 뽑을 것입니다. 23세아래의 어린 선수들가운데서 기성용선수는, 정말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이미 국가대표팀 경기를 46경기나 소화했던 기성용의 경험은 물론이고 그의 중앙에서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공을 잡으면 거의 빼앗기질 않았고, 조율과 중거리슛, 그리고 수비가담과 컷팅까지 모든 장면에서 빛났습니다.

경기초반, 우리나라와 멕시코가 상당히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치면서 미드필드싸움에 치중했을 때, 기성용선수는 중앙에서부터 상대방진영 패널티박스까지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우리나라로 가져왔습니다. 190에 육박한 큰 선수가 발재간을 부리며 뛰어들어가니 상대방이 속수무책으로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초반부터 상당한 긴장감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던 멕시코 진영에 불을 지른 샘이 되었습니다.

전반전내내 기성용선수는 안정적으로 볼을 키핑해주면서 중원의 리더임을 자처했습니다. 큰 대회, 그리고 첫경기 어린 선수들이 긴장할수도 있는 상황에서 기성용은 의도적으로 공을 많이 소유하면서 상대방에게 볼을 빼앗기지 않고 공격을 전개시켜주었습니다. 수비적인 상황에서도 빛났는데, 특히 공중볼상황에서 압도적인 피지컬로 공을 따내면서 전반전의 원사이드경기를 이끌었습니다.

기성용선수는 후반전에는 이날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던 중거리슛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거리가 상당한 지점이었지만 아웃사이드에 맞은 공은 강한 커브를 그리며 날아갔고, 아쉽게도 상대편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습니다. 기성용선수는 전방으로 나서면서 공격에 가담하다가도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때면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황석호, 김영권과 볼을 돌리며 그들의 볼을 받아주고, 다시 전방으로 정확하게 공급해주는 역할까지 했습니다. 체력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기성용선수는 후반끝까지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측면에서 한두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는 중원에서 상대방을 완벽하게 압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차원이다른 기량을 가진 기성용선수가 있었고, 이는 우리가 멕시코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게 만들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미국방송을 보니, 우리나라가 마치 국가대표팀을 보는 것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해외 언론사의 기사를 보니 'dominant Korea(지배했던 한국)'이라는 표현을 쓰며 어제 경기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성용의 활약을 논하면서 같이 중원에서 짝을 맞춘 박종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성용이 중원에서 눈에 띄는 군계일학이었다면 박종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방을 압박하며 기성용에게 수월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끝없는 활동량과 좋은 압박능력으로 우리나라의 중원에 또다른 힘이 되었습니다. 경기내내 허리를 쥐어잡으며 몸이 안좋은 모습이었지만 그의 투혼은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월요일 새벽, 스위스와 2차전을 갖게 됩니다. 멕시코전에서 보여주었던 경기력과 공격진들의 결정력을 다시 끌어올려 스위스전을 승리로 가져오기를 희망합니다. 큰 대회에서 우리가 압도하는 경기를 보았다는 것 자체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글이마음에들면추천↓한방! (로그인 불필요)블로그가마음에들면정기구독+ 해주세요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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