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이보다 압도적인 중원이 있었나

Posted by Soccerplus
2012. 7. 31. 08:0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이번 올림픽대표팀의 경기력은 단 두경기만 치룬 지금상황에서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년전 u-17월드컵에서 우승을 따낸 멕시코와 유럽청소년대회 준우승팀인 스위스를 상대로 높은 점유율과 우세한 경기력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고, 늘 큰 대회에서 이리저리 고전하던 우리나라는 선수들의 패스웍과 공간압박이 살아나면서 매경기 무리없이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늘 불안한 수비로 올림픽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우리나라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인상적인 압박을 보여주면서 한국축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두 경기밖에 치루지 않았지만, 그리고 8강문턱에 올라서려면 한고비가 더 남았지만, 우리나라는 자신있습니다. 대회시작전 우승후보까지도 거론되던 멕시코와 우세한 경기끝 무승부, 스위스와 2:1승리로 1승1무를 기록했고, 우리조의 최약체로 평가되는 가봉을 상대로 무승부이상만 기록을 하면 자력으로 8강진출이 확정됩니다. 멕시코와 함께 8강진출이 유력한 상황이고, 상황만을 놓고보면 네팀중 가장 8강진출이 유력합니다.

그리고 더 즐거운 사실은 겉으로 보이는 스코어보다 경기내용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이죠. 마치 스페인의 패싱축구를 보는 듯, 우리나라는 시종일관 안정적이고 때로는 위협적인 패스플레이로 상대방을 제압합니다. 상대방의 공간을 노리는 압박축구는 정말로 인상적인데, 수비라인까지 공이 넘어오기도 전에 중원에서의 압박으로 볼을 빼앗겨도 바로 차단, 다시 공격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늘 우리나라는 중앙보다는 양쪽 윙포워드가 주력자원이습니다. 200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이천수, 박지성, 설기현, 이청용과 같은 윙포워드의 측면플레이가 우리나라의 강점이었죠. 유상철이나 김남일과 같은 선수는 분명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들중 하나로 기억되겠지만, 그 수준이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성용선수가 이끄는 중원은 멕시코와 스위스를 부쉈고, 앞으로 더 큰 일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성용이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로 지대합니다. 4-2-3-1의 중앙미드필더에 위치하지만 수비라인 바로 위에 위치하면서 경기의 템포를 조율하는 딥라잉플레잉메이커의 역할을 소화합니다. 후방에서 볼을 찔러주는 역할은 홍정호 선수가 부상전에 많이 하던 역할이었지만, 그가 부상을 당하면서 기성용의 플레이 범위가 조금 더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한 선수에게 패스가 몰리면 상대방도 그만큼 대비를 하기 쉬워집니다. 기성용에게 공이 몰리면서 상대방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겠지만, 기성용의 플레이는 '알고도 못막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기성용선수는 지공시에는 철저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킵니다. 두명의 센터백사이에 들어오면서 그들에게 패스를 받아서 앞선의 구자철이나 박주영, 남태희, 김보경에게 공을 내어주거나, 혹은 오버래핑으로 들어오는 양쪽 풀백에게 공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역습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전방으로 침투해들어가는데 패스테크닉뿐아니라 발재간도 좋은 그가 한번씩 오버래핑을 하면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나올때와 지킬때를 지능적으로 파악해 공격에 도움을 줍니다.

그에게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수비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이 수비라는 약점도 어느정도 극복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태클이나 수비적인 테크닉이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일단 공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상대방 공격수가 달고 오는 공을 빼앗기보다는 상대방의 패스를 가로채거나, 혹은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게 만들죠. 이는 대인마크와 활동량이 좋은 박종우 선수와 환상의 짝궁을 이뤄, 우리나라의 점유율축구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기성용선수의 '일진 본능'은 다시 한번 팬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습니다. 뭐 그렇게 좋은 말은 아닙니다만, 큰 국제대회에서 특히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각축을 벌이는 이번 대회에서 기세가 중요하고 상대방에게 때로는 몸싸움으로, 거친 플레이에는 그에 합당한 반응으로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 중요한데, 그의 필드에서의 포스는 다른 10명의 선수들에게 정말 큰 자극제가 되고 있습니다. 절친 구자철선수가 상대팀 선수와 언쟁을 벌이자 더 흥분을 해서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시작하자마자 부상을 당했음에도 흥분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팀을 진정시키는 모습에서는 A매치 46경기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한국인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기성용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두 경기의 클래스는 이번 대회 출전한 16개국의 중앙미드필더가운데 단연 최고입니다. 기량이 앞섬은 이미 셀틱에서의 활약으로 증명을 했고, 거기에 패기까지 뛰어나 다른 선수들에게 주는 효과또한 대단합니다. 우리나라가 스페인처럼 짧은 패스가 가능하게 만드는 이유도 중원에서 패스에 주력하는 기성용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올림픽대표팀의 여정은 막 시작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되는 가봉전이 남아있고, 목표로 하는 메달을 위해서는 영국, 세네갈, 우루과이중 한팀을 만나 이겨야 합니다. 올라가서는 또 브라질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일본을 만날수도 있습니다. 산넘어 산이지만, 앞선 두경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분명히 목표했던 메달권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격포인트 하나없이 두경기 연속 MOM에 선정된 기성용의 활약이 우리나라의 마지막경기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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