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발 90분, 홍명보호 무엇이 문제였나

Posted by Soccerplus
2012. 8. 2. 10:1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우리나라가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조별예선 B조에서 조 2위로 1차목표였던 8강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종합성적 1승 2무, 2득점 1실점의 기록으로 지난 아테네에 이어 두번재로 8강에 올라 영국과 4강진출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메달이 목표라고는 했지만, 성인대표팀이 뛰는 월드컵보다 조별예선 통과가 더 어려운 것이 올림픽대표팀의 경기인데, 우리나라는 세경기에서 1실점만 허용하고 첫번째목표였던 8강에 안착했습니다.

하지만 8강진출이라는 성과에 비해 오늘 새벽 가봉과의 경기는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지난 멕시코와 스위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우리나라였습니다만, 가봉과의 경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가봉이 주력수비의 이탈로 인해 정상적인 팀상태가 아니었고, 우리나라에게 승리를 거두어도 8강탈락을 장담할 수 없는 낙담적인 상황에서 경기를 펼친 것이기에 오늘의 무승부는 상당히 불만족스럽습니다.

경기전 우리나라는 가봉과의 경기를 초반부터 강력한 공격으로 승부를 낸 뒤, 후반에는 주력자원의 체력을 아끼면서 다득점 승리를 거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그 목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승부로 끝나고 일단 8강부터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가봉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쉴새없이 반격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조 1위의 좋은 기회에서 조 2위로 8강에 올라가게 되었고, 평가전에서 3:0승리를 거두었던 세네갈대신, 개최국 영국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경기에서 다시 되짚어 볼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영국과의 일전을 다시한번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야겠습니다.

1. 체력의 문제

우리나라의 가장 주된 전략은 바로 강력한 압박입니다.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시작부터 차단을 하고, 상대방의 진영에서 공을 계속해서 돌리면서 우세한 경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죠. 이는 수비적으로도, 그리고 쉴 새없는 공격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선수들의 많은 활동량을 요구합니다. 특히 중원의 세 미드필더와 양쪽 풀백은 지난 스위스전과 멕시코전을 교체없이 뛰었고, 스크린으로 보기에도 엄청나게 많은 활동량을 소화했습니다. 기성용과 박종우 선수는 경미한 부상을 안고 뛰기도 했습니다.

이런 많은 체력소모에 3일 휴식은 지속적인 압박축구를 계속하는데에 아킬레스건이 되었습니다. 압박의 정도가 상당히 떨어졌고, 개인기와 스피드가 좋은 가봉선수들에게 번번히 돌파를 허용했습니다. 언급한 선수들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선수단의 컨디션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세밀한 패스를 즐겨했던 우리나라였지만 체력의 문제로 볼터치가 길어지면서 볼 소유시간을 늘리지 못했고, 제대로된 공격찬스를 만들어낼 수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3일을 쉬고 영국전에 임해야 하는데, 체력회복은 영국전을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할 관건입니다.

2. 공격수들의 부진

3경기 2골, 그중 2경기에서 무득점. 우리나라 공격진의 부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수비는 오늘경기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미드필더의 조직력은 역대대회 중 최고로 평가받지만, 이를 바탕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기회들을 마무리 지을 공격진들의 경기력이 너무 아쉽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특히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전방에 포진했던 박주영, 백성동, 김보경이 나란히 부진하면서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처음 멕시코전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였지만, 지난 스위스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안정을 찾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발이 무거워보이면서 좋은 찬스가 많았음에도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오늘 남태희 선수를 대신해 선발로 나온 백성동선수는 특히 좋지 못했고, 박주영선수도 골을 넣지 못하고 교체되었습니다. 영국이라는 거함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이 공격진의 칼을 다시한번 날카롭게 갈아야 할 것입니다.

3. 의지의 차이

지난 두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좋은 모습을 보였고, 우리나라의 언론은 물론이고 부정적이었던 해외언론들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놓는데에도 성공했습니다. 상당히 낮았던 우리나라의 메달가능성은 점점 밝아보이는 듯 했고, 주력선수들이 빠진 가봉을 상대로 쉬운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상대방이 전문수비수가 둘밖에 없었기에 우리나라는 더욱 더 매서운 공격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죠.

하지만, 사상 첫 올림픽 진출에, 한국을 꺾으면 8강무대를 밟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진 가봉의 의지는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좋았습니다. 물론 점유율이나 공격 기록은 우리나라가 앞서는 것이었지만, 가봉은 불리한 전력속에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죠. 후반 중반 골대를 맞추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습니다. 기복이 있다는 평을 받았던 가봉이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정신력이 빛나면서 시종일관 만만치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죠.

4. 우리나라가 얻은 것

우리나라가 얻은 것은 역시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수비의 안정감입니다.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난 멕시코와 가봉을 상대로 무실점경기를 했고, 스위스전에서도 한차례의 위기빼고는 경기를 잘 치뤘습니다. 그 어느 대회보다 '정성룡 선방'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던 대회인데, 그만큼 슛팅찬스를 내어주지 않은 우리나라의 짠물수비가 빛났습니다. 다음 경기는 우리가 치뤘던 세팀보다 강한 상대인 영국인데, 이 경기에서도 무실점을 기대합니다.

박종우 선수가 전반을 마치고 남태희와 교체되면서 우리나라는 기성용-구자철라인을 내세웠는데,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카드였습니다. 두 선수가 중원에 서는 것은 각급대표팀에서도 처음있었던 일인데, 압박에 집중하느라 몇몇차례 밸런스가 무너진 것을 보완한다면 차후에도 좋은 카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공격에 집중해야할 때,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집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전술적인 다양성에서도 큰 도움입니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쉬지 못했지만, 박종우는 45분만 소화하면서 체력을 안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5일 새벽, 영국과 4강진출을 놓고 한판을 벌입니다. 8강을 통과하면 브라질을 만나야하는 엄청난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너먼트의 특성상 이제 뒤로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홍명보감독이 3년을 준비한 이 대회, 유종의 미를 잘 거둬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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