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전, 3가지 전술적 우위를 노리자

Posted by Soccerplus
2012. 8. 3. 08:00 축구이야기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예선에서 우리나라는 1승 2무로 조2위를 거두면서 8강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조별예선에서의 좋은 경기력은 앞으로의 토너먼트를 상당히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8강에서 만날 상대가 영국입니다. 개최국에, 축구 종주국, 유난히 홈텃세가 심한 이번대회에서 수만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을 영국과의 대결은 분명히 어려운 대결입니다. 

개최국의 이득이나 분위기와 같은 기량외적인면들을 제외하고, 기량만 놓고 본다고 하더라도 영국은 이번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입니다. 라이언 긱스, 크레이그 벨라미, 톰 클레버리, 다니엘 스터리지, 마이카 리차즈, 애런 램지와 같이 우리가 좋아하는 빅클럽소속의 선수들이 즐비하고, 싱클레어나 앨런과 같은 선수들도 정말 무서운 선수들입니다. 조별예선을 거치면서 영국은 조직력이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더 무섭습니다. 우승후보까지 거론되던 우루과이를 누르고 조1위를 차지하며 8강에 오른 강팀이 바로 영국입니다. 

우리나라는 그에 반해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일단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있는 영국이라는 점도 무섭고, 우세한 점유율을 갖고도 3경기 2골밖에 넣지 못하며 공격진들이 슬럼프에 빠져있는 것도 두렵습니다. 거기에 우리나라는 주요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문제도 같이 갖고 있습니다. 박주영, 기성용, 박종우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기성용과 구자철, 그리고 양쪽 풀백 윤석영과 김창수는 이번 대회 내내 풀타임을 소화했습니다. 좋지 못했던 가봉전의 이유도 이 체력문제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두렵다고 하더라도, 승부는 승부이고 우리의 목표를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산입니다. 메달을 위해서 어짜피 험난한 일정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을 했고, 영국이 우리나라가 8강에서 만날 유력한 후보라는 것은 이미 대회시작전부터 예견한 일이었으니 말이죠. 겁먹기보다는 우리나라가 어떤 부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차분히 영국전을 준비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생각해보면, 우리가 승리할 여지가 곳곳에 보입니다. 

동등한 입장에서 8강에 오른 두 팀이지만, 우리나라가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간 우리나라는 우리가 불리한 경기를 펼치기보단 항상 우세한 경기를 펼쳐왔습니다. 점유율이나 슛팅, 코너킥, 프리킥과 같은 전반적인 경기기록에서 우리나라는 예선 3경기 항상 우위를 점해왔습니다. 

이러한 우위는 상대팀의 전술적인 소극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상대팀은 우리나라의 파상공세를 막기위해 수비라인을 내렸습니다. 풀백의 오버래핑은 물론이고, 미드필더의 공격가담도 줄인채 우리나라의 압박에 대비를 했고, 우리나라가 이렇다할 찬스없이 어느정도의 거리에서 슛을 때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상대가 이에대한 대비를 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뒷공간침투도 어려웠고, 좋은 기회를 만들기어려웠습니다. 가봉전에서 이러한 찬스가 여러번있었는데, 이미 벼랑끝에 몰린 가봉이 수비라인을 올려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만명의 관중의 환호아래 싸울 영국은 입장이 다릅니다. 클레버리, 긱스, 조 앨런으로 구성된 중앙미드필더진의 성향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풀백의 오버래핑도 인상적입니다. 역시 영국도 수비보다는 공격쪽에 무게감이 쏠리는 팀입니다. 

중원에서 싸우게 될 클레버리, 긱스, 조 앨런은 분명히 무섭고 대단한 선수들입니다. 맨유출신 선수가 둘이고, 리버풀로 기성용과 나란히 이적설에 오른 선수가 조 앨런입니다. 기량은 이미 검증이 되고도 남은 선수들이죠. 하지만 활동량과 압박능력은 우리나라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우는 가봉전에서 45분만 뛰면서 체력을 비축했고, 기성용과 구자철이 얼마나 싸워줄 수 있느냐가 걱정이지만 분명한 것은 긱스의 체력부담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긱스는 맨유에서도 10일에 한번꼴로 출장빈도를 엄격히 지켜주었는데, 이번대회에서는 이 열흘만에 이미 세경기를 치뤘습니다. 체력적인 면에서는 이들과 우리의 입장이 비슷하다는 것이죠. 

오버래핑이 잦은 버틀랜드와 리차즈의 뒷공간을 노릴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는 상대방풀백이 오버래핑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측면공격에서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경기를 했습니다. 특히 공간을 내어주지 않기 위한 플레이를 하면서, 우리나라는 공격쪽으로만 올라가면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 공격의 빈도는 떨어질수도 있는 경기가 되겠지만, 공격의 순도는 더 높은 경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도 주요한 공격패턴은 측면에 있습니다. 싱클레어와 벨라미의 양쪽날개는 매경기 득점포인트를 만들면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김창수와 윤석영이 다시한번 힘을 내줘야 하는데, 애초에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공격전술의 비중이 상당부분 풀백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서는 공격보다는 수비를 우선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보여준 풀백의 수비력은 정말 나무랄 곳이 없었고, 상대의 날개를 봉쇄하면 우리나라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지난 경기들 보다는 점유율을 내어주되, 중원의 압박을 유지하면서 상대방 날개를 풀백의 수비적인 운영으로 봉쇄하고, 우리는 공격적으로 나올 상대 풀백의 빈곳을 공략해야 합니다. 공격에는 문제가 있었어도 수비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우리나라는 일단 무리하게 덤비지 말고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해야합니다. 전술적인 우위를 갖고 우리가 원하는대로 상대방이 나와준다면, 우리나라도 90분간 실점을 하지 않고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연장까지 가도 좋고, 승부차기까지 가도 좋습니다. 상대가 강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도전자의 입장에서 전술을 생각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최국이라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를 하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상대가 영국이라는 것은 큰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선수들이 가장 선망하는 리그인 EPL의 수많은 관계자와 스카우터들이 이 경기를 관전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죠. 이미 유럽진출을 했지만 다음 시즌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박주영이나 기성용은 물론이고, 이번 경기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원하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일본의 대진운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길을 가야합니다. 지난 2002년에도 우리나라는 일본과 비교도 안되게 어려운 대진운이었지만 16강 8강 4강진출에 성공하면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주었죠. 그로부터 10년, 다시한번 기회가 왔습니다. 상대는 축구종주국이고, 우리는 영리한 전술싸움으로 상대방을 제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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