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전, 첼시의 교훈을 떠올리자
드디어 내일 새벽,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팀이 영국과 4강진출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입니다. 우리나라의 3번째 8강진출이고, 사상 첫 4강진출과 함께 첫 메달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대표팀은 조 1위를 차지하는데 실패하면서 영국이라는 난적을 8강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조별예선 3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8강에서 만날 영국은 우리가 만났던 세팀보다는 한 수준위의 팀입니다. 브라질에 이어 우승후보 2순위에 꼽히는 팀이고, 영국은 홈 어드밴티지라는 엄청난 전력상승효과를 등에 엎고 있습니다. 맨유, 리버풀, 첼시, 맨시티와 같은 빅클럽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7만여명이 넘는 밀레니엄스타디움의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은 우리에게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을 예상하는 이유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멕시코전에서 스위스전에서 체력을 모두 소진했고, 주요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고갈되어있는 상황입니다. 3일에 한번 열리는 살인일정은 선수들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거기에 베스트11과 후보선수의 전력차이가 크기에 기성용, 구자철, 윤석영, 김창수와 같은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은 3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습니다. 지난 가봉전에서 체력문제로 고전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다시한번 어려운 승부가 예상됩니다.
이번 경기 전략은 우리가 조별예선을 치뤘던 전략과는 다른 방법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중원의 압박을 최대화하면서 상대팀과의 점유율에서 우세함을 노렸습니다. 하지만 공격진의 컨디션 난조로 3경기 2골의 빈공에 시달렸고, 더 쉽게 경기를 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습니다. 박주영과 김보경의 컨디션이 특히 좋지 않았고, 지난 경기에서 사용했던 백성동카드도 일단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지난 경기들처럼 죽기살기로 압박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지난 경기처럼 우세한 점유율을 가져올지도 장담할 수 없고, 점유율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공격진이 골을 넣어줄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섵부르게 덤볐다가는 압박은 압박대로 하면서, 상대와의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도, 그렇다고 선제골을 넣으면서 유리한 고지에서 경기를 이어가기도 힘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너무 부정적인 예상이 아닐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만, 우리는 8강에서 훌륭하게 싸웠다는 말로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메달이고, 영국을 반드시 꺾어야 합니다.
전술은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이겨야 하는 경기를 해야하고, 비록 그 방법이 상당히 수비적이거나, 소극적인 방법이 되더라고 무조건 승리를 해야합니다. 이 경기는 미래를 내다보며 경기력에 만족할 경기가 아니고,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지요. 홍명보감독이 청소년대표팀을 맡은 이후, 3년의 성과가 한경기에 드러나는 경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지난 시즌 유럽무대에서 보여준 한가지 좋은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첼시입니다. 첼시는 분명히 그들이 상대한 바르셀로나나 바이에른 뮌엔에 비해 정말 약한 전력이었습니다. 부상선수도 많았고, 퇴장선수도 나왔죠. 하지만 그들은 정말 지능적인 수비블록을 형성하고, 상대방의 공간을 내어주지 않으면서, 주요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압박으로 빅이어를 들어올렸습니다. 90분내내 수비를 우선시해야하는 경기는 선수들에게도 정말 인내의 시간이었겠지만, 선수들은 수비를 우선시했습니다. 선수의 퇴장으로 드록바는 풀백으로 뛰었고, 선수의 연이은 부상으로 람파드는 홀딩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승리는 이 인내의 시간들을 이겨내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그들의 인내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지었죠.
물론 첼시마냥 90분내내 수비에만 집중을 하면서 '승리'보다 '무실점'에 가치를 우선시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와 영국의 전력을 분석해보면, 무조건 덤비기보다는 첼시처럼, 상대를 끌어들이고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친뒤, 후반 중반부터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것이 더욱 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벨라미와 긱스가 좌우에 자리잡을 영국은 중앙도 중앙이지만 측면에 강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싱클레어라는 서브멤버도 자리하기에 90분내내 이 부분을 공략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김창수와 윤석영이 섣불리 오버래핑을 계속하다가는, 백전노장들에게 공간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벨라미와 싱클레어는 이 공간활용에 굉장히 능한 선수들이니 말이죠. 우리나라가 공격보다 초반 수비에 집중해야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론 램지, 조 알렌, 톰 클레벌리가 나설 중앙미드필드진은 경기를 치루면서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약점은 수비를 전문으로 할, 전투적으로 상대와 싸워줄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 선수들 세명을 모두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럼으로 인해 영국의 플레이스타일은 그들의 롱볼축구에서 숏패스위주의 플레이로 변했지만, 여전히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수비적인 선수가 없으니 전체적으로 라인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는 이들에게 효과적인 압박을 가해주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약점도 존재합니다. 앞서말했던 중원에서 싸워줄 선수의 부재는 분명히 경기내내 우리가 영국을 괴롭힐 부분입니다. 거기에 양쪽측면수비가 계속해서 불안한데, 특히 좌측면의 버틀랜드는 분명히 우리나라의 윙어들이 공격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을만한 공격력에 비해 불안한 수비력을 갖고 있습니다. 마이카 리차즈가 이끄는 중앙수비는 분명 어느정도 두텁다고 할 수 있지만, 측면수비는 우리가 해볼만합니다.
박주영과 김보경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지만, 그들은 버려두기에는 아까운 카드입니다. 그들의 체력을 강한 압박으로 전반부터 소진시키는 것보다는 지동원이나 김현성을 이용해 높이싸움을 하면서 비교적 여유있는 체력으로 상대방을 괴롭히고, 후반전 20분 이후 해결사 두명을 투입해 승부를 보는 것입니다. 우리만 힘든 것이 아니고, 영국도 우리와 같은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공격에는 강하지만 수비에는 분명히 약점을 지니고 있는 영국이기에, 우리나라는 선수비후역습을 통해 빠른 공격을 기대해야합니다. 거기에 한두번의 세트피스 기회를 잘 살리면서, 영국을 무너뜨릴 비책을 찾아야합니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라는 축구계의 격언이 있지만, 때로는 상대방을 알고, 우리의 전력을 파악하면서 맞춤전략을 짜야합니다. 상대가 브라질과 같은 비교할 수 없는 강팀이라면 용감하게 싸워보자라는 말을 하겠지만, 우리는 분명 영국과 해볼만한 전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는 영국이라는 동기부여가 큰 상대이기에, 120%의 능력으로 4강진출에 성공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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