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해피엔딩영화의 마지막씬이 되길

Posted by Soccerplus
2012. 8. 10. 08:00 축구이야기


3년전이었습니다. 청소년대표팀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이 전격으로 내정되었습니다. 감독경험이 전혀 없는 홍명보 감독이었기에 이 감독내정은 사람들에게 많은 의구심을 들게 했습니다. 2006년 월드컵팀에서 코치로 벤치에 앉은 적은 있었지만, 감독직은 처음이었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감독데뷔전은 한일전이었고, 홈에서 치뤄진 한일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쓰디쓴 패배를 맛봤습니다. 그리고 그 패배를 함께 했던 선수들이 7명이나 포함되어있는 올림픽대표팀은 지금 런던에서 역대급 한일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년의 시간, 홍명보호는 한편의 영화를 써왔습니다. 감독 사령탑을 맡은지 1년도 되지않아 u-20청소년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지휘했고, 홍명보호는 머나먼 이집트에서 첫경기 카메룬에게 2:0완패를 하며 세간의 뭇매를 맞아야 했지만 이어서 벌어진 독일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 마지막 미국전에서 3:0이라는 결과를 얻으며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16강에서도 파라과이를 3:0으로 누르며 다시한번 멕시코 청소년월드컵의 신화를 재연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전에서 2:3으로 패하며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죠.

팬들의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 대회는 바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었을 것입니다. 23세까지 출전이 가능했지만 홍명보감독은 런던올림픽을 대비해 21세아래의 선수들로 엔트리를 구성했고 박주영과 김정우가 와일드카드로 가세하면서 파죽지세로 4강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4강에서 UAE에게 충격패를 당했죠. 당시 마지막 골키퍼교체가 결과적으로 마지막 골의 원인이 되면서 다시한번 홍명보호는 눈물을 흘려야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이란과의 경기에서 3:1로 뒤지던 경기를 4:3으로 따라잡으면서 국민들을 감동케했고, 이 경기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역대급경기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홍명보호는 런던올림픽 예선에 돌입했습니다. 중동의 강호 세팀과 만난 우리나라는 어려운 승부를 계속했지만 3승 3무로 올림픽진출 티켓을 따냈습니다. 어려운 승부들이었지만 우리나라는 극적인 승부를 계속해서 연출했고, 런던올림픽 진출이라는 1차목표를 달성했습니다.

19세부터 손발을 맞쳐온 선수들의 호흡은 너무나도 좋았고, 구자철, 홍정호, 김보경, 기성용과 같은 선수들은 이미 성인무대에서 그 기량을 검증받았기에 이번 대회가 더욱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병역논란으로 대표팀에서 나와있던 박주영선수를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데려왔던 홍명보호는 더욱 더 완벽해집니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쉽게 흘러갈 수는 없는 법. 간판수비였던 홍정호의 부상, 거기에 그를 대비하기 위해 와일드카드로 내정했던 이정수가 구단의 반대로 합류하지 못했고, 김영권과 짝을 이룰 것이라 예상되었던 장현수마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탈락했습니다. 거기에 박종우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드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었던 한국영이 부상당하면서, 홍명보 감독이 택할 수 있는 전술적 다양성이 매우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홍명보호는 런던에 입성했습니다. 예선 세경기를 통해 예선탈락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무마시켰고, 8강전에서 영국을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했습니다. 4강에서 브라질에게 완패를 하며 주춤했지만, 여전히 한번의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황이고, 부상으로 제대로된 전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우리는 내일 새벽이면 이 영화의 마지막을 보게 됩니다. 런던올림픽 메달프로젝트의 마지막 경기, 바로 숙적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입니다. 정말 운명의 장난이라도 하듯, 숙적 일본과의 3-4위전은 홍명보호가 만드는 영화의 마지막씬이 될 것입니다. 

한일전, 가히 이번 대회 우리나라가 치루는 경기중 가장 주목을 받을 경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최고 인기종목 축구, 수십년간 아시아의 왕좌를 다퉜던 우리나라와 일본이 이자리에 서있습니다. 평가전에서도 절대 지지 않아야 할 팀이 일본인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우리는 일본을 만났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한다는 것은, 한국축구의 미래가 상당부분 걸려있다고 말할정도로 의미가 큽니다. 동메달도 동메달이지만 메달을 딴 뒤 돌아오는 병역혜택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에게는 정말로 필요한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 세대이후, 많은 선수가 병역의무로 선수성장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병역에 대한 논란은 점점 더 첨예해져, 박주영선수문제를 낳기도 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병역문제를 해결한다면 박주영은 물론이고 지동원, 구자철, 김보경, 기성용, 윤석영, 김창수, 김영권, 정성룡, 박종우, 남태희, 백성동과 같은 유망주들은 2014년 브라질의 주역으로 거듭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일 양국의 명예와 그간의 라이벌 관계를 생각하면, 그리고 이 메달이 주는 커다란 의미를 생각하면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입니다. 두 팀모두 체력적으로 바닥이 나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경기는 두 팀모두 물러설 수 없습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의 아쉬운 패배와 작년 8월 삿포로에서의 3:0 완패를 설욕할 완벽한 기회가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선수 면면이 화려하지만 일본도 4강까지 올라왔고 스페인을 꺾었던 저력이 있는 팀이니만큼,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리고 이미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알고 전력을 잘 알고있기에, 이날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 정신력과 의지의 싸움이 되지않을까 생각됩니다. 백중세의 예상속에, 누가 더 체력의 한계를 잊고 더 많이 뛰고 더 의욕있는 플레이를 펼치는가가 중요합니다. 

이제 단 한 씬만 남았습니다. 주인공은 최후의 적과 마주하고 있고, 주인공과 상대모두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인공의 승리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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