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메시가 아니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9. 4. 09:1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1무 2패, 박지성 선수가 주장으로 있는 QPR의 현재 성적입니다. 3경기에서 무려 8실점을 했고 득점은 두 골밖에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대부분의 경기를 승리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박지성 선수가 이렇게 매경기 고개를 숙이고 운동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익숙치않은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매우 슬픈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지만. 

QPR은 이번 시즌에 EPL20개 구단 가운데에서 가장 성공적인 여름이적시장을 보냈던 구단입니다. 훌리우 세자르, 스페판 음비아, 주니어 호일렛, 파비우 다 실바, 삼바 디아키테, 조세 보싱와와 같은 선수들을 데려왔고, 이적하자마자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된 박지성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완지시티와의 경기에서 0:5로 대패했고, 노리치시티에게 답답한 경기를 하면서 1:1로 비겼습니다. 맨시티와의 경기에서도 1:2로 패했고, 앞으로 강호인 첼시와 토트넘과의 일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은 두경기가 치뤄지면 시즌 5경기가 지난 후에도 1승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대진운이 좋지 않습니다. 팀이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데 연속으로 강팀과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으니 승리를 예상하기 힘들어집니다. 선수들의 조직력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첫승은 정말 중요한 일인데, 첫승은 멀어만 보입니다. 현지팬들은 마크 휴즈 감독의 지도력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많은 지인들이 QPR의 경기가 끝나면 저에게 물어봅니다. QPR은 왜 계속지냐, 박지성이 못하는 것은 아니냐 뭐 이런 식의 질문입니다. 우리나라 팬들에게 퀸즈 파크는 박지성의 팀으로 각인되어있으니, 이렇게 생각되는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성이 이적했으니 하루아침에 팀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팬들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특히 박지성 선수의 영향력이 큰 QPR의 부진에 대한 책임이 상당부분 박지성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팀의 전력이 박지성에게 몰려있고, 특히 맨시티와 같이 상대가 강한팀과의 경기에서는 박지성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공격진의 선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미드필더와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박지성선수의 활동폭이 넓어지고, 공에 관련되는 일이 많아집니다. 

공격적으로 성공적인 마무리보다는 중간에서 끊기는 경우가 많은 QPR의 공격에서 많은부분을 차지하는 박지성이기에, 그 모습이 부진하다 혹은 기대에 못미친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가 봅니다. 팀에서도 맨유출신 박지성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커보입니다. 등번호에, 주장에, 명성이 뛰어난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초특급대우를 해주니 말입니다. 

공격진에서 드리블을 많이 치고 나오면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해야하고, 수비는 수비대로 해줘야 하고, 패스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번뜩이는 패스를 기대하게 됩니다. 슛은 언제나 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만드는 것이어야 하고 말이죠. 그렇지 못하면 박지성 선수에 대해 기대이하라며 답답해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박지성을 보기위해 QPR경기를 보는 우리나라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국 현지에서도 심심치않게 나오는 이야기라 더욱 더 놀랍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주장을 하기보다는 훌리우 세자르나 안톤 퍼디난드가 어울리고, 박지성보다는 개인기가 좋은 매키가 윙어자리에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박지성 선수는 메시가 아닙니다. 세계적인 클래스를 가진 선수지만 이제 나이도 31세이고,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향해서 달려가는 선수입니다. 한두차례의 플레이로 경기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라기보다는 경기내내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에 도움을 주는 선수입니다. 3경기동안 공격포인트가 하나도 없었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는 골과는 거리가 먼 중앙 미드필더의 자리에서 뛰었고, 어제 경기에서는 윙어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맨유라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한 팀에서 뛰다가, 지금 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선수들과 뛰고 있기에, 그리고 이적한지 이제 2달밖에 되지 않았기에 호흡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루니같은 선수들이 그의 패스를 받아주다가 이제 그보다 아래레벨의 선수들과의 호흡은 적응이 필요합니다. 박지성 선수의 패스가 나쁘고 부정확하기 보다는, 그의 패스를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주듭니다. 박지성 선수는 EPL 킬패스랭킹 4위에 랭크되어있을 정도로 질좋은 패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팀의 조직력이 갖춰져있지 않으니, 핵심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집니다. 핵심선수는 박지성 선수이고, 경기내내 답답한 QPR에서 한두번 시원한 돌파가 나온다면 그 것은 박지성 선수의 것입니다. 기대를 모았던 많은 윙어들의 폼이 굉장히 떨어져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시즌 8경기 6골을 넣은 시세의 컨디션도 좋지 못하죠. 박지성 선수가 특출난 개인기를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아는 사실이고, 그에 대한 기대를 조금은 낮춰도 될 것같습니다. 

팀의 성적이 꼭 한 선수의 성적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박지성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즌이 계속되면서 컨디션이 좋을 때도, 좋지 않을때도 있지만, 팀에서 중용을 받고 있는 박지성 선수의 컨디션은 두 시즌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때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경기를 바꿔놓는 선수라기보다는 팀을 바꾸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서서히 변해가고 있고, 맨시티전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 QPR입니다. 다음 두 경기에서 조금 더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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