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이란전, 한국에게 없었던 한가지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0:1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우리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경기였고, 심지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이란원정의 벽을 넘지 못한채, 0:1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예전까지의 이란원정에서의 승부와는 다르게 상당히 공격적으로 상대를 잘 밀어붙였고, 중원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점유율면에서나 공격찬스면에서나 상대보다 우세한 경기를 펼쳤고, 심지어 후반 초중반 상대편 쇼자에이선수가 퇴장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패하고 말았습니다.
완벽한 찬스는 거의 내어주지 않을 정도로 수비는 좋았고, 우리나라는 골대를 두차례나 맞추며 불운했습니다. 상대는 후반부터는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리며 선수비 후역습전술을 감행했고, 좋지 않은 잔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은 김신욱을 이용한 공중볼을 주된 공격루트로 삼아 상대를 잘 공략했습니다. 상대는 단 한차례의 기회를 살렸고, 우리는 그 기회를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패배는 아쉬운 결과이고 이로써 우리는 다시한번 혼돈의 승점싸움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만, 과정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간에서는 김신욱선수를 이용한 단순한 공격루트가 통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신욱카드는 상당히 유용했고, 상대수비를 괴롭혔습니다. 김신욱선수가 상대편안쪽에서 계속해서 헤딩경합을 시도하니, 상대편 센터백은 물론이고 중앙미드필더까지 공격진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기성용이 상당히 공을 많이 잡으며 중앙에서 볼배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가능했고, 윤석영은 활발하게 오버래핑을 하면서 공격을 도왔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상대가 한명퇴장당한 순간에도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한 부분이었죠.
이란은 절실했습니다. 감독인 카를로스 퀘이로즈는 경질위기에 처해있고, 이번 경기를 패배한다면 카타르, 레바논, 우즈벡에게 밀리며 월드컵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3주전부터 대형천막을 치며 비공개 훈련을 했고, 10만 홈관중의 열정적인 응원도 뒷받침되었습니다. 승부를 가른 것은 이 상대의 절실함이었고, 고지대에서 제대로 전술을 펼치기도 힘든 상황에서 벼랑에 몰린 쥐가 호랑이를 물었습니다.
이번 경기를 보고나니 3년전 경기가 생각이 납니다. 그당시에도 우리나라는 이란, 사우디와 같은 중동의 강호와 한조에 속했고, 이란원정은 이 월드컵최종예선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김정우, 박주영등 2010남아공멤버들이 그대로 있었고 거기에 정성훈, 이근호등 당시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선수들이 함께 뛰었죠.
경기양상도 비슷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청용의 측면, 그리고 센터포워드들의 저돌적인 포어체킹으로 우세한공격을 펼쳤습니다만, 상대는 역시나 선수비후역습을 택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기 어려웠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는 오늘 우리나라를 상대로 골을 넣었던 자비드 네쿠남에게 프리킥골을 허용하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골을 넣으면서 상대의 수비는 더욱 더 강해졌고, 침대축구의 강도도 더 강해졌습니다.
10만의 열정적인 원정, 고지대 경기, 누적된 피로, 상대의 좋지 못한 경기 매너까지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기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공격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확실한 에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캡틴 박지성의 존재였지요. 경기가 잘풀리지 않았고, 특히 박지성선수의 몸은 좋지 않았습니다만, 허정무감독은 팀의 해결사였던 박지성을 빼지 않았습니다. 아니 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종료 10분전 박지성 선수는 프리킥후 문전쇄도하며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렸고, 이는 남아공월드컵 진출로 이어졌습니다.
똑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우세한 경기를 펼쳤고, 우리는 이기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격진에서 믿고 공을 줄만한 선수가 없었습니다. 박주영, 이청용, 이근호, 김보경은 모두 부진했고 기대했던 손흥민 선수도 클럽에서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공을 잡을 때, 기대되는 선수 그 선수의 존재가 없었고, 우리는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며 종료휘슬이 울릴때까지 김신욱의 머리만 보았습니다. 상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네쿠남이 한번의 기회를 그대로 골로 연결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었죠.
조광래호에서는 매경기 골을 넣는 박주영이었습니다만, 최강희호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 많은 공격자원가운데에서 가장 믿을만한 에이스는 박주영이지만, 아직 3년전 박지성의 모습은 보지 못합니다. 박지성의 후계자로 뽑힌 두 명의 공격수 김보경과 손흥민이 모두 나왔지만 한 선수는 폼저하, 한 선수는 전술의 적응문제를 보여주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기량면으로는 박지성다음으로 손꼽혀야할 이청용선수도 소속팀에서 주전자리를 찾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매 경기 주전공격수가 바뀌어 왔습니다. 이동국이 중용되더니, 이번 경기에서는 아예 뽑히지도 않았고, 공격수로 중용받지 못했던 손흥민 선수가 이번 경기에서는 최고의 기대주로 평가받았습니다. 지난 경기에서는 김보경, 이청용, 이동국, 이근호가 나왔고 이번 경기에서는 박주영, 김보경, 이근호, 김신욱이 나왔습니다. 그전경기에서는 염기훈이, 그전 경기에서는 구자철이 나왔습니다. 매경기 바뀌면서 팀의 조직력을 꾀할 수 없게되었고, 특히 이문제점은 원정경기에서 더 크게 드러납니다. 공격진에서 짜임새가 매우 부족해지면서 김신욱의 헤딩에만 의존하는 모습이었죠.
어쩔 수 없습니다. 경기는 이미 끝났고, 이제 우리는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합니다. 비록 우리가 패했습니다만 여전히 조 1위이고, 여전히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홈경기가 3경기이고 레바논 원정만 넘으면 우리나라는 어렵지 않게 조1위를 수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사의 부재, 그리고 공격진의 짜임새는 앞으로 최강희호가 가져가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글이마음에들면추천↓한방! (로그인 불필요)블로그가마음에들면정기구독+ 해주세요szsoccerplus.co.kr 로 더 편하게 저의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