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어쩌면 지금이 진짜 위기일수도
제가 이 블로그를 만든 계기는 다름아닌 박지성 선수였습니다. 박지성 선수에 관한 많은 기사를 보며, 기자들이 말도 안되는 '위기설'을 떠들어 대는 것을 보고, 수년간 박지성을 본 팬으로써, 현지인들의 평가와 박지성의 위기설들이 위기가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년반을 넘게 블로그를 해왔고, 수많은 위기설에도 끄떡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작년시즌은 박지성 선수에게 가장 혹독한 시즌이었습니다. 나오는 경기마다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지만 박지성 선수는 중요한 경기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결국 주전경쟁에 밀렸고, QPR로 이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역시도 선수로서의 입지가 한계단 밀려나는 것이아니라, 새로운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QPR에서 더 좋은 활약을 통해 그를 보낸 맨유관계자들을 아쉽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위기설이 위기가 아니라고 느꼈던 가장 큰 이유에는 박지성선수의 선수로의 기량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기대이하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박지성은 그 전 8경기를 나오지 못했기에 당연히 컨디션의 문제가 있었으며, 이번 시즌 선발로 계속뛰다보면 폼이 올라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관리에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성실한 선수기에, 박지성 선수의 QPR에서의 새로운 성공을 믿었습니다.
QPR으로의 입성은 이적 당시에는 굉장히 충격적인 것이었지만, 구단의 확실한 투자와 그에 대한 환대등을 보면서,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박지성 선수가 주장완장을 달면서,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를 더욱 더 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장완장의 의미는 팀의 얼굴이란 의미이며, 그 완장만큼 올 시즌 전망을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한 신임에 힘입어 박지성 선수는 이번 시즌 8경기를 모두 선발출장했고, 거의 모든 시간을 풀타임으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8경기에서 골은 한 골도 못넣었고, 어시스트도 단 1개를 기록했을 뿐입니다. 팀에서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박지성 선수의 공격포인트와 활약도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박지성 선수는 팀에서 주장답지 않은 비중을 보여주면서 팀의 부진에도 피치못할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위기라고 생각이 드는 이유는, 맨유에서 보여주던 공격력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맨유와 QPR에서의 위치와 역할은 다릅니다만 윙어로써 당연히 보여줘야할 공격력이 실종되었습니다. 애초부터 드리블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기에 돌파의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좋은 전진패스나 공간침투또한 없어졌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공을 줄 곳이 없다거나, 혹은 박지성 선수의 뛰어난 공간 침투를 읽어낼 선수가 없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QPR은 맨유와 같은 강팀이 아니고, 박지성 선수선수인생에서 다시 그러한 강팀으로 가기는 힘듭니다.
결국, 경험이나 기량이나 본인이 가장 뛰어난 위치에 있습니다만, 다른 선수가 따라주지 않을 경우에는 본인이 해결을 해야하는데 이 부분이 잘 되지 않고 있고, 결국 QPR의 경기를 보면 타랍이나 호일렛과 같은 선수들의 볼 점유시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에버튼전에는 이러한 면이 극명하게 드러나보였는데 박지성이 공을 잡을때보다 오히려 아델 타랍이 공을 잡을 때 더욱 더 기대가 되는 마음이었습니다.
박지성이 QPR의 전술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랍이나 호일렛, 션 라이트 필립스와 같은 와이드한 윙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박지성 선수이고, 발이 느린 수비수들탓에 공수간격이 벌어졌고, 그 공간들을 메우기바쁜 박지성 선수의 공격력이 현저히 떨어져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팀탓을 할수는 없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전술이해도'에 있었는데, 감독이 요구하는 공수의 밸런스역할에서 공격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수비적인 옵션을 많이 부여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팀내 무너진 밸런스를 혼자 메꾸고 있다고 하더라도, 훗날 '박지성이 못한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못해서 팀이 무너졌다'라고 하기엔 현재 선수들도 나쁘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감독탓을 할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주장에게도 어느정도 멍에를 씌울 수 있는 입장입니다.
맨유에서도 항상 위기라면 위기였죠. 그럴 때마다 박지성 선수는 부족한 골결정력을 보완한다던지,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형윙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든지, 맨유에서 꼭 필요한 전술적 옵션으로 등극을 하면서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2~3년전에는 박지성 선수가 한두경기 경기에 못나오거나 부진하더라도 다음 경기부터는 부활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를 누구보다 잘 활용하는 퍼거슨의 존재가 매우 컸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감독의 역량도 미지수이고, 선수들의 역량과 전술적인 쓰임새도 박지성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공격수는 공격으로 말해야하는데, 공격적인 모습은 사라진채, 리그가 진행되어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질 못하고 있습니다. 8경기를 뛰면서, 팀은 한경기를 이기지 못했고 박지성역시도 이날은 최고의 경기였다라고 뽑을 만한 경기가 없습니다.
31살의 나이, 늘 따라다니던 부상, 리그 최하위의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박지성에게는 한경기, 한경기가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맨유에서보다 더 많은 책임감과 더 많은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번 시즌 절반이상이 바뀐 QPR선발진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프로는 실력으로, 그 실력은 결과로 이어져야하고 아직 30경기가 남았습니다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력과 팀의 리그 순위는 정말로 박지성에게는 위기처럼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뒤에는 기회가 있고, 이러한 팀이 반전을 시작한다면 또 스포트라이트는 주장인 박지성선수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주장으로의 막중한 책임감은 때로는 영광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위기, 그리고 가장 큰 기회의 서막이 될수도 있습니다. 늘 위기마다 현명하게 잘 이겨냈던 박지성선수이니만큼,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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