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맨유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카가와

Posted by Soccerplus
2012. 10. 25. 08:00 축구이야기


어제 새벽 펼쳐진 브라가와의 챔피언스리그 H조 예선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은 상당히 흥미로운 포메이션을 내세웠습니다. 윙어천국이던 맨유에 윙어라고 보이는 선수는 한 선수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4명의 공격수를 투입하면서 이제껏 보아왔던 맨유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로빈 반 페르시, 웨인 루니,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카가와 신지가 모두 선발로 나왔으며 톰 클레버리, 대런 플레쳐정도의 미드필더 플레이어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리그 몇경기에서 간간히 선보였던 다이아몬드 전술을 이번 경기에서 주된 전술로 내세운 것입니다. 앞선 두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승점의 여유가 있었고, 거기에 홈경기였기에 새로운 전술을 시험할 여력이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맨유는 앞서 말씀드렸듯,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공격수들을 모두 경기에 투입하며, 올 시즌 새로운 전술을 시험해보았습니다. 

맨유는 늘 화려한 윙어들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는 스타일의 전술에 익숙해져있었습니다. 굳이 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까지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최근 맨유에는 애쉴리 영,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에 박지성이라는 4명의 세계적인 윙어들을 보유하며 이들을 활용한 공격을 주로 펼쳤습니다. 양쪽 사이드라인의 스피드와 개인기를 중심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었죠. 이 4명의 윙어들의 능력은 뛰어났고, 거기에 중앙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배가되어 최근 몇시즌동안 좋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브라가전에서 맨유가 내세운 다이아몬드 전술은 이와는 전혀 다른 공격 방법을 활용합니다. 두명의 공격수와 그 아래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격을 주도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두명의 미드필더(클레버리, 카가와)는 측면이 아니라 중앙으로 집중된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치며, 많은 활동량으로 정해진 포지션을 뛰는 것 보다는 순간적인 선수들의 컴비네이션플레이를 활용합니다. 이를 제대로 활용했던 것이 2004년시즌의 AC밀란이었는데 시드로프, 가투소, 피를로, 카카로 이루어진 4명의 미드필더는 이 전술에 적격이었습니다. 맨유의 중원을 담당했던 카가와와 클레버리는 많은 활동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언뜻보면 이러한 전술은 상당히 잘 맞아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술은 한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활동량이 필요한 미드필더 선수들의 수비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측면보다는 중앙쪽으로 전술의 기울기가 기울어져있고, 측면공격에 취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공격적으로 쏠린 전술이다보니 이 포메이션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장면에서 선수들의 호흡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브라가전에서 보여준 맨유의 수비력은 매우 불안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20분만에 2골을 허용했는데, 두 골모두 오른쪽측면에서 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측면 공격에 취약한 이 포메이션의 단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죠. 치차리토의 2골과 세트피스골로 한골을 넣으며 역전승을 거뒀지만, 맨유의 홈에서 브라가정도의 팀에게 졸전을 펼쳤고, 60퍼센트의 점유율을 가져왔음에도 슛팅숫자는 2개밖에 차이가 나지않는 경기를 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경기였습니다. 후반전 카가와가 빠지고 나니가 들어가면서 조금 유연한 포메이션을 가져가면서 역전에 성공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닙니다. 

이러한 경기를 보면서, 과연 맨유가 앞으로 시즌을 계속하면서 이러한 전술로 모험을 감행할 수 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에 따라 전술적인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갑자기 너무 큰 변화들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포메이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윙어들의 희생이 필요한데, 나니, 영, 발렌시아와 같은 선수들을 벤치에 앉히는 것은 전력의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밀란의 가투소나 시드로프, 혹은 첼시의 발락이나 에시앙과 같이 수비력을 겸비한 미드필더가 없는 맨유에게 이 포메이션은 맞지 않는 옷으로 보입니다. 애초에 중앙미드필더진이 옅은 맨유에서 이러한 수비력을 겸비한 롤을 맡아줄 플레쳐나 클레버리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도도 할 수 없는 포메이션이기도 합니다. 퍼거슨 감독은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의 시험가동을 말하고 나섰지만, 과연 이번주말에 펼쳐질 첼시와의 빅경기에서도 이 전술을 들고 나올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 다이아몬드로의 변형을 꾀하게 만든 이유중 하나가 바로 카가와 신지입니다. 기존의 맨유의 4-4-2에 활용하기에는 애매한 포지션이고, 그렇다고 4-2-3-1의 중앙공격형미드필더로 기용하자니 루니라는 거대한 벽이 있습니다. 카가와의 재능을 인정하는 입장이고, 퍼거슨도 그의 활용방안을 고심해 다이아몬드를 시험해보는 모양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전술이 계속가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공격수의 숫자는 넘쳐나고, 미드필더의 숫자는 그에 비해 부족하기에 어제 경기에서는 루니가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카가와가 그 아래자리에 위치했습니다만, 카가와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루니가 최근 몇경기에서 반 페르시의 아래자리에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에, 섯불리 이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압박의 강도가 높은 지금의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카가와의 시련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출전했던 몇몇경기에서 높은 몸싸움강도를 이기지 못하고 전진하지 못하던 그의 모습, 변화가 필요합니다.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고, 웰백과 치차리토도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기존의 루니와 반 페르시와 어떤 조합을 이룰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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