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철퇴축구, K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11. 1. 08:00 K리그 이야기

철퇴축구, 이제는 축구팬들이라면 아니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철퇴축구라는 말을 들으면 익숙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울산 현대의 김호곤 감독이 구축한 철퇴축구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K리그를 빛내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울산현대는 우즈베키스탄챔피언 분요드코르를 2:0으로 누르고 4강전 도합 5:1로 분요드코르를 완파하면서 결승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철퇴축구의 특징은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잔뜩움츠렸다가 묵직하게 상대를 역습하는 한방에 있습니다. 강민수, 곽태휘, 이용, 김영삼의 탄탄한 수비진에 이호와 에스티벤이라는 리그 최고의 수비형미드필더, 거기에 김신욱, 이근호, 하피냐, 김승용으로 이루어진 주전진은 철퇴축구에 최적화된 조합입니다. 두터운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한 뒤, 공격진의 빠른 역습전개로 묵직한 철퇴를 날립니다. 2명의 수비형미드필더는 물론이고 공격진의 미드필더까지 수비라인까지 내려오면서 상대를 괴롭히면서, 공격진에는 빠른 전개를 통해 상대의 무너진 수비를 노립니다.

김호곤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평이 부정적인 감독이었습니다. 철퇴축구라는 별명이 붙기전, 사실 그가 구사하는 축구는 선수비후역습을 지향하고 있었고, 김신욱이라는 큰 공격수를 이용한 롱볼패스였습니다. 선수비후역습이라는 전략은 수비를 중시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전술은 팬들에게 외면받기 쉬운 전략이죠. 하지만 김호곤 감독의 철퇴축구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를 계기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 돌입하면서 이근호가 들어왔고, 이근호의 영입은 울산 공격에 윤활유가 되었습니다.

김신욱선수의 기량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전형적인 타겟맨 역할에서 벗어나 공격형 미드필더자리에 위치하면서 공격의 중심에 서고, 하피냐와 이근호의 측면드리블링과 결정력이 조화를 갖추게 되면서 공격의 힘이 부쩍좋아졌습니다. 역습축구를 구사하면서도 아챔 16강 첫경기에서 3골, 8강 두경기에서 5골, 4강 두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이근호, 김신욱, 하피냐의 결정력이 정말 엄청납니다. 어제 경기의 두골도 상대의 수비가 채 갖춰지기도 전에 골을 넣으면서 철퇴축구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김신욱, 곽태휘가 버티는 세트피스 공격은 국가대표팀에서도 가장 믿음직스러운 타워입니다.

거기에 아챔우승에 올인을 선언한 김호곤감독의 능력도 감독으로써 한단계 성숙해진 모습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주전선수가운데 6명이 경고누적으로 결승전 결장의 위험이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모두 출장시키면서 승부수를 띄웠는데, 이선수들은 경고를 한장도 받지 않으면서 울산을 결승에 올려놓았고, 예상보다 거셋던 상대의 공격도 무실점으로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챔경기가 있는 주에는 주전선수들을 챔스경기에 집중시키면서 '선택과 집중'에도 성공했습니다. 

지난 시즌, 전북 최강희 감독의 '닥공축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을 통해 K리그를 대표하는 전술과 팀으로 등극한 기억이 있습니다. 최강희 감독의 닥공축구는 축구팬들에게는 이미 널리알려진 유명한 전술색이지만, 전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통해 국민적인 유명세를 얻은적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알 사드와 수원의 난투극이 4강에서 벌어졌고 이로인해 아챔과 전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전주성이 만원사례를 이뤘습니다만, 아쉽게도 결승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서울, 전북, 울산, 포항이 진출했습니다만 포항과 전북이 조별리그에서 아쉽게 탈락하고 성남마저 16강전에서 분요드코르에게 패배하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광저우, 호주의 애들레이드, 그리고 다섯팀의 중동팀과의 싸움에서 이제 여섯팀을 제치고 최후의 두팀이 남았습니다. 이번 챔스리그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9승 2무의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는 울산은 K리그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K리그에 많은 팀이 있습니다만, 닥공축구, 철퇴축구처럼 한 팀을 대표하는 색깔을 갖고 있는 팀은 많이 없습니다. 어떤 팀을 생각했을 때, 그 팀의 매력이 머리에 담겨있다면 그 팀의 경기를 생각해보고, 흥미를 갖는데도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럽의 유명축구리그처럼, 팀들의 브랜드화만큼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처럼 K리그의 대표가 된 라이벌매치와 함께, K리그의 발전에 크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09년 포항, 10년 성남에 이어 아쉽게도 11년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2년만에 다시한번 우리나라 클럽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기회를 잡았습니다. 울산 문수구장에서 펼쳐질 이번 경기역시도 월드컵 축구만큼이나 국내팬들을 모을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전북의 닥공축구가 많은 축구팬들을 K리그로 이끌었듯, 울산의 철퇴축구도 멋지게 결승에서 승리하면서 K리그의 격을 한번더 상승시켜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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