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만난 반페르시에 찾아온 운명의 장난
지난 8월, 이적시장이 끝나가고 있을 즈음 이번시즌 최고, 혹은 최악의 이적이 성사되었습니다. 한 팀의 주장이자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졌던 아스날의 반 페르시가 리그에서 최고 라이벌 중 하나인 맨유로 이적하게 된 것입니다. 아스날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맨유는 몇년만에 루니의 짝을 찾게 되어 엄청난 전력상승을 이뤘습니다. 루니와 반 페르시가 이루는 투톱의 파괴력은 대단하고, 이 두 선수가 모두 선발로 나온 6경기에서 6전 전승을 거두면서 리그 10라운드만에 1위자리에 입성했습니다.
아스날 팬들에게는 그들의 에이스들을 상대팀들에 보내야했던 아픈기억들이 있습니다. 앙리와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로 떠났고, 지난 시즌에는 사미르 나스리가 맨시티행을 택했습니다. 아마도 가장 그들을 분노케했던 것은 아데바요르가 맨시티로 이적한 뒤, 아스날 팬들을 능욕했던 세레모니일 것입니다. 골을 넣고 경기장을 가로질러 아스날 원정팬들에게 보란듯 세레모니를 하면서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죠. 어제 열린 맨유와 아스날의 경기에서도 반 페르시의 골여부만큼이나 그의 세레모니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수많은 라이벌 전을 펼쳤고, 몇년전에는 로이킨과 비에이라의 게이트 사건이 있었을 정도로 극도의 라이벌인 아스날과 맨유의 대결에 새로운 이름이 붙었습니다. 바로 '반 페르시 더비'이죠. 팀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를 라이벌 팀에게 팔았습니다. 사실 팔고싶지 않았습니다만 본인이 원해서 나간것이죠. 반페르시는 이적하면서 맨유의 20번째우승을 위해 20번의 등번호를 달았고, 이적하자마자 엄청난 활약으로 현재 득점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나게 될 맨유와 아스날의 첫대결은 매우 관심을 끄는 경기였습니다. 반 페르시가 옛 팀동료들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혹시 골을 넣는다면 어떤 세레모니를 하게될지 기대가 되는 경기였습니다. 반 페르시와 90분내내 마주치게될 옛 동료들이 그에게 보복성플레이는 하게 되지 않을지, 그리고 전통의 라이벌끼리의 대결에 반페르시가 나오게 됨으로써 얼마나 거친 경기가 될지도 기대가 되는 경기였죠.
옛 동료들에 대한 감회가 남아있는 듯, 애정어린 악수로 게임을 시작한 반 페르시에게 운명의 여신은 킥오프 3분만에 그를 찾았습니다. 참 얄궃은 운명의 장난은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경기시작 3분만에 하파엘이 오른쪽 측면의 공간을 찾았고, 그가 날린 크로스는 베르마엘렌에게 갔습니다. 공이 워낙빠른지라 베르마엘렌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유유히 흐른볼은 반 페르시의 오른발에 얹혔습니다. 베르마엘렌도, 골키퍼 마노네도 먹지못할 볼은 그대로 그물을 흔들었습니다. 아스날의 현주장이 전주장에게 어시스트를 해준 셈이었는데, 한시즌만에 전주장의 유니폼은 그들의 최대라이벌의 것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골을 넣고 주목이 되었던 것은 그의 세레모니 여부였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아데바요르처럼 원정팬들의 속마음을 긁는 행동을 할지, 아니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유시절 그의 친정구단에게 했던 세레모니처럼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보일지, 혹은 이도저도아닌 제3의 세레모니를 보여줄지 말입니다. 그리고 반 페르시는 골을 넣고 아무런 기쁨의 세레모니를 하지 않았고 그에게 달려오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세레모니를 대신했습니다. 그를 믿고 수시즌동안 키워준 친정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것이죠.
참으로 아스날팬에게는 슬프게도, 반 페르시는 공을 잡을 때 마다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날 경기 최고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경기의 기선을 제압하는 첫골을 넣으면서 언론이 선정한 평점에서도 최고 평점을 기록했습니다. 루니가 아래를 휘저으면서 반 페르시는 뒷공간을 공략했고, 그의 위협적인 뒷공간 움직임은 여러차례 상대의 골문을 위협했습니다. 거기에 반 페르시는 90분동안 기록한 슛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골키퍼에게 위협을 가했는데, 전반전과 후반전 한차례씩 골과다름없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아스날 선수들은 집중견제를 했고, 팀에서 가장 많은 4개의 파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등번호인 10번을 이어받은 잭 윌셔는 전임 10번에게 깊은 태클을 걸다가 주의를 받기도 했고, 본인도 바카리 사냐에게 퇴장이나 다름없는 태클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걷히지 않은 앙금이 있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양팀 통틀어 9개의 경고카드가 나오는 거친 경기였습니다.
맨유팬들에게는 복덩이가 굴러온 느낌이겠고, 아스날팬들에게는 정말 허탈한 이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팀이 만난 첫경기에서 반페르시는 최고의 활약과 함께 골을 넣으면서 이날 경기를 본 많은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본인이 이적을 하고 싶어 나온 것이지만 본인의 축구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한 친정팀에게 비수를 꽂는 선제골을 넣은 반 페르시의 마음도 그리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순위싸움에서 쳐지며 맨유와의 경기 전까지 6위에 올라있던 갈길 바쁜 아스날은 다시한번 충격패를 당하며 초반 우승경쟁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반 페르시는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면서 두 팀의 희비는 또한번 엇갈렸습니다. 반 페르시에게 온 운명의 장난을 그는 받아들였고, 프로답게 자신이 넣을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아스날을 물리쳤습니다. 아스날 팬들에게는 '지더라도 반 페르시에게는 먹히지 말았으면'이라는 마음이 강했었을 경기였지만, 운명은 3분의 시간도 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제 3의 팬에게는 너무나 훌륭한 경기였고, 경기내내 반 페르시에게 집중하며 이 두팀의 라이벌전에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기도 했습니다. 진짜 더 큰 장난은 아마도 아스날의 홈경기에서 반 페르시가 등장할 때 벌어질 것입니다. 내년에 벌어질 아스날과 맨유의 리벤지매치도 많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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