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퇴축구', '닥공축구'의 한을 풀어다오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전주성을 가득 채운 3만여 관중들은 전북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목청이 터져라 응원했습니다. 0:1, 1:1, 2:1, 후반 로스타임에 터진 이승현선수의 동점골로 극적으로 2:2가 되었고 경기는 연장, 그리고 승부차기갔고, 아쉽게도 알 사드에게 분패하고 말았습니다. 작년시즌, 알 사드는 수원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난투극을 벌이며 비매너의 끝을 보여줬고, 전북과의 결승전은 마치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보는 듯 큰 관심을 가져왔지만, 복수극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동국, 에닝요, 루이스를 필두로한 전북의 '닥공축구'는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최강희 감독의 축구색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K리그의 대표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닥공'이라는 이미지는 최강희 감독이 떠난 이번 시즌에도 전북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년 전북이 아챔 준우승, K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닥공축구의 위용을 과시할때, 새로운 K리그의 히트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울산의 철퇴축구죠. 4명의 플랫한 포백수비진과 두명의 활동량과 대인마크능력이 좋은 수비형미드필더, 거기에 공격형미드필더까지 수비진의 최후방까지 내려오는 강력한 압박을 동반한 수비를 하다가, 역습찬스에서 품고있던 묵직한 철퇴를 내리꽂듯이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10명의 필드플레이어가 모두 수비진에 있다가도 순식간에 5~6명이 역습에 가담하는 모습은 울산이 보여주는 철퇴축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있죠.
울산은 이번시즌 이근호를 영입하면서 이 철퇴축구의 위력을 훨씬 더 배가시켰습니다. 특히 중동팀을 상대로 클래스가 돋보이는 골들을 보여주면서 울산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물이 오를대로 오른 골감각은 하피냐, 김승용, 김신욱과 함께 팀을 이끌면서, 대표팀과 J리그 시절의 많은 경험으로 철퇴의 묵직함을 배가시키고 있죠. 이근호 선수와 김신욱 선수의 빅 앤 스몰조합은 아시아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이근호와 함께 콤비를 이룰 김신욱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울산의 키플레이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센터포워드가 아닌 공격형미드필더의 위치로 많은 활동량과 함께 뛰어난 제공권을 이용해 철퇴축구의 마스코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6골, 전체 득점 순위2위에 랭크 되어있고, 특히 이번 경기에서는 김신욱의 머리가 경기의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축구블로거지만 사우디축구까지 챙겨볼수는 없기에 알 아흘리에 대해 알고 있을리가 만무합니다. 하지만 지난 알 이티하드와의 4강전을 잠시챙겨보니 공격적으로 매우 강한팀으로 보였습니다. 양쪽 풀백들의 오버래핑이 매우 활발하고 수비보다는 공격쪽에 방점이 맞춰져있는 팀입니다. 여러 기사들과 해설위원들의 코멘트를 참고해보니 공격쪽으로는 아랍쪽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고 하더군요.
전남에서 뛰던 시몬선수가 시모에스라는 이름으로 뛰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사우디리그 득점왕이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7골을 넣으며, 팀의 주포로 활동하고 있죠. 사우디 대표팀의 주력 미드필더인 알 자심, 콜롬비아 대표팀출신 팔로미노, 아르헨티나 자국리그 대표팀출신 모랄레스등 화려한 선수들을 자랑합니다. 지난 경기 알 이티하드와 난투극을 벌이면서 언급하지 않은 주력선수들이 나올 수 없다는 것도 호재입니다.
두 팀모두 결승에 오른 팀이지만 울산의 홈구장에서 경기가 벌어지는 것은 말하기에도 입아픈 엄청난 어드밴티지입니다. 지난 시즌 전주성과 같이 만원관중을 기대하며, 울산은 일방적인 응원으로 120%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 아흘리의 약점은 높이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주축선수들이 170초중반의 작은 선수이다 보니 세트피스나 크로스상황에서 약점을 노출할수밖에 없죠. 그리고 울산의 최대강점은 바로 김신욱, 곽태휘, 강민수등이 이끄는 높이에 의한 공격입니다. 세트피스는 매번 유력한 골찬스가 될 것이고, 이 기회들만 한두번쯤 살려준다면, 울산은 어렵지 않게 경기를 풀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시즌 아챔에서 엄청난 비매너 플레이로 꼭 알사드를 꺾길 바랬지만 아쉽게도 닥공축구는 승부차기에서 무너졌습니다. 2009년에 포항과 알 이티하드, 2010년에 성남과 조바한, 2011년에 전북과 알 사드가 만났습니다. 4년내내 한국팀과 아랍팀과의 대결로 아챔결승전의 구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랍의 오일머니보다 탄탄한 K리그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꼭 보여주길 바랍니다. 지난 시즌 닥공축구의 설움을 꼭 풀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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