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철퇴축구, K리그의 명예를 드높이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11. 11. 07:00 K리그 이야기

축구와 야구(엘지트윈스의 20년 팬입니다..)를 모두 다 좋아하는 팬으로써, 두 국민적인 인기스포츠를 대하는 언론에 대한 태도는 사실 섭섭함을 지나쳐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기 일쑤였습니다. 매번 케이블채널에서는 프로야구의 전경기를 중계해주는데에 비해, K리그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의 경기는 나몰라라 하는 느낌을 매번 받아왔습니다. 뭐 사실 그래왔었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의 중계도 저 멀리 동남아시아의 중계를 따와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늘 있어왔던 일이었기에 놀랍지 않았습니다. 

어제 아침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 선수가 280억원이라는 놀라운 몸값을 받아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매우 기쁜 일이지만, 류현진 선수의 기사가 하루종일 나오는 상황에 울산의 챔스리그 결승은 이렇다할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같은 시간 삼성과 롯대의 아시아 시리즈가 공중파 중계예고가 있었고, 두 팀은 예선탈락하고  말았죠. 오묘하게 두 인기 종목이 반대되는 길을 걸었던 어제, 울산과 알 아흘리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두개의 케이블 채널 중계로 시작되었습니다. 42000명의 관중석이 들어찼고, 분위기는 울산의 철퇴축구를 위해 매우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경기 전까지 올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1경기 무패, 그리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7연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있었던 울산은 알 아흘리라는 호적수를 만났습니다. 울산은 어려운 8강과 4강, 어려운 아랍원정에서 모두 승리를 하는 괴력을 발휘했고, 알 할르리라는 호적수를 만나서도 그들은 무게중심을 공격쪽으로 두는 그들의 전술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맞선 알 아흘리는 사우디 리그에서 가장 좋은 공격력을 보유한 팀이었고, 울산의 철퇴축구를 막기위해 김신욱을 맨마킹시키는 맞춤전략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6명이 경고를 받으면 다음 경기 출장이 불가했고, 팀이 우세했던 스코어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김호곤감독은 지난 4강 2차전에서도 이 주전선수들을 모두 포함한 베스트 멤버를 모두 기용하면서 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의욕을 불살랐습니다. 이작전은 보란듯이 성공하면서 한명도 결승에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하는 선수들없이, 그들이 자랑하는 철퇴의 주역들을 모두 살려낼 수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결승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알 아흘리는 매우 험난한 4강전을 치루면서, 난투극을 통해 주전선수들이 결승에 나오지 못하는 악재마저 겹쳤죠. 

김호곤 감독은 하피냐를 가장 공격진의 꼭지점에 놓고, 김승용과 김신욱, 그리고 이근호를 그 아래에, 이호와 에스티벤을 더블볼란치로 사용했습니다. 곽태휘와 강민수 이용과 김영삼이 포백을 지켰고, 거기에 김영광선수가 골대를 지켰습니다. 공격의 대부분은 김신욱의 머리, 그리고 그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공을 노렸고, 수비시에는 공격선수들까지 강하게 압박을 해주면서, 상대의 공격을 매우 전진된 위치에서부터 막았습니다. 이러한 울산의 무거운 철퇴에 상대는 시작하자마자 당황했고, 초반 연속된 슈팅을 기록했습니다. 

전반전 시작한지 오래지 않아 울산은 알 아흘리의 골대를 열어제쳤습니다. 우월한 신장의 우세로 인해 매우 좋은 골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세트피스찬스에서 비롯되었죠. 파상공세를 펼치던 울산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습니다. 지난 2002월드컵 미국전이 생각될 정도로 비슷한 코스와 궤적으로 김승용의 정확한 크로스가 올라갔고, 곽태휘선수가 방향만 바궈놓는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전반 내내 상대를 압박하면서 12개의 슛을 기록했고, 한두번의 어려운 실수를 했습니다만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습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이호대신 고슬기를 투입하면서 조금 더 공격적인 변화를 가져간 울산은 더 단순한 루트로 상대를 공략합니다. 김신욱을 향한 롱패스, 빠른 역습을 통해 상대편의 옅은 수비진을 공략했습니다. 상대는 어렵사리 두어번의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동점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울산의 철퇴축구는 기어코 추가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역습상황에서, 비어있는 수비진, 김신욱의 머리라는 철퇴축구의 공식이 그대로 맞아떨어졌고,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궈준볼은 하피냐의 발을 맞고 들어갔습니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상황이었죠. 몇분뒤 김승용의 쐐기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축제분위기로 돌아갔고, 울산은 한국팀의 10번째 아시아대회우승이자 팀의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받아들었습니다. 

철퇴축구는 완벽했습니다. 상대를 슛팅숫자 2배이상의 차이로 제압했고, 그들이 원하는 경기를 90분내내 펼쳤습니다. 사우디리그 챔피언인 알 아흘리를 상대로 아직도 아랍리그와 K리그의 수준차는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4년동안 결승전의 양상은 한국vs아랍의 양상이었고, 우리나라는 그중 3개의 대회를 우승하면서 아시아 최강리그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통산 10번의 아시아 클럽대회 정상이자, 최근 4년간 3번째의 우승입니다. 울산의 8연승은 아시아대회에서는 신기록이고, 한 달 뒤,  클럽월드컵에 나가 다시한번 K리그의 위상을 드높일 것입니다. 북중미 우승팀인 몬테레이를 꺾으면 첼시와도 경기를 펼칠 수 있는데, 선수비 후역습의 끈적끈적한 팀컬러의 울산은 어떤 팀과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입국을 하면서까지 단단히 준비를 했고, 사우디축구리그에서는 아시아챔피언스 경기를 위해 리그일정을 5차례나 연기해주었을만큼 많은 기대를 했던 알 아흘리였습니다만, 울산의 벽은 너무나 높았습니다. 자국리그를 지키지못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영 맥을 못추리고 있는 J리그나, 오일머니에도 불구하고 늘 K리그에 밀리며 무너지는 아랍팀에 비교해 K리그의 위상은 대단합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다시한번 입증했습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만큼이나 거대한 축구이벤트가 있었음에도 야구뉴스가 이래저래 많이 나오는 아쉬운 주말이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은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여주었습니다. MVP를 차지한 이근호 선수부터 김호곤 감독까지 정말 좋은 경기를 보여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시아 최강리그, 그리고 아시아의 최강국임을 다시한번 입증하게 해준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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