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0:3 침몰을 자초한 디 마테오의 악수
지난 시즌의 첼시는 정말 매력적인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전력 그 이상의 정신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던 팀이기도 했습니다. 주력선수들이 모두 전력에서 아웃된 상황에서도 챔피언스리그 16강부터 결승까지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뭉쳐 거인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을 제압하는 모습은 첼시의 팬이 아닌 일반 축구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 강력했던 지난 챔스의 추억은 디 마테오를 감독대행에서 첼시의 정식 감독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첼시의 상징과도 같던 드록바가 나갔습니다만, 첼시는 그 어느팀보다 내실있는 영입을 했습니다. 브라질의 신성 오스카르, 벨기에의 호날두로 불리는 아자르로 대표되는 유망주 그 이상의 선수들을 영입했고 아즈필리쿠에타, 마린과 같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공수에 걸쳐 많은 영입을 했습니다. 시즌 초반 첼시는 무패행진을 거듭하며 리그에서 좋은 행보를 보였습니다만, 챔스에서는 그와같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유벤투스, 샤흐타르가 껴있는 죽음의 조였기에 지난 시즌 챔스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첼시도 쉽사리 조별예선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열린 챔스리그 E조 예선 5라운드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의 챔피언 유벤투스의 홈경기에서 열린, 첼시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챔스리그 결선 토너먼트 진출을 자력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경기였고,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2:2로 비겼던 아쉬운 승부를 낼수도 있는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비겨도 유벤투스에게 1점차로 승점이 앞서기때문에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를 볼 수 있었고, 특히 마지막 경기의 매치업은 첼시와 E조 최약체인 노르셀란이 붙는 경기이기에 굳이 이번 원정에서 결선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반면에 유벤투스는 이번 경기를 반드시 이기고, 첼시를 제치고 2위자리를 차지한 뒤, 마지막 샤흐타르경기에서 승부를 봐야하는 시나리오가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첼시를 이기지 못한다면, 유벤투스는 자력으로 16강진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첼시는 그들이 자랑하는 3백과 철벽과도 같은 중원선수들을 그대로 들고 나왔습니다. 키엘리니, 보누치, 바르잘리에 부폰골키퍼가 지키는 수비진은 물샐틈도 없어보였고, 피를로, 마르키시오, 비달은 피지컬과 테크닉, 그리고 경험이 모두 어우러진 중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아사모아와 리히슈타이너도 중원싸움을 도왔죠.
그리고 첼시는 이에대한 대책으로 5백에 가까운 3백을 들고 나왔습니다. 상대에게 절대로 지지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리그에서는 운용하지 않던 3백을 사용하면서 전술 대 전술로 붙어보자라는 심기가 담긴 포메이션이었습니다. 이바노비치, 케이힐, 다비드 루이즈가 선발 3백으로 애쉴리 콜과 아즈필리쿠에타가 사이드를 맡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비수 5명을 놓으면서, 수비적으로 버텨보겠다는 심산이었죠.
하지만, 경기 시작과 함께 두 팀의 경기 양상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습니다. 축구팬들의 포럼이나 카페같은 곳을 가보면 '가패삼기(가둬놓고 패면 삼점은 기본)'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딱 어울리는 경기였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토레스를 제외하면서 첼시는 오스카, 아자르, 마타를 공격에 놓는 제로톱전술을 사용했는데 누가봐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했습니다.
수비진에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면서, 미드필더에 빈자리가 느껴졌습니다.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하려는 나머지, 선수들을 너무 아래쪽에 배치했는데 이렇게 되면서 수비와 공격진의 거리가 너무 멀어졌습니다. 초반에 실점을 하면서, 공격진의 선수들이 골을 넣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미드필더진에 잘 내려오질 못했고, 자연스럽게 중원에 있는 피를로나 마르키시오에 대한 압박이 불가능해졌습니다. 피를로와 마르키시오, 비달은 자유롭게 공격진에게 패스를 넣어줄 수 있었고 특히 피를로는 94프로, 비달은 91프로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포백을 보던 선수들이 쓰리백(혹은 5백)을 사용하면서 미드필더의 숫자가 한명 줄게 되었는데, 이점에 있어서 제대로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첼시선수들은 상대방의 크로스에서 매우 헛점을 드러냈습니다. 본능적으로 패널티박스안까지 들어와서 상대와 헤딩경합을 하면서 미드필더에서 상대 선수들이 프리한 찬스를 잡게 되었고, 이는 위협적인 중거리슛이나 다시한번 크로스 찬스로 이어지면서 답답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미레스와 미켈을 수비진을 보호하고 공격전개의 시작으로 맡겼습니다만, 두 선수의 역량이 잘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람파드나 메이렐레스가 상당히 생각나는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지휘하는 사령관이 없다는 점에서는 람파드가 경기장을 넓게 커버해주면서 상대에 대한 포어체킹을 하는 면에서는 팀을 떠난 메이렐레스가 무척이나 그리웠습니다. 오히려 측면을 넓게 사용하면서 상대방의 압박을 돌파해나가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었지만 중앙지향적인 3명의 공격형미드필더에게 그런 점까지 기대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전술적으로 완전히 깨졌습니다. 3:0이라는 스코어가 볼 수 있듯이 경기는 일방적이었습니다. 유벤투스가 25개의 슛, 그리고 13개의 유효슛팅을 시도하는 동안, 첼시는 11개의 슛, 그중에서도 2개의 유효슛팅만을 기록했습니다. 체흐의 선방이 아니었더라면 5:0승부도 가능했던 경기였을정도로 첼시는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에 완전히 먹칠을 당했습니다.
최근 리그경기의 좋지 않은 행보로 인해 이른 경질설이 나돌고 있는 디 마테오감독은 이번 경기를 통해 매우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로만구단주 부임이후 첼시는 단 한번도 챔스 16강문턱에서 떨어져본적이 없기에 더욱 더 타격은 큽니다. 3:0이라는 스코어가 주는 심리적인 타격은 디 마테오에게도 다가올 것이며 다음 경기에서 맨시티에게도 이런 경기를 내어준다면 디 마테오의 첼시 감독직은 반시즌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이마음에들면추천↓한방! (로그인 불필요)블로그가마음에들면정기구독+ 해주세요szsoccerplus.co.kr 로 더 편하게 저의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