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테오 경질, 로만제국의 씁쓸한 뒷맛
2003년 영국 런던소재의 첼시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칩니다. 러시아 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자리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천문학적인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로만구단주는 '2013년'까지 '푸른 혁명(Blue Revolution)'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내세웠습니다. 2013년까지 맨유와 비견되는 명성과 팀의 커리어를 쌓겠다는 것이었고, 부임몇해만에 EPL에서 엄청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첼시는 이제 EPL의 당연한 빅4로, 그리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팀으로, 그리고 세계축구를 대표하는 명문팀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잡음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맨유라는 거대한 역사와 뚝심을 가진 팀과의 비교는 여전히 요원합니다. 맨유를 뛰어넘겠다, 혹은 맨유와 비견되는 업적을 쌓겠다라고 말했지만, 2013년이 두달앞으로 남은지금, 지난 10년간의 업적들을 보더라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지 넘어서지는 못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했고, 엄청난 선수들과 감독들을 영입했음에도 EPL 넘버 1클럽이 되는데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첼시와 함께 세계적인 감독으로 성장한 무리뉴와 돌아선 이후, 첼시는 리그에서 단 한차례밖에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아브람 그랜트,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거스 히딩크, 카를로 안첼로티, 안드레 비아스 보아스, 그리고 어제 경질된 로베르토 디 마테오까지 엄청난 커리어를 가졌거나, 엄청난 대우를 받았던 감독들은 줄줄이 첼시에서의 나날들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로만제국이라고 일컬어 질 정도로 구단주의 입김이 센 첼시입니다. 매경기 첼시의 경기를 관전하고, 이제 첼시의 팬들이라면 한경기에 한두번 카메라에 잡히는 로만 구단주가 낯이 익을 정도로 열성적인 구단주입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첼시행을 선택했던 이유중 한가지도 로만 구단주의 열정적인 노력과 사업 수완때문이죠. 하지만 로만 구단주는 자신의 열정만큼이나 첼시의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감독을 여지없이 경질을 해버리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굴욕적인 0:3 패배가 있었던 어제 첼시의 공식홈페이지는 로베르토 디 마테오의 경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시즌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던 첼시를 맡아 기적적인 역전을 거듭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가져왔던 감독이죠. 그 성과를 인정받아 감독'대행'에서 '정식'감독으로 계약을 하기도 했고, 시즌 초반 리그에서 무패행진, 아자르-마타-오스카라는 새로운 공격 조합의 발견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디 마테오는 첼시 팬들도 상당히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경질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뭐 상당히 축구외적인 부분이긴 합니다만 로만 구단주는 막대한 자본으로 러시아의 산업 금융의 수뇌부들과 연결되어 있는 '올리카키'라고 합니다. 마피아와도 연결되어있고, 상당히 뒤가 구린 냄새가 나는 곳이죠. 첼시의 성적이 좋지 않을때마다 러시아의 언론들은 첼시의 부진과 로만의 구린 뒷면들을 연관시키는 기사들을 냅니다. 결국 첼시의 성적이 로만의 정치적인 안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서 로만 구단주는 조바심에 감독을 경질하는 것입니다. 구단의 문제가 곧 자신의 문제로 연결되기에 구단주가 참지 못하고 생각보다 이른 결정을 내는 것이죠.
이번 결정역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로만 구단주는 디 마테오에게 1년 계약을 계속해서 요구했을 정도로 그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하지 못했고, 결국 맨유전의 패배이후 첼시가 삐그덕대는 모습을 보이고,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자 지체없이 경질을 한 것입니다.
많은 면에서 씁쓸한 뒷맛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수밖에 없습니다. 축구와 정치, 그리고 금전적인 면들의 연관관계를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일입니다. 거기에 디 마테오 감독의 경질이 상당히 이른 결정이라는 것을 많은 팬들도 느끼기에, 유달리 친숙한 외모로 '소년명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의 모습을 첼시에서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기도 합니다.
리버풀의 전 감독이었던 라파엘 베니테즈감독이 남은 시즌을 맡기로 했습니다. 글쎄요, 과연 이 첼시 감독의 악몽같은 역사를 끊어줄 감독은 누구일까요. 안첼로티와 같은 감독을 계속 믿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제 생각에는 무리뉴, 과르디올라급의 초대형감독이 아니면 첼시의 악순환은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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