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앞둔 박지성과 맨유의 얄궂은 운명

Posted by Soccerplus
2012. 11. 24.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지난 2012년 7월 5일즈음으로 기억합니다. 잉글랜드의 QPR이 한국선수를 영입할 것이다라는 언론의 보도가 났고. 그 선수의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국내팬들은 기성용이나 광주의 이승기 선수쪽으로 이름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밝혀진 선수의 이름은 다른 선수가 아닌 박지성이었습니다. 맨유에서 뛰던 박지성선수가 헐값에 강등권의 팀인 QPR로 이적한다는 보도였습니다. 

이 이적은 국내팬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맨유라는 세계적인 클럽에서 7년동안 잘 뛰던 박지성 선수가, 타클럽으로 이적한다는 것을 일단 상상할 수 없었고, 맨유에서 퍼거슨감독의 신뢰를 얻던 선수였기에 이적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그 구단이 EPL의 중위권도 아닌 하위권팀인 QPR이었기에 박지성 선수의 이적은 매우 슬펐고, 한편으로는 그의 좋았던 시절도 이제 저무는 그나라는 생각에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박지성 선수는 QPR로 이적을 했고, 주장완장을 타고 부상이 아니면 매경기 선발로 나와 팀을 지휘했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고, QPR은 12경기동안 1승도 거두지 못한채 4무 8패라는 최악의 시작을 보냈습니다. 마크 휴즈감독은 경질설에 휘말리고 있고, 팀의 주장인 박지성 선수도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리고 오늘에서 내일로 가는 새벽 0시, 박지성 선수는 운명적인 친정팀과의 만남을 갖습니다. 그것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트래포드에서 말입니다. 아인트호벤에서 영국으로 넘어와 7년동안 영국생활을 했던 곳이고, 200경기를 넘는 경기중 절반을 뛰었던 박지성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곳입니다. 박지성에 대한 응원가를 2개나 만들어줄정도로 그에게는 열렬한 팬들이었고, 그에게 3개의 폐를 가진 박지성이라고 치켜세워주었던 소중한 팬들입니다. 

더욱 더 의미가 깊은 만남은 박지성 선수의 옛 동료들과 그에게 직접 편지를 써주며 애정을 과시했던 퍼거슨과의 조우입니다. 절친으로 널리알려지면서 우리나라팬들에게 '국민브라'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던 에브라는 물론이고 퍼디난드, 루니, 발렌시아, 캐릭, 하파엘, 스콜스, 긱스등 박지성의 맨유 200경기를 함께했던 모든 선수들과 만나게 됩니다.

운명의 장난일까요. 이번 경기는 퍼거슨 감독의 동상이 세워지는 기념경기이기도 합니다. 20년이상의 시간들에 대한 노고를 치하해주는 퍼거슨 감독의 동상이 처음 공개되는 날이고, 많은 맨유관계자들이 그 기념적인 경기를 축하하기위해 맨체스터로 향할 것입니다. 이날 경기는 유달리 유명인사가 카메라에 비춰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그 가운데에도 박지성선수가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만약 선발로 나온다면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할 장면은 박지성과 에브라가 인사를 나누며 주장끼리 악수를 하는 장면이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반전, 박지성과 에브라는 상대팀으로 만난적이 있습니다. 아인트호벤과 모나코 소속이던 두 선수는 이후 6년반동안이나 최고의 친구, 그리고 최고의 콤비가 되었죠.  그 두 선수는 이제 서로 다른 팀의 주장이 되어 어색한 미소를 주고 받는 장면을 연출할 것입니다. 주장으로써 상대편에게 악수를 건내는 시간에는 다시한번 박지성 선수의 옛동료들과 마주하게되는 반가운 장면을 보게되겠지요. 

박지성 선수가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못해, 만약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도 반가운장면은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교체가 되어 들어온다면 올드트래포드의 수많은 관중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로 그를 환영해주는 장면입니다. 지난 시즌 맨유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었기에 기립박수를 받았던 기억이 없었지만, 꽤나 오래간만에 박지성선수를 향한 기립박수를 보게 될 것입니다. 3년전, 베컴이 밀란으로 임대되었던 시절에도 베컴이 교체들어오면서 수많은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한가지 더 상상을 해보자면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는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골을 넣게된다면, 그 세레모니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박지성선수의 성품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이렇다할 환호없이 경기에 임할 것이 분명합니다. 

박지성 선수를 위한 경기는 아니고, 프로선수 박지성 선수에게도 그런 대우는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재회의 환상에 젖을 시간이 없죠. 맨유는 이번경기에서 지게되면 선두경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승점자판기로 전락한 QPR홈경기에서 승점3점을 따내지못하면 후일 큰 타격이 될것입니다. QPR도 감독의 경질이 눈앞에 있는 가운데 선수들이 무슨일이 있어도 승점1점을 따내는 경기를 펼칠 것입니다. 어찌보면 시즌 390경기중 단 한경기 일뿐이지만, 박지성과 국내팬들, 그리고 맨유의 몇몇선수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될 것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치열했던 승부의 세계가 끝나면 다시 아쉬움을 토로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맨유의 많은 선수들이 박지성과 인사를 나누러 올것이고 더러는 박지성과 유니폼을 교환하길 원할수도 있습니다. 욕심같아서는 에브라와 풀타임을 겨룬뒤, 마지막 훈훈한 미소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아직도 QPR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어색한데, 이제는 맨유와 상대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승부에 집중하는게 프로경기지만, 이날경기만큼은 옛 향수에 젖어 지난 즐거웠던 경기들을 회상해보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비록 올시즌 유달리 빛나는 활약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거대한 팀에서 있던 날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반갑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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