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과 맨유, 박지성의 비교체험 극과 극
방금 전 끝난 QPR과 맨유의 경기는 박지성 선수의 올드트래포드 복귀라는 점에서 매우 관심이 컸던 경기였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하지만 무릎부상의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마크 휴즈 감독이 경질되고 경기를 맡았던 수석코치진도 그를 무리시키면서 승산이 별로 없는게임에 내보내고 싶지는 않았나봅니다. 박지성 선수는 피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아쉽게도 박지성 선수의 올드트래포드 복귀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새롭게 감독으로 선임된 해리 레드납감독이 관중석에서 QPR의 경기를 관전하는 가운데 맨유와 QPR의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경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맨유는 부상에서 복귀한 루니가 돌아오면서 반페르시와 함께 투톱을 섰고, 그 아래에 플레쳐와 스콜스가 좌우에는 애쉴리 영과 대니 웰백이 나섰습니다. QPR은 그동안 마크 휴즈가 매경기 선발로 내보내며 팬들의 한숨을 쉬게 만들었던 호일렛이 벤치에 앉았고, 중앙의 실력자였던 그라네로와 디아키테가 모두 선발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파울린, 션 데리라는 생소한 중앙라인과 좌우에는 마키와 다이어가 선발로 나섰습니다.
시작부터 양팀의 전력차이는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반 페르시와 루니, 연계와 골 결정력을 모두 갖춘 두 명의 공격수는 원터치로 사이드를 열어준 뒤, 다시 골대앞으로 접근하면서 크로스에 의한 골찬스를 노렸습니다. 스콜스의 노련한 경기운영과 다시 폼을 끌어올리고 있는 플레쳐의 중원은 상대방과 맞대결을 피하면서 측면싸움을 집요하게 펼쳤습니다. 4-4-2와 4-2-3-1의 대결이기에 중원에서 숫자싸움에서 불리했지만 공격수들이 중원으로 내려와주고, 공을 잡은 뒤 빠르게 측면으로 내어주면서 측면에서 풀백들과 윙어들이 상대수비수들과 경합을 보여주는 장면은 QPR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그에반해 QPR은 시작부터 상대방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선발로 나왔던 스테판 음비아의 당당한 체구와 수비력은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만, 맨유는 이보다 더 클래스가 좋은 공격수들로 공격에 임했고, 생소한 중원라인은 포백을 보호해주지 못하면서 상대방에게 공간을 노출했습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던 루니는 QPR의 공간을 집요하게 찾아들어갔고, 발이 느린 클린트 힐과 라이언 넬슨은 미드필더와의 간격을 줄이지못하며 줄곧 밀리는 경기를 해야했습니다. 한 두번 있었던 전반의 역습찬스는 아델 타랍의 어이없는 중거리슛으로 끝이나든지, 혹은 시세가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맨유의 수비진들이 모두 복귀할 시간을 내어주면서 무위로 끝났습니다.
오늘 경기의 베스트 11가운데 QPR이 맨유보다 더 낫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포지션은 골키퍼 포지션 하나였습니다. 훌리우 세자르는 오늘 경기에서도 묵묵히 골대를 지키면서 맨유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냈습니다. 맨유는 슛팅 17개를 기록하며 QPR에게 융단폭격을 했고, 세자르는 불안한 수비라인을 슈퍼세이브로 살려냈습니다. 그의 선방으로 전반을 0:0으로 마칠 수 있었죠.
이대로 끝나면 소중한 승점을 챙기게 되는 QPR과 안방에서 꼴찌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가지 못하면 억울한 맨유의 후반전은 뜻밖에도 QPR의 선제골로 시작되었습니다. 맨유가 잠시 오른쪽 측면의 공간을 허용했고, 베테랑인 키어런 다이어가 슛을 날린볼이 혼전양상에서 튕겨나온 뒤, 마키가 공을 리바운드하면서 선제골을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골은 잠자던 맨유의 코털을 건드린 꼴이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 9승가운데 5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한 맨유는 실점을 허용하자마자 스콜스와 애쉴리 영을 빼고 치차리토와 안데르손을 투입했습니다. 좀 더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방의 공간을 노리겠다는 작전이었죠. 중원과 수비진의 발이 느렸고, 안데르손은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방의 중원을 통과하면서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맨유는 실점한지 12분만에 코너킥상황에서 동점골을 만들어냈고, 그로부터 4분뒤에 추가골을, 그리고 3분뒤에는 쐐기골을 넣으면서 경기를 끝내버렸습니다. 루니의 자로잰듯한 코너킥은 전담 키커 그라네로가 선발출장하지 않은 QPR과 매우 비교되는 것이었습니다. 루니는 이 밖에도 이타적인 플레이와 공간을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면서, QPR의 공격진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박지성 선수가 뛰면서 맨유의 플레이들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고, 매경기 이기는 경기를 봐왔다면, 이번 시즌은 정말 극과 극을 달리는 시즌입니다. 한 골을 넣었음에도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공격전개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선수들의 파트너쉽을 기대하기 힘든 장면에서는 루니와 반페르시, 스콜스라는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했던 선수였는지를 알게 합니다. 박지성 선수에게는 지난시즌까지 리그 최고의 팀에서 뛰면서 느끼지 못했던 하위권팀의 현실을 몸소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는 우리도 이렇게 답답한데, 뛰는 박지성 선수는 오죽할까요.
레드납감독도 90분경기를 다 관전하지 못하고 후반 30분경 경기의 대세가 기울어지자 관중석을 빠져나왔습니다. 글쎄요, 과연 이 답답한, 답이 없는 QPR에게 어떠한 마법을 안겨줄지 모르겠습니다만, 마크 휴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QPR의 4경기는 선더랜드, 아스톤빌라, 위건, 풀럼입니다. 어찌보면 해볼만한 팀들인데, 이 팀들과의 경기에서 레드납감독이 희망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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