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물든 EPL, 위기에 직면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몰리는 축구판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리그가 어디인지, 가장 뛰어난 팀이 어디인지에 관한 물음은 이견이 생길수도 있겠지만, 가장 판이 큰 축구리그는 누가뭐라해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입니다. 엄청난 갑부들이 자신의 자금력을 통해 팀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경우를 본적이 있고, 많은 스폰서와 엄청난 중계규모까지 축구의 돈문제에서 잉글랜드를 빼놓고 논하기란 힘듭니다.
축구에도 돈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선수의 가치가 돈으로 평가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돈이 많다는 것은 바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다는 의미죠. 첼시와 맨시티는 이를 통해 갑작스럽게 전력이 강화된 팀이고 이에 경쟁하기 위해 많은 팀들이 많은 돈을 내고 선수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돈이 큰 의미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돈이 모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인기를 갖고 있다는 말과 같이 생각해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기에 스폰서들이 끼어들어오는 것이고, 많은 돈이 모이는 것이죠. 국내팬들에게도 맨유, 첼시, 리버풀, 맨시티, 토트넘, 아스널과 같은 팀의 주요 선수들의 이름을 외는 것은 어느덧 축구팬의 덕목이 되었습니다. 그에반해 스페인이나 독일팀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것이 사실이죠. 나라에 마다 편차가 있겠습니다만, 프리미어리그의 명성과 인기는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업적 요소와 명성과 인기와는 반대로 EPL의 체면은 말이 아닙니다. 지난 시즌 첼시는 챔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EPL의 자존심을 세웠습니다만 사실 지난 시즌의 EPL의 활약은 예전만 못했습니다. 거기에 이번 시즌 EPL의 빅클럽들은 4팀중 2팀이나 챔스리그 조별 토너먼트를 통과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라리가가 4팀중 4팀이 모두, 분데스리가의 3팀중 3팀이 모두 진출한 것과는 대비되는 현실입니다. 뮌헨, 레알, 바르샤등 기존의 강팀에게는 물론이고 샬케, 도르트문트, 발렌시아, 말라가와 같은 팀도 상위 토너먼트에 진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만, 맨시티와 첼시는 탈락했고, 아스날도 2위로 가까스로 토너먼트에 진출하며 EPL의 체면을 구겼습니다.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챔스리그 4강에 3팀이 잉글랜드 팀일정도로 큰 위력을 발휘하던 EPL이 최근 두 대회에서는 4강에 매년마다 한팀씩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면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마다 그 생각이 다를 정도로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을 말해보자면, 이 큰 인기와 관심이 오히려 해를끼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됩니다.
팀이 자신의 역사와 컬러를 유지하면서 클럽의 형편에 맞게 발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EPL 클럽에게는 그러한 여유가 없어보입니다. 불과 몇경기에서 부족해도 이런저런 위기설이 나돌고, 감독의 경질설이 나돕니다. 선수에게 성적을 강요하면서 부담을 주기도 하고, 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선수들은 주전 경쟁에 밀려 팀에서 자리를 잃게 되죠. 그리고 그 자리에는 또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옵니다. 더 많은 연봉과, 더 많은 이적료로 말이죠. 들인 돈 만큼 그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부담은 더욱 더 큽니다.
첼시와 맨시티의 이른 탈락이 이와 관계 없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특히 첼시는 두 시즌동안 무려 네명의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습니다. 어떤 감독의 축구 철학이 베어들기에는 힘든 시간이죠. 좋은 선수들이 영입되었습니다만, 선수들의 호흡을 맞출 시간도 전술에 녹아들 시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보여줄 시간이 너무나 짧았음에도 많은 돈과 관심이 쏠리기에, 그리고 축구 그 이외의 것들이 많이 관련되어있기에 첼시의 감독은 도 다시 교체되고 말았죠. 맨시티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좋은 선수들을 계속해서 영입하니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어처구니 없는 쓰리백전술로 팀을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리그에서 곧잘해주고 있지만, 챔스의 수모로 만치니감독의 감독직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챔스의 강자였던 리버풀이 힘들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토레스, 마스체라노, 알론소를 팔면서 변화를 꿰했지만 변화에 순탄하게 적응을 하지 못했고, 주축 선수들이 떠나갔으면 어느정도 정착의 시간이 필요했거늘, 한 두시즌의 부진은 팬들과 많은 돈을 투자한 보드진에게 용납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시 두 명의 감독이 교체되었고, 이번 시즌 브랜든 로저스의 티키타카를 접목한 리버풀입니다. 과거의 팀과는 완전히 새로운 DNA를 요구하는 것이죠.
이는 유망주를 기용하는데에도 주저함을 느끼게 합니다. 바로 성적이 필요한 팀에게 어린 유망주가 팀에 정착할 시간을 기다려주기가 매우 힘듭니다. 중위권이 두터운 EPL에선 더더욱 힘든 일입니다. 팀의 유스들이 성장할 시간도, 자리도 없고, 팀들은 또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새로운 선수들을 사들이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많은 빅클럽의 유망주들이 이리저리 임대를 다니다가, 결국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뒤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봅니다.
빅 리그들 가운데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장벽이 가장 낮은 EPL은 이 정책을 통해 세계인의 안방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엄청난 인기와 중계권료가 따라왔죠. 맨유가 트레블을 하던 98-99시즌, EPL의 리그 순위는 유럽 6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과 엄청난 상업화를 통해 유럽 탑리그로 올라오는데 성공했죠. 하지만 너무나 큰 관심과 이에 대한 부담은 지금 EPL의 위기를 자초하는데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선수들이 리그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국 선수들이 뛸자리를 잃었습니다. 소중한 유스의 산물들이 뛸자리를 잃으면서 각팀의 축구 철학이 담겨있는 선수들이 각 팀의 1군 스쿼드에서 사라졌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에는 모르겠지만,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독일과 스페인의 주력 멤버들은 자국 선수였다는 점을 감안해야합니다. 그리고 유로대회나 월드컵에서도 스페인과 독일의 성적은 매우 좋죠.
한 두 시즌의 부진을 EPL 전체의 위기라고 보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한 이유말고도 다른 상황적인 이유들도 많죠. 하지만,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EPL이 어떠한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니 어쩌면 꾸준한 성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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