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더비의 승부를 가른 '맨유인력의 법칙'
'맨유 인력의 법칙'
우리나라 축구팬들 사이에서 지난시즌부터 유행처럼 퍼졌던 단어중 하나가 바로 '맨유인력의 법칙'입니다. 맨유 인력의 법칙, 아무리 경기내용이 힘들고 어려워도 시즌이 지나면 지날수록 성적이 올라가고, 결국에는 리그의 탑자리에 올라선다는 이야기죠. 지난 시즌은 맨시티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하면서 맨유인력의 법칙이 실패로 끝났습니다만, 이겨야 할 경기를 이기고, 져야할 경기를 비기는 경기운영을 하는 맨유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도 맨유 인력의 법칙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비가 그 어느시즌보다 약해지면서 실점을 많이 했습니다만,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면서 경기를 따냈던 기억이 몇차례나 있죠. 맨시티전에서 후반 로스타임 반 페르시의 프리킥 결승골은 아마도 이 '맨유 인력의 법칙'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약팀에게도 1점차의 아찔한 승부를 하면서 강팀과 경기를 하면 위험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만들면서도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또 꿋꿋히 승리를 따내는 모습은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기도 하겠죠.
공격진에 비상걸린 맨유, 리버풀을 상대하다
그런 맨유가 최고의 라이벌 리버풀을 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맨유는 수비보다 공격이 강한 팀입니다. 루니와 반 페르시, 치차리토와 웰백을 보유했고 발렌시아와 애쉴리 영도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죠. 하지만 최근의 맨유는 루니의 부상과 함께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반 페르시를 제외하고는 공격진에서 제대로된 컨디션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었고, 특히 퍼거슨 축구의 핵심인 윙어들의 컨디션 난조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나니는 부상으로 계속된 결장이고 발렌시아와 애쉴리 영의 폼이 좋지 못하죠. 발렌시아가 후보로 내려오고 좌측윙어가 주 포지션인 애쉴리 영을 오른쪽으로 돌릴정도로 공격진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최고의 라이벌 리버풀을 상대로는 반 페르시와 웰백을 센터포워드로 카가와와 애쉴리 영을 좌우윙어로 삼았습니다. 중원에는 캐릭과 클레버리가 자리했죠. 이에 맞선 리버풀은 수아레즈를 톱으로, 스털링과 다우닝을 좌우측면에, 그리고 제라드 루카스 조 앨런의 삼각편대를 미드필더에 올려놓았습니다.
맨유의 강력한 압박, 전반전을 지배하다
전반부터 맨유의 압박이 거세게 펼쳐지면서 브랜든 로저스 감독의 짧은 패스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보여준 어떤 라인보다도 가장 높게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상대의 패스를 후방에서부터 막아냈습니다. 조 앨런의 폼이 전반전부터 좋지 못했고, 큰 경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맨유는 활동량이 많은 웰백을 선발출장시키면서 상대를 포어체킹했고 카가와도 공격보다는 수비쪽에서 많은 활동폭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반전은 그렇게 퍼거슨의 전술상의 승리였습니다.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면서 상대에게 점유율을 6:4정도로 가져왔고, 상대에게 이렇다할 찬스한번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골대를 노렸고 아쉽게도 골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역시나 해결사 반 페르시가 있었습니다. 반 페르시는 에브라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지체없이 골로 연결하면서 골을 넣었습니다. 강한 압박에도 골을 넣지 못했다면 후반전을 초조하게 맞았겠지만 골을 넣으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후반전 맨유의 추가골, 그리고 리버풀의 만회골
전반 막판부터 리버풀은 압박에서 벗어나며 골문을 노렸습니다만, 후반전에도 비슷한 양상이 계속되었습니다. 맨유는 애쉴리 영대신 발렌시아를 리버풀은 루카스대신 스터리지를 넣으며 공격카드를 점검했습니다. 하지만 양팀모두 미드필더진에서 소득없는 공방전을 펼쳤고, 수비수 뒷공간을 노리는 롱패스가 더 좋은 찬스로 연결되기도 했죠. 후반전 10분, 맨유의 추가골이 터졌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반 페르시의 발끝에서 찬스가 시작되었는데 그의 정확한 왼발 프리킥이 에브라의 헤딩슛으로 연결된 것이죠. 에브라의 슛은 비디치의 머리에 맞고 골로 들어갔고, 맨유가 주도권을 잡은 경기는 2:0으로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쫓아가는 리버풀, 쫓기는 맨유
축구에서 한골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 다음장면에서 알게해주는데, 골을 허용하고 2분 뒤 바로 스터리지가 골을 넣은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은 당연히 맨유가 될 것이고, 2:0에서 2:1을 만든 리버풀의 기세는 대단해졌습니다. 스털링을 빼고 보리니를 넣으면서 또다른 변화를 꾀했고, 맨유의 선수들은 쫓기는 분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발동한 맨유 인력의 법칙
그리고 글의 서두부분에 언급한 맨유 인력의 법칙은 이 위험한 장면에서 발동이 됩니다. 윙어들의 컨디션 저하로 공격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었고, 루니의 부상으로 인해 공격의 물꼬를 터줄 선수가 없었던 맨유는 위험하게 공격선수들을 전방으로 올리기보다는 단단한 수비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전반부터 강력한 프레싱으로 후반 체력저하가 걱정되는 상황이었고, 상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죠.
맨유가 대놓고 경기를 잠그기 시작하자 리버풀의 기세가 한풀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찬스를 만들어내야하는데 수비수들이 항상 더 많았고, 영리한 맨유의 수비들이 중요한 공간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리버풀은 찬스를 잡지 못했고, 안그래도 부족한 공격옵션이 더욱 더 도드라지게 드러났습니다. 수아레즈가 부지런히 공을 간수하며 찬스를 만들었고, 스터리지는 기존의 리버풀 공격수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만, 경기의 양상을 바꾸는데 실패하며 경기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두 팀의 승패를 가른 '경기운영능력'
수아레즈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믿음이 가는 공격수가 없는 리버풀입니다. 그리고 어제 경기의 맨유도 그와 사정이 비슷했죠. 반 페르시를 제외하면 믿음이 가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맨유는 영리한 경기운영능력으로 먼저 2골을 넣었고, 한골을 허용하며 상대가 따라오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현명한 혜안과 이를 잘 따르는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어쩌면 이게 리그 1위 맨유와 몇시즌째 리그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리버풀의 차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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