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 다시한번 박지성에게 굴욕을 안기다
'단 1분을 뛰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박지성선수는 맨유에 입단하면서 단 1분을 뛰게 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행동과 맨유에서의 날들로 보아 그의 그러한 다짐은 늘 유효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늘 결연한 표정으로 교체로 뛰든 선발로 뛰든, 그게 1분이 되는 90분이 되든지간에 최선을 다했던 것은 비단 그라운드에서뿐만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저에게는 모티브가 되어왔습니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가장 불쾌한 표정으로, 그리고 가장 좋지 못한 모습으로 경기장에 등장한 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SBS ESPN캡쳐) 박지성선수의 표정은 매우 밝지 않았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경기였고, 최근 붉어진 라커룸에서의 말다툼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당연히 선발로 나왔어야할 경기
이번 경기는 박지성 선수가 당연히 선발로 나왔어야할 경기였습니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들이 부상으로 빠졌습니다. 숀라이트 필립스가 경기에 나오지 못할 경기상태라는 레드냅감독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최근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호일렛도 마찬가지입니다. 4-4-2를 쓰든, 4-3-3을 쓰든지간에 윙어를 볼 선수가 아델 타랍한명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다른 선수들의 포지션변경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박지성이라는 선수가 있기에 그런 경우를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레드냅의 충격적 카드
그리고 선발명단에서 레드냅감독은 매우 충격적인 카드를 꺼냅니다. 바로 파비우 다 실바의 윙어기용이었죠. 파비우 다 실바, 재능이 있는 '윙백'이며, QPR의 유니폼을 입고있지만 맨유에 소속된 선수입니다. 과거 가레스 베일을 좌측풀백에서 윙어로 이동시키며 그의 잠재력을 극대화시켰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때는 팀을 대표하는 유망주를 키우는 과정이었고, 지금은 임대되온 선수일 뿐입니다.
수비에 치중했던 QPR, 박지성의 자리는?
오늘 경기에서 QPR은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리그 2위 맨시티를 상대로 승점1점을 거뒀으니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겠죠. 미드필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수비는 그런데로 봐줄만 했습니다. 슛팅숫자 17:6, 오늘도 세자르의 선방과 골대의 선방이 이어진 경기였습니다만 승점을 챙겼습니다. 이번 시즌 세자르가 없었다면 어떤 일이일어났을지 정말 아찔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한 경기였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그라네로와 음비아의 호흡이 맞지 않았고, 션 데리는 미드필더가 아닌 한명의 수비수였습니다. 파비우역시도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수비적인 부분이 더 부각되었습니다.
결국 따낸 승점 1점, 하지만 찝찝함
11명과 11명이 싸우는 경기였지만 레드냅감독은 전반전 상대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자 후반전부터 완전히 잠그는 전술을 쓰기 시작합니다. 애초부터 승점1점을 노린 느낌이 강했고, 그렇다면 '수비형윙어'의 창시자인 박지성을 윙어로 기용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라네로는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선발출장했는데 오늘 경기의 경기력은 정말 헬이었습니다. 전반전은 정말 좋지 못했고, 올시즌 최악의 폼이었죠. 그라네로, 파비우등 당연히 박지성 선수가 우선순위가 되어야할 포지션에서 나오지 못하고 그는 후보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후반종료 2분전, 시간끌기용 교체선수
그리고 후반 종료 2분전, 박지성이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당연히, 정말 당연히 기분이 나쁠수밖에 없죠. 거기에 홈팬들의 야유가 이어집니다.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고, 너무나 화가 나는 장면입니다. 그라네로가 프리킥을 차는 장면에서도 야유를 했던 QPR홈팬들은 아델 타랍의 드리블이 이어질때는 환호를 하더군요. 현지 팬들은 어떤 기분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QPR팬이 아닌 박지성 선수의 팬인 저에게는 그저 화만 나는 일입니다.
완전히 우선순위가 밀려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타랍, 마키, 션 라이트 필립스에게도 밀렸고, 오늘은 파비우에게도 밀렸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에서도 음비아, 그라네로, 션 데리에게 밀린 모습입니다. 저의 눈에는 절대로 이들에게 밀릴 폼이 아니었습니다만, 이게정말 무슨일인지 모르겠습니다.
1년전 지금을 기억하며
지난해 이맘때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장완장을 타고 경기장에 등장했던 박지성 선수가 일년도 안되 이러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수도 없는 일입니다. 주전출장을 위해 맨유에서 QPR로 이적했던 그의 현실은 이렇게 차갑습니다. 선수생활도 얼마남지 않은 박지성 선수인데, 그의 마지막이 더욱 더 행복하기를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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