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햄vs스완지, 그 생생한 직관후기

Posted by Soccerplus
2013. 2. 3. 08:20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이제는 유럽여행을 할 때, 축구팬들에게는 축구경기관람이 하나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현지의 팬들과 어우러져 현지의 축구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기쁨일 것입니다. 국내에서 중계방송을 보며 리뷰글을 쓰던 저도, 드디어 처음으로 EPL경기 직관을 다녀왔습니다. 스완지시티와 웨스트햄의 경기, 웨스트햄의 홈구장에서 펼쳐진 경기죠. 저의 주말을 완전히 헌납해야했지만,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함께간 친구와 같이 묵을 숙소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바람에 너무나 허겁지겁 들어갔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 핫도그와 맥주를 샀습니다만, 맥주를 가지고 자리에 입장하는 것이 금지되어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고 맥주를 반도 못마신채 경기장에 입장해야했습니다. 저는 표를 늦게구해 웨스트햄의 홈 서포터즈석에 자리했습니다. 스완지를 응원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웨스트햄을 응원하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하루만큼은 현지축구팬의 기분을 느껴보고자 했습니다. 기성용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움찔움찔하는 마음을 달래려 노력하느라 꽤나 힘들었습니다.

양팀은 정말 비교되는 전략으로 서로를 상대했습니다. 스완지시티는 기성용, 브리튼, 데 구즈만, 미추, 라우틀리지, 파블로 에르난데스등 그들의 베스트 11을 모두 들고 나왔고 리그 중하위권에 쳐진 웨스트햄은 로테이션을 가동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앤디 캐롤, 모모 디아메, 바즈 테, 맷 자비스등 그들의 선발라인업을 모두 가동시켰습니다. 스완지는 점유율을 노리는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고, 웨스트 햄은 보란 듯이 제임스 톰킨스, 앤디 캐롤을 이용한 세트피스와 롱볼축구로 상대했습니다. 

'빅 샘'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샘 알라다이스 감독의 색깔을 그대로 반영한 전술이었습니다. 샘 알라다이스 감독은 수만의 함성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로 경기내내 감독석에 앉아있지 않으며 선수들에게 사기를 북돋았습니다. 상대의 몸싸움에 선수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Fight'라고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독려했습니다. 이에 반해 미하엘 라우드럽감독은 여간해선 자리를 비우지 않으며 경기 전체를 관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관중들도 엄청난 함성을 보냈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살면서 들었던 모든 욕보다 더 많은 욕을 오늘 하루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웨스트햄 자리에 앉아있었기에 웨스트햄팬들의 함성을 많이 들었습니다. 앤디 캐롤이 많은 찬스를 놓치자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목소리가 커졌고, 오늘 경기에서 좋은 피지컬과 드리블능력을 보여준 디아메와 바즈 테에게는 환호했습니다. 조 콜 선수가 교체 되어 들어올 때에는 엄청난 기대감으로 운동장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환호를 했습니다. 

상대팀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설픈 오프사이드 판정이나 패널티 박스내에서의 몸싸움이 생기면 운동장전체가 술렁거렸습니다. 미구엘 미추가 골을 넣지 못하고 슛을 무위로 돌려버리자 "Michu You're SXXX of Danny Graham"이라며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선더랜드로 이적한 대니 그래엄보다 못한 선수라며 그를 놀리는 것이었죠. 후반 막판 수비에 집중하는 홈선수들에게는 야유를 퍼부으면서 전방위부터 압박을 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스완지의 점유율과 웨스트햄의 피지컬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프라인 근처의 세트피스 기회가 나면 어김없이 패널티박스 안까지 가는 크로스로 기회를 노렸고,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점유율 축구를 가로막았습니다. 결국 이러한 작전은 성공을 했는데, 후반 중후반 코너킥 찬스에서 앤디 캐롤이 헤딩 슛을 골로 기록하며 오늘 경기의 유일한 골을 기록했습니다. 앤디 캐롤은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Man of the Match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런던에서도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이 곳까지 온 이유는 단연 기성용 선수를 보기 위함입니다. 기성용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풀타임 출장을 했고, 중원에서 많은 볼을 소유하면서 팀의 점유율에 활력을 더했습니다. 좋지 않은 파울을 범했다며 5점의 평점을 준 기관도 있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좋은 활약이었습니다.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안정감이 느껴졌고, 많은 선수들이 그에게 공을 주면 자신의 위치를 찾아갔습니다. 그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증거죠. 



오늘 경기의 패배는 앤디 캐롤의 한차례의 헤딩이 갈랐습니다. 기성용은 본인이 해야할 몫을 제대로 했습니다.  그에게 어떤 비난도 할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브리튼이 중원에서 뛰다 부상으로 나오자 그의 할일까지 도맡아해야했습니다. 후반전에는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기록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가 뛰는 경기에서 팀이 패한것은 상당히 아쉽게 느껴집니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어린 꼬마들이 선수들의 사진을 들고 싸인을 기다리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리로 선수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문틈사이로 싸인을 해주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청용의 동료였던 야스켈라이넨은 경기뒤에서 30분정도 어린아이들의 싸인을 해줬습니다. 매우 따뜻한 광경이었죠. 


저도 기성용 선수를 가까이 볼 수 있을까해서 계속해서 기다렸습니다. 스완지에서는 가장 먼저 미추가 나왔고 그다음에는 기성용 선수가 나왔죠. 웨스트햄 꼬마 서포터즈들이 기성용 선수가 등장하자마자 '키!'이러고 소리지르는 모습에 제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기성용 선수는 경기에 패배한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이렇다할 팬서비스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기성용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최고의 공격수 미추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수는 있었습니다. 

늘 경기에 대한 리뷰를 했지만, 오늘은 생생한 사진위주로 저의 경험담을 자랑! 하고 싶었습니다. 유럽여행을 하신다면, 축구경기를 한경기쯤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음주 한국과 크로아티아 경기도 볼 예정인데, 이 경기도 자세한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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