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약점노출한 대표팀의 런던 원정 직관기

Posted by Soccerplus
2013. 2. 7. 08:41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런던 원정, 크로아티아전을 직관했습니다

경기결과에 따라 팬들의 반응은 시시각각변합니다. 그 경기를 직접 관전하는 팬들의 반응은 더욱 더 시시각각 바뀝니다. 저는 어제(이곳 시간으로는 오늘 낮이죠),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한국과 크로아티아의 경기를 직관하고 왔습니다. 1:0, 2:0, 3:0, 4:0, 점점 차이는 벌어졌고 팬들의 표정은 심각해져 갔습니다. 한골을 먹혔을 때만해도 해볼수 있다는 의지가 가득한 함성이었지만, 세골을 먹은 뒤 부터 한골만 넣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많은 한국팬들의 대한민국!응원에 기를 못추던 크로아티아의 건장한 남성들은 점수차가 벌어지자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크로아티아는 강팀이었습니다. 모드리치는 22명의 선수들가운데 가장 작은 체구를 지녔지만 그의 존재감은 엄청났습니다. 등번호 10번이 자신의 몸에 비해 너무 커보일정도로 작은 체구를 지녔습니다만 그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옐라비치와 만주키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한차례의 찬스를 모두 골로 연결했고, 백전노장 다리오 스르나의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4:0의 스코어였고, 우리는 완패했습니다. 

경기를 직관하다보니 몇가지 딜레마가 생깁니다. 선수들을 보고싶어 가까운 자리에 앉으니, 경기를 조망하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선수들을 멀리하기에는 이런기회가 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 블로거라고 여기저기 많은 곳에 눈을 두고 경기를 보기는 했지만, 눈앞에서 이청용, 손흥민같은 선수들이 지나가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앞에서 4번째줄에 앉아 선수들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들었던 경기였지만, 이런 저에게도 많은 문제점이 눈에 보였습니다. 


막막한 수비라인 붕괴

일단은 수비라인의 붕괴가 너무나 심각합니다. 이정수와 곽태휘는 옛 수비력을 잃어버린듯 합니다. 대표팀의 주장완장을 달고 있는 곽태휘지만, 실수가 너무 잦았고, 이정수역시도 이해안되는 플레이를 몇차례보여주었습니다. 후반전에 나온 정인환도 페트리치의 골에 결정적인 실책을 제공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신형민의 플레이역시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 수비는 제쳐두고, 수비라인에서 볼연결이 되질 않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4실점은 차라리 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골키퍼 정성룡까지 위치선정에 애를먹으며 대량실점을 해버렸습니다. 국대의 터줏대감이던 정성룡, 이정수, 곽태휘 모두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격진의 조직력문제, 크로아티아와 대비되다

다음에 걸고 넘어지고 싶은 문제는 바로 공격진입니다. 지난 2010년 허정무호와는 달리 이번 최강희호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병역논란으로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한동안 빠져있었고, 구자철, 김보경, 이청용 모두 부상으로 장기간 대표팀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손흥민역시도 대표팀에서는 소속팀에서보다 출전이 제한적입니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유일하게 최강희 1기부터 뛰어온 선수들이지만, 다른 선수들의 출전 여부에 따라 포지션과 역할이 변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격진들의 잦은 교체는 오늘 경기에서 조직력으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경기장에서 제가 보았을 때는, 양팀의 점유율이나 공격적인 움직임의 빈도는 거의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많은 골을 허용하며 실망했던 장면도 있지만,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골을 외치던 아쉬운 장면도 두세차례 있었을 만큼 찬스나 공격기회는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두 팀의 차이는 이를 막아낸 수비력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공격진의 조직력에서 차이역시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오늘 경기를 라인업을 보면 크로아티아의 선수들은 2012 유로대회와 큰 변화가 없습니다. 만주키치, 올리치, 모드리치, 옐라비치, 라키티치, 크란차르등 많은 선수들이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는 이런 경기에서 드러납니다. 몇차례의 터치로도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선수들의 움직임은 물흐르듯 유연합니다. 세번째골에서 모드리치의 패스에 이은 옐라비치의 골은 이를 잘 보여준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주영-이동국라인을 확인하기 위해 2골을 감수하다

전반전에는 2:0으로 뒤졌고,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최강희감독은 박주영과 이동국을 집어넣고, 수비형미드필더 신형민을 뺐습니다. 4-4-2 시스템으로 변화가 가져갔고, 구자철과 기성용이 중원을 맞췄습니다. 두가지의 라인을 시험대에 올린 것이죠. 구자철과 기성용, 그리고 박주영과 이동국라인입니다. 사실 이 인과관계를 생각해보자면, 박주영과 이동국라인을 시험하기위해 만들어진 또 다른 시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경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박주영-이동국라인은 성립할 수 없음을 확인시켜준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2골의 실점을 더 허용해야했습니다. 구자철과 기성용라인은 분명히 시험해봄직한 라인이기는 합니다만, 두 선수모두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아니라는 점과 기성용의 체력문제가 실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전반전에는 미드필더의 뒷공간에서 주로 움직이던 모드리치가 후반전에는 전진한 위치에서 공격을 시작했고, 그 결과 세번째 득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드리치가 보여준 '월드클래스'


22명의 선수들이 모두 프로축구 선수고, 한나라의 대표팀 선수기때문에 어떤 선수의 특출남을 깨닫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단연 모드리치가 빛났습니다. 단연 크로아티아의 중심이었고, 그의 발끝에서 모든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체구에서도 볼을 키핑하는 능력이 대단했으며, 우리팀의 수비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패스는 우리나라의 빈공간을 계속해서 파고들었고, 세번째 골을 어시스트, 두번째 골의 시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플레이를 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청용 선수가 단연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전 내내 저의 바로 앞에서 플레이를 하던 이청용이었는데, 간결한 플레이와 날카로운 크로스가 빛났습니다. 이제는 정말 예전의 기량을 거의다 회복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즐거웠던 장면

경기 외적으로 즐거웠던 부분은 크로아티아의 짓궃은 팬들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크로아티아말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어조나 반응으로 어느정도 느낄수 있는 부분에서도 계속해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전반전 왼쪽에서 플레이했던 니코 크란차르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니코! 좀 잘해봐라 이런 말투로 말을 하니 니코 크란차르가 짜증섞인 반응을 하다가, 계속해서 볼을 잡을 때 마다 니꼬! 니꼬! 이러니 나중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들더군요. 이를 보던 우리나라 팬들도 이청용 선수에게 화이팅하라며 말을 걸자 이청용 선수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뜻깊었던 원정직관




영국교민들에게는 이런 경기가 매우 뜻깊을 것입니다. 저는 교환학생으로 이자리에 있고, 이런 시점에 대표팀이 원정을 오니 너무나 기뻤습니다. 경기가 끝나고도 선수들의 얼굴을 보기위해 1시간이 넘도록 기다리는(우박이 내렸었습니다) 팬들의 열정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비록 4:0으로 패했지만, 한 골만 넣어달라며 응원했던 팬들도 있었고, 4:0으로 졌지만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축구를 생각하면 매우 불만족스럽고 기분나쁜 경기였겠지만, 해외생활을 하는 저에게는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경기였습니다. 한국에서 경기를 했으면 이것저것 불만을 했겠습니다만, 지금 이곳에서 직접 경기를 보는 느낌은 직접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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