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실패로 끝난 퍼거슨의 카가와 카드

Posted by Soccerplus
2013. 2. 14. 10:00 축구이야기

팽팽한 접전끝에 1:1로 끝난 맨유와 레알의 대결이었습니다. 10년을 기다린 꿈의 경기였고, 전세계 2억명이 시청했던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는 8만 5400명의 관중들이 운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들이 밤잠을 설치고 경기를 보았던 것으로 압니다. 

맨유의 충격적 라인업, 카가와 카드

베스트 11이 대충 예상되었던 레알 마드리드와는 달리, 맨유의 라인업은 상당히 유동적이었습니다. 퍼거슨의 로테이션체제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포지션이 있었고, 부상과 컨디션저하로 고생하는 선수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 1시간전 나왔던 라인업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초 3명의 미드필더를 세우고 공격에도 수비가 뛰어난 선수들이 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루니, 웰백, 반 페르시, 카가와를 전방에 배치했습니다. 공격수라고 구분가능한 선수가 무려 4명이었습니다. 

저는 이 선수들을 가지고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웰백과 카가와가 좌우 윙플레이를 하고, 루니와 반 페르시를 전방에 기용할 것 같았습니다만 퍼거슨이라면 뭔가 다른 수를 마련하고 경기에 들어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의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모호했습니다. 한가지 특별한 점은 루니가 측면으로 빠져있었고, 카가와 신지가 중앙에 위치했다는 것입니다. 

의문스러웠던 퍼거슨의 의중

경기가 계속될 수록 퍼거슨의 의중은 모호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카가와의 플레이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카가와는 전방압박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주 확실하게 상대를 프레싱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 페르시보다 앞쪽에 서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퍼거슨의 의도는 카가와로 하여금 뒷공간을 노리게 하고, 상황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역할로 반 페르시에게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치차리토에게 이러한 역할을 줄수도 있었겠지만, 연계라는 측면에서 카가와를 선택했습니다. 

카가와 카드, 완전한 실패로 끝나다

하지만 이는 실패한 카드였습니다. 카가와는 경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공을 몇번 잡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루니, 반 페르시와 같은 에이스들이 있는 가운데, 카가와의 또다른 역할은 많은 활동량과 상대에 대한 압박이었습니다. 공격과 수비에서 동시에 의무를 부여받았습니다만, 큰 의미없는 움직임만 계속했습니다. 전반이 끝난 뒤 카가와의 활동량은 5.5킬로미터로 캐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만, 볼터치는 20회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의미없는 움직임만을 계속했던 것이죠. 

카가와를 기용하면서 이 경기를 수비만 한 채 끝내지 않겠다라는 퍼거슨의 의중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카가와가 경기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격수들까지도 수비를 하게 만드는 상황을 자초해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루니는 디펜시브윙어가 되어버렸고, 공격전개를 반 페르시가 하는 경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전반전 맨유가 완전히 밀렸던 가장 큰 이유는 카가와에 있습니다. 

후반전, 포지션 교체에도 살아나지 못했던 카가와

후반전, 카가와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중앙에서 좌측면에 위치했죠. 하지만 좌측면에서도 큰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후반 초반, 드리블을 하다 상대의 압박에 볼을 빼앗기며 역습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이과인이 들어오면서 맨유의 좌측면(레알의 우측)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허용하자 잠시나마 루니와 자리를 바꾸며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는 후반 19분, 긱스와 교체가 되었죠. 

오늘 경기의 히든 카드였던 카가와 신지카드는 완전히 실패로 끝났습니다. 공격의 연계와 수비가담을 기대했던 카가와였습니다만 그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경기에 겉도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큰 경기에서 그를 기용한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그 카드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은 그에게 최악의 평점을 주고 있습니다. 5점이상은 받기 힘들어 보입니다. 

박지성을 그리워하다

공격의 연계, 수비가담, 그리고 빅경기를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한명 있습니다. 바로 박지성 선수이죠. 두 선수의 비교는 너무나 진부한 것이라 하고싶지 않습니다만, 박지성의 전술수행능력이 그리운 경기였습니다. 빅경기를 즐기는 박지성 선수가 여러 빅팀들가운데 유일하게 상대하지 못한 팀이 레알 마드리드인 것도 있겠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챔스리그마다 제활약을 보여주던 박지성 선수가 맨유유니폼을 입고 뛰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습니다. 

카가와, 앞으로의 입지에도 영향있을것

리그에서도 그다지 좋은 활약이 아니고, 신뢰를 주었던 챔스리그 깜짝 카드에도 실패하면서 카가와의 입지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카가와의 적응실패는 맨유의 여름이적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입니다. 공격형미드필더가 어울리지 못하는 맨유의 현 전술에서 카가와같은 플레이어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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