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레알전 무승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2. 15. 09:00 축구이야기


선수성장, 게임과 같지 않다

많은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성장합니다. 경기에 나오면 나올수록 경험이라는 것이 생기고, 경험이 쌓이면 그 것이 곧 경기력으로 드러납니다. 마치 게임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경기 한경기씩 활약에 비례해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경기를 통해 크나큰 자신감을 얻을수도 있고, 혹은 크나큰 실수가 약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중요한 경기일 수록 선수들의 경험치는 훨씬 더 쌓이게 마련입니다. 큰 경기에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플레이를 하고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면, 이는 선수생활에 있어서 크나큰 자신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무승부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어제 새벽 매우 큰 경기를 치뤘습니다. 10년동안 만나지 않았습니다만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어있고, 세계축구를 대표하는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대결이었습니다. 이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원정경기였고, 이 경기에서 최소한 골을 넣고 패하는 것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목표였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2:1로 지더라도 만족할만한 경기라고 했습니다. 결과는 1:1이었고, 퍼거슨의 수비전략이 잘 들어맞았던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의 무승부로 인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난적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었습니다. 원정에서 1골을 넣고 무승부를 기록했고, 홈에서 0:0을 기록해도 8강에 진출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에 레알 마드리드는 챔스리그 16강 2차전을 앞두고 두차례의 엘클라시코를 치뤄야하는 상황입니다. 엘클라시코를 치루고 난 뒤 이틀의 휴식기간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단연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퍼거슨,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다

하지만 저는 챔피언스리그 8강진출에 조금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도 의미가 큰 일이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은 바로 어린 선수들이 가지게 될 엄청난 자신감에서 비롯합니다. 

저는 영국에 있고, 한국의 방송을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서형욱위원의 중계가 그립기도 하지만, 이 곳의 방송은 더욱 더 분석적입니다. 매 경기마다 전문가들을 데려워 경기분석을 하고, 맨유의 레전드인 개리 네빌의 목소리를 지겹도록 듣게 됩니다. 그리고 라인업이 발표된 뒤, 가장 먼저 나온 말은 퍼거슨의 무모하리만치 실험적인 라인업이었습니다. 비디치가 제외되고 에반스가 선발로 나섰고, 중앙에는 캐릭과 필존스 밖에 없었으며, 공격에는 치차리토가 아닌 웰백이 자리했습니다. 데 헤아, 하파엘, 에반스, 필 존스, 웰백등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경기가 좌지우지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MVP 데 헤아

그리고 맨체스터의 1:1 무승부에는 이들의 활약이 컸습니다. 이날 MVP로 뽑힌 데 헤아의 활약은 단연 눈부셨습니다.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적설이 붉어졌던 겨울이적시장이었지만, 데 헤아는 퍼거슨의 신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엄청난 선방쇼를 이어가면서 팀의 구세주가 되었습니다. 전반초반 코엔트랑의 슛은 가히 동물적감각으로 막았다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고, 후반전종료까지 안정감을 과시했습니다. 카시야스가 빠지면서 불안했던 레알의 뒷문과는 비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동점골의 주인공 웰백

또 한명의 MVP는 웰백이었습니다. 맨유의 차세대 공격수로 떠오르고 있고, 국가대표에 선발되기까지했지만 그의 임팩트는 2%부족했습니다. 빅경기에서는 늘 제외되었고, 특히 반 페르시가 이적한 이번 시즌에는 그 활용도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었고,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반 페르시, 루니, 카가와가 모두 부진하면서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맨유에서는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무언가 완전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을 느꼈던 레알전이었습니다. 

3년전과는 달랐던 하파엘

3년전, 하파엘은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스리그 8강에서도 선발로 뛰었습니다. 1차전을 2:1로 뒤졌지만 2차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넣으며 준결승진출이 유력시되었죠. 하지만 좋은 활약을 펼치던 하파엘이 퇴장을 당하고 맙니다. 하파엘이 퇴장당하자 급격히 무너진 맨유는 결국 뮌헨에게 두골을 허용하며 8강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하파엘은 이번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왔습니다. 전반전의 하파엘은 최악이었습니다. 외질과 호날두를 방어하지 못했죠. 하지만 후반전 180도 달라진 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짧은 하프타임동안 본인의 능력과 정신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입니다. 3년전 후반 5분만에 카드관리를 못하고 퇴장당했던 그 하파엘이 아니었습니다. 

에반스와 필 존스

필 존스와 조니 에반스역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디치대신 전격선발출장한 에반스는 이제는 리그 최정상급 센터백의 칭호를 붙여줘도 무색하지 않을만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에반스는 퍼디난드와 호흡을 맞추며 이제는 노련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에 비해 아직 혈기왕성한 필 존스는 전반전부터 강력한 몸싸움으로 걱정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호날두를 전담마크하기위해 나왔지만 전반전에 호날두에게 골을 허용하기도 했죠. 하지만 후반전, 호날두는 거의 보여지지 않았습니다. 필 존스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를 전담마크했기 때문입니다. 92년생, 21살이 아직 되지 않은 어린 선수에게 이러한 경험은 엄청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맨유의 어린 선수들의 활약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는 퍼거슨에게도 은퇴라는 말이 전혀 가능성이 없는 말이 아니고, 팀도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 시점에서 어린 선수들이 정말로 잘 뛰어주고 큰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무승부 그 이상의 성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