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에게 축구가 갖는 의미 (아스날vs블랙번 직관기)

Posted by Soccerplus
2013. 2. 19. 10:17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저는 영국에 있습니다

제가 이곳 영국에 온지도 어언 3주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죠. 교환학생이라는 자리로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다른 언어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전혀 다른 문화에 적응을 해야했습니다. 이 곳 영국에 온 이유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축구입니다. EPL의 본고장, 축구종주국, 영국입니다. 3주동안 세경기를 직관했습니다. 제가 있는 곳과 런던은 기차로 약 1시간이지만, 교환학생에게 남는 것이 시간이기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첫번째 경기는 기성용선수가 출전한 웨스트햄과 스완지의 대결이었고, 두번째 경기는 국가대표팀의 크로아티아전 평가전이었습니다. 

한 경기는 영국에서 보았지만 한국에서 펼쳐진 평가전과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경기였고, 다른 한경기는 중소클럽의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영국에서 가장 큰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 다녀왔습니다. 아스날과 블랙번의 FA컵 5라운드경기를 직관하기 위해서 입니다. 물론 저는 아스날의 서포터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아스날의 축구를 항상 관심있게 지켜보았습니다. 경기가 너무나 기대가 되었고, 지각을 했거나 경기시간에 딱맞춰갔었던 지난 두경기와는 달리 한시간정도 여유있게 도착해 경기장을 둘러보았습니다. 

경기장으로 가는 지하철역의 이름이 '아스날'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월드컵경기장'역이 'FC서울'역이 되는 격이죠. 아스날은 무기 공장 노동조합이 만든 팀이 그 유래로 알려져있는데 아스날의 영어의 뜻은 '군수창고'입니다. 거기서 지금의 '거너스'라는 별명이 비롯된 것이죠

아스날역에서 내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가는길, 가는길에는 구단에서 발매한 매치데이 프로그램을 파는 상인들도 있고, 아스날과 블랙번의 경기를 기념하기 위해 날짜와 두 팀의 로고가 박힌 스카프를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FC바르셀로나로 떠났고, 지금은 미국에서 뛰고 있지만 티에리 앙리는 이곳 팬들에게는 영원한 전설입니다. 지난 시즌에 임대를 왔던 기억이 팬들에게는 아직도 또렷하다고 합니다. 앙리의 친필 싸인이 있는 사진이 70파운드에 팔립니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12만원이 넘는 가격입니다. 

영국에서 경기를 보시면 매우 오래된 경기장에 놀라실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갈 수 있는 경기장이 2002년월드컵을 전후로 개장한 최신식 구장인 것에 비하면 이들의 경기장에는 매점과 화장실, 그리고 메가스토어정도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꽤나 최근에 지어졌기때문에 규모가 엄청납니다. 혹시나 영국에 오신다면 매우 작은 입구에 놀라실 것입니다. 상암월드컵구장처럼 매우 넓은 구조가 아니죠. 하지만 이나름의 매력도 있습니다. 에미레이츠는 아스날의 마크와 레전드들의 모습으로 꾸며져있습니다. 매우 멋있더군요. 

유럽 축구경기장을 오셨다면 빼놓지 말고 가셔야 할곳, 바로 메가스토어입니다. 이 곳은 경기전, 그리고 경기후 정말 엄청난 사람들이 왔다갑니다. 계산을 하는 라인이 여러개있습니다만, 이역시도 기다려야합니다. 얼마전 이적한 몬레알의 유니폼이 걸려있습니다. 반대편에는 클래식유니폼들이 걸려있었습니다. JVC시절의 유니폼이죠. 저도 일일 구너스가 되보고자 아스날 스카프를 하나 샀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전, 감독의 인터뷰가 전광판을 통해 나갑니다. 아르센 벵거감독이 무슨 얘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함성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 아래에 'YOU CAN'T BUY CLASS'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경기 시작전, 선수단이 전광판에 소개가 됩니다. 선발명단 11명과 후보명단 7명이 소개되죠. 아스날의 재간둥이 잭 윌셔는 이 곳에서 최고의 인기선수입니다. 이날 경기에서 후보로 나왔습니다만 가장 많은 환호를 들었습니다. 홈팬들은 에지간하면 자신의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냈습니다만, 제르비뉴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중계되었듯 아스날은 이번 경기에서 블랙번에게 1:0으로 패했습니다. 그리고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영국사람들의 욕을 듣기가 힘든데, 유독 축구장에만 오면 이들의 욕을 정말 마음껏 들을 수 있습니다. 이날의 욕은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던 제르비뉴에게 집중되었습니다. 'FUXXING USELESS'라는 말을 연거푸하더군요. 전반이 끝날때부터 그의 자리를 대체할 씨오 월콧과 산티 카솔라의 응원가가 퍼졌습니다. "띠오! 띠오!", "오~산티카솔라"를 수도없이 들은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야구장에 온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스날은 세계적인 팀입니다. 그리고 이 경기를 보기위해 정말 많은 곳에서 찾아온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의 앞과 뒤는 아랍인들이 앉아 특유의 붙임성으로 영국인들에게 '골키퍼 낫굿'이라는 말을 연신해댔으며, 저의 옆자리는 프랑스사람들이었습니다. 관중석 스탠드에는 아스날 싱가폴, 아스날 재팬등 아시아에서 온듯한 팬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저의 자리는 블랙번원정팬과 거의 붙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블랙번에서 온 팬들과 자주 시비가 붙는 아스날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블랙번팬들은 경기장보다 아스날팬들을 놀리는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명이 경기중 진행요원에게 퇴장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아스날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제법 생동감이 있습니다. 

씨오 월콧이 제르비뉴와 교체되는 장면입니다. 월콧에 대한 기대감과 제르비뉴에 대한 실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에 후반에는 산티 카솔라의 이름또한 들립니다. 팬들의 기대감을 느낄수 있죠. 하지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이들이 투입되자마자 1분만에 아스날은 결승골을 허용하고 맙니다. 

그리고 블랙번팬들의 아스날을 향한 야유가 시작됩니다. 아스날 팬들은 보고도 못본척해야합니다. 블랙번의 꼬마아이는 상의를 탈의하기도 합니다. 어렸을때부터 그들의 특성은 발현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블랙번은 아스날에게 주도권을 내어주었습니다만 박스근처에 많은 수비수들을 모아놓고 상대에게 좋은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번의 결정적 찬스를 골로 연결한 블랙번은 파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난뒤 주변 일대 교통은 마비가 됩니다. 영국인들의 시민의식을 느낄 수 있던 것이, 저렇게 혼잡함에도 불구하고 뭐 별거아닌양 차례차례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지난 웨스트햄전에 갔을 때도 느꼈던 점이었습니다. 아참, 경기장 주변은 아예통제를 하더군요. 

영국인에게 축구가 갖는 의미

소위 '빅클럽'의 경기는 저에게 느끼게 한 점이 많았습니다. FA컵이었고, 주중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주요 선수들을 벤치에 앉혔던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의 열기와 팀을 위한 서포팅의 열기는 정말로 뜨거웠습니다. 기차로 5시간을 더 달려와야하는 블랙번의 팬들도 그들에게 할당된 관중석을 모두 채웠습니다. 할아버지, 어른, 아이할 것없이 이들의 서포팅은 그들의 팀을 위한 것입니다. 

유난히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날 에미레이츠에는 '아버지와 아들'단위의 관중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제가 있는 브라이튼에서부터 기차를 타고가던 아버지와 꼬마아이는 오는 기차에서도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전통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난히 아버지와 아들사이가 더 친하게 보이더군요.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이것저것 사달라는 아이들덕분에 메가스토어는 연신 붐빕니다. 

축구는 이들의 일상입니다. 이들의 축구는 단지 주말에 2시간의 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부터 그들이 서포팅하는 팀의 옷을 입고, 일찌감치가서 응원을하고, 경기가 끝나면 펍에모여 그날의 경기를 이야기합니다. 펍에는 아스날팬들만을 위해 'HOME FAN ONLY'라는 팻말이 붙어있기도 합니다. 

기숙사에서 저희 학교 운동장이 한눈에 보입니다. 언뜻봐도 5개의 잔디구장이 캠퍼스에있고, 자그마한 풋볼 구장도 6개정도됩니다. 오늘 놀랐던 점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축구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영국여성들이 남자와 함께할정도로 축구를 하지는 않지만, 이곳에는 여자들도 남자들과 함께 축구를 합니다. 그리고 그 실력에도 놀라게 되죠. 인사이드킥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더군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축구에 푹빠져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축구에 푹빠져살지 않는 사람이라도 '맨유에서 7년을 뛴 한국인 선수'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FC서울의 몬테네그로 선수가 있다는 것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정도일까요? 맨유의 이야기를 하면 박지성이야기를 꼭 저에게 해주고, 요즘에는 스완지의 키에 대한 이야기도 곧잘듣습니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 순간입니다. 

한경기한경기가 우리나라보다 몇배나 비싸고, 경기 티켓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만, 그정도의 값어치는 충분히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티비로만 보던 선수들의 모습을 실제로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이들의 축구문화를 배워가는 것도 너무나 즐거운 일입니다. 아직 3주차 초보 영국유학생이 뭘 알겠습니냐만, 저의 영국축구에 대한 첫 인상은 이렇습니다. 이번주에는 맨유와 QPR의 경기와 스완지의 리그컵결승을 모두 관람할 예정입니다. 이 경기 뒤에도 생생한 후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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