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와 맨유의 아름다웠던 재회

Posted by Soccerplus
2013. 3. 7. 09:30 축구이야기

물론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영국 현지에서 느끼는 저의 느낌을 바탕으로, 현재 맨유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선수는 로빈 반 페르시입니다. 많은 팬들이 경기가 끝난뒤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그가 사인을 해주지 않자 버스에서 루니에게 반 페르시를 불러달라며 소리를 치기도 합니다. 어제 열렸던 맨유와 레알의 경기에서도 주심이 킥오프를 하자마자 울렸던 응원가는 반 페르시의 응원가였습니다. 반 페르시가 기회를 잡을 때 마다 그의 응원가를 불렀습니다. 

왜 시작부터 반 페르시의 이야기를 하냐면, 호날두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반 페르시가 느끼고, 차지하고 있는 그의 입지가 4년전 호날두의 입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3년동안 채우지 못했던 호날두의 자리를 어느정도 채워나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루니와 함께 두명의 에이스체제를 누렸던 4년전과 지금이 비슷합니다. 지금의 반 페르시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호날두가 그보다 덜한 인기를 누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힘듭니다. 그때도 세계 최고의 선수였고, 현재도 세계최고의 선수이며 그에 합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 선수가 팀을 떠난다는 것은 팀과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입니다. 팀의 전력은 둘째치고라도, 그를 응원했던 팬들의 상심은 무척이나 큽니다. 호날두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처음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인사를 했던 그 순간, 맨체스터의 팬들은 마드리드의 환호 그 이상의 슬픔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게 4년이 지났습니다. 반 페르시라는 새로운 영웅이 팀에 들어왔지만 호날두에 대한 그리움은 지울 수 없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0년만에 만났습니다만, 10년전의 경기에 대한 관심보다 호날두의 OT복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팬들이 4년전 호날두의 유니폼을 입고 올드트래포드를 찾았습니다. 어제의 경기는 마치 맨유의 최근 몇년간 유니폼을 다시한번 보여주려는 듯한 전시회같았습니다. 하지만 등에는 7번 호날두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경기전부터, 호날두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매경기마다 발행하는 매치데이 프로그램에도 호날두에 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장식했습니다. '메이드 인 맨체스터', 자신을 사랑하는 서포터들을 떠난 맨체스터가 여전히 그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한 구절입니다. 맨체스터에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호날두에 대한 향수를 구단 '공식' 매치데이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장내아나운서가 호날두를 부르는 그 순간이 너무나 인상깊었습니다. 등번호 순서대로 선수들의 이름을 호명했는데, 저는 호날두가 선발로 나오지 않은줄 알았습니다. 등번호 7번을 건너뛰고 6번 케디라 다음 10번 외질을 호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호날두의 이름은 가장 마지막에 나왔습니다. 'Welcome back! Cristiano Ronaldo'였습니다. 

경기내내 호날두는 강한 저항을 받았습니다. 1차전에서 그를 묶었던 필존스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방어하기 위해 오른쪽측면을 두텁게 채운 맨체스터의 방어가 거셌습니다. 하지만 그는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바로 결승골을 득점한 것입니다. 맨체스터 팬들에게는 비극과도 같은 순간이고, 호날두에게도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고, 중요한 경기에서 패한 홈팬들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호날두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서죠. 그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고, 그의 올드트래포드에서의 기억을 다시한번 떠올리기 위해 맨유의 홈팬들은 그가 나가는 그 순간까지 박수를 쳤습니다. 축구경기가 끝나면 보통 그 일대 주변 교통은 마비가 될 정도로 붐비고, 이를 피하기 위해 빨리 자리를 뜨는 관중들이 많은데 이날 경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호날두가 피치를 떠나는 그순간까지 박수를 쳐줬고, 호날두도 그런 팬들에게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다음날, 호날두는 그의 SNS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현지 리포터가 과거에 뛰던 선수가 돌아와서 이런 환대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감정이 어떠했냐고 물어보자 호날두는 울먹이며 너무나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팬들의 갈채에 멍했다며 그의 심경을 대신했습니다. 

뿐만아니라 그의 옛동료들도 호날두에게 환대를 보냈습니다. 이날 커리어 1000번째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던 긱스는 본인이 입고 뛰었던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에 선수들의 싸인을 일일이 받아 호날두에게 선물했다고 합니다. 긱스가 뛰었던 시간은 호날두가 맨유에서 뛰었던 시간보다 3배 이상이 많습니다만, 그역시도 호날두와의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나봅니다.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적어도 저의 눈에는요. 박지성이 한창 활약을 하고 매경기 밤을 세워서보았던 호날두의 그시절, 저역시도 호날두가 떠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만,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습니다. 해결사가 없어 중요한 경기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맨유를 보면서 호날두의 부재를 실감했습니다. 물론 챔스 결승에도 오르고 호날두가 없었던 세시즌중 두 시즌을 우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재는 컸습니다. 수천마일을 벗어난 한국에서도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현지팬들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하지만 그러한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호날두에게는 환대와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어제 경기를 보니 그런 환영을 받아도 될만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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