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홈구장에 태극기를 걸다 (QPRvs선더랜드 직관후기)

Posted by Soccerplus
2013. 3. 10. 08:00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2주전, 저는 부푼마음을 안고 박지성과 맨유의 재회를 보기위해 로프터스로드를 찾았지만 실망만이 가득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나오지 않았고, 현지팬들의 냉랭한 분위기만 느끼고 왔죠. 그 다음날 펼쳐졌던 스완지의 캐피탈원컵에서는 현지팬들의 엄청난 환대를 받으며, 영국에서 최고의 날을 보내고 왔습니다. 너무나 대조적인 나날이었죠. 그리고 2주만에 박지성 선수의 입지는 180도 변해버렸습니다. 주전으로 올라섰고, 오늘 경기도 풀타임으로 활약을 했죠. 

2주전 박지성 선수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매우 오기가 생겨 집에 오자마자 오늘 경기의 표를 예매했는데 운이 좋게도 블럭의 맨 앞줄이었습니다. 그 것도 QPR선수들이 경기전에 몸을 푸는 곳 바로 앞이고, 앞에 공간이 있어 깃발까지 걸 수 있는 곳이었죠. 그리고 저는 2주전에 웸블리에 가져간 태극기를 다시한번 가져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태극기를 걸고 박지성 선수에게 멀리서나마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지난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는 좋은 활약을 보이며 팀이 승리를 견인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합니다. 현지팬들은 박지성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인지, 그가 공을 잡고 패스 미스를 하거나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더 큰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제가 태극기를 가져갔고, 바로 앞에 있었던 난간에 태극기를 들고 있는 것도 상당히 눈치가 보였습니다. 제가 경기가 시작하기전 트레이닝을 하는 박지성 선수를 위해 태극기를 흔들자 주변 팬들은 멋적은 웃음을 보이더군요. 바로 옆사람은 주변사람들과 코리아에서 왔다며 수근수근거리는데 썩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꿋꿋하게 태극기를 들었습니다. 전반부터 경기가 좋았고, 박지성 선수는 공을 잡을 때 마다 안정감을 보여주며 팀의 승리에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레드냅감독이 경기 뒤에 특별히 박지성과 음비아의 칭찬을 했을 정도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한두번의 패스미스가 있었습니다만, 박지성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믿음직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전반전부터 상대를 밀어붙였지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0:1로 끌려가기시작합니다. 뭔가 매우 불안했습니다. 벤치에서는 보스로이드와 그라네로, 그리고 마키를 전반부터 준비시켰습니다. 어쩌면 박지성 선수가 가장 먼저 교체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QPR은 동점을 만드는데에 성공했고, 경기는 순식간에 엄청나게 달아오릅니다. 

그리고 후반전에는 공격에 중심을 놓으면서 선더랜드를 몰아붙입니다. 레드냅감독은 후반전 초중반의 전술이 4-4-2가 아닌 4-2-4에 가까운 포메이션이었는데 박지성과 음비아가 이를 공간과 점유율을 잘 지켜내주었다며 칭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타운젠드의 중거리슛이 들어가면서 경기는 2:1로 역전되고 로프터스로드는 광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됩니다. 경기는 3:1로 마무리 되었고, QPR은 승격이후 첫 2연승에 올시즌 첫 2연승이라는 상승세를 이어가게 됩니다. 

홈팬들이 저의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QPR의 골과, 박지성 선수의 활약상과 함께 달라졌습니다. 태극기를 보며 한국에서 또 한놈이 왔네? 라고 바라보던 눈빛은 점점 긍정적으로 변해갔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헌신적으로 수비에 임하고, 상대의 압박에서도 볼을 빼앗기지 않고 볼을 연결하자 어느덧 사람들이 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더군요. 굿 플레이 팍, 굿 패스 팍이라며, 그리고 두번째 골이 터지자 옆에있던 관중은 저의 태극기를 함께 들고 좋아했습니다. 저도 너무나 기뻐서 뒤를보며 홈팬들과 열광을 했는데, 모두가 저의 태극기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있더군요. 

마지막 골이 터지고, QPR의 승리가 확정되자 경기내내 심판에게 욕을 퍼붓던 홈팬이 저에게 한국에서 왔냐며 오늘 박지성이 GREAT JOB을 해냈다며 다시한번 축하를 해줬습니다.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하더군요. 너무나 기분이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박지성 선수의 싸인을 받으러 나가는 길에도 일부러 태극기를 가방에 넣지않고 들고 나갔습니다. 그들의 반응을 보려 일부러 눈을 마주쳤죠. 몇몇팬들이 좋은 게임을 했다며 다음 경기에서도 보고, 다음 시즌에서도 보자며 한국에서 온 팬을 치켜세워줬습니다. 뭐 이런 환대가 오늘에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단지 대승을 거둬 기분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선수에게 싸인을 받았고, 많은 QPR 선수들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박지성 선수와 사진을 찍는데에는 실패했습니다. 한국팬들이 엄청 많더군요.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폰으로 인터넷을 켰더니 저의 태극기가 포탈사이트 메인에 걸려있더군요. 뭔지 모르게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해설을 하던 캐스터가 저의 태극기를 계속해서 언급했다 하더군요. 저는 이곳에서 한국중계를 접할 수 없어 잘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직접캡쳐까지 해주면서 알려주었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방송에 원샷이라도 받도록 더욱 리액션을 크게할걸 그랬습니다. 

이역만리에서 태극기를 들고 다니면 뭔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랑스러운 순간에 태극기를 보고 같이 환호해줄 외국인이 있다는 것은 더욱 더 기분이 좋은일입니다. 지난 스완지의 캐피탈원컵 결승에서 느꼇고, 이번 QPR경기에서 또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독일로 넘어가 함부르크와 아우구스부르크의 경기를 직관합니다. 이번에도 운이좋게 벤치 바로뒤의 맨 앞자리입니다. 혹시나 중계를 통해 저의 태극기를 보실분들, 반가워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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