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현지팬들에게 '박지성의 맨유7년'을 묻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3. 12. 08:59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사실 박지성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나오기 힘든 선수라는 것을 잘 압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에서 7년이라는 세월을 보냈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두번이나 선발로 출전했을뿐더러 4번의 EPL우승과 3번의 월드컵출전등, 엄청난 커리어를 갖고 있습니다. 가끔씩 여행을 다니면,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박지성을 묻는 사람도 꽤나 됩니다. 특히 이곳 영국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가 뛰어난 개인기를 가진 것도 아니고, 조용히 빛나는 선수이기에 많은 해외팬들이나 현지팬들은 진가를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맨유시절, 매번 경기를 할 때마다 레드카페의 반응을 챙겨봤을 정도로 이들의 평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영국을 오게 되었고, 지난주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를 직관하게 되었습니다. 출국하기 전부터, 영국에서 친구를 사귀게 되면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바로 박지성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느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뉴스에서 한두번씩 사람들의 인터뷰를 기사의 말미에 보내주긴 했지만 매우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현지팬들을 직접 인터뷰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의 블로그를 통해 발행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더 현지의 평가를 자세히 알게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성격이 그렇게 외향적인 편은 아닙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영국에 살고 있긴 하지만, 영어가 완벽한 것도 아닙니다. 미국식 영어로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곳 현지인들의 발음을 듣는데 애를 먹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거기에 맨체스터 지방 특유의 사투리는 거의 알아듣기가 힘든 수준입니다. 인터뷰를 할때도 대충 그런얘기구나 알아듣고 오케이오케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 6시반에 일어나 맨체스터에 2시쯤도착했고, 짐도 풀지 않고 올드트래포드로 향했습니다. 경기 약 4간전부터 현지팬들에게 인터뷰를 돌아다녔습니다. 인터뷰를 하기엔 날이 그렇게 좋진 못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거함을 상대로 하는 맨유의 팬들은 그 대결에 매우 신경이 곤두서 있었습니다. 거기에 해외의 유명 방송국의 기자들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데, 그에 반해 저의 작은 미러리스카메라는 볼품이 없었습니다. 작은 동양인에게 호의를 베풀어줄 사람이 많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주말, 카가와 신지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도 큰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용기를 내 다가갔습니다. 한 10명정도에게 말을 건 것같고, 그중에 절반정도는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그 중 촬영이 가능하다고 말한 사람은 4명이었고, 저는 인터뷰를 녹화해 자막을 달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도 쉽지 않았는데, 이는 저와 기숙사를 같이 쓰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들도 매우 다른 맨체스터 방언에 'What the hell'을 반복하며 고통스러워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저의 질문은 4개였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맨유를 떠날 때의 기분이 어땠느냐, 그리고 박지성이 맨유에서 7년동안 보낸 커리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냐, 그리고 박지성이 맨유에서 남긴 활약상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현재 QPR에서의 활약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현지팬의 의견을 묻고 싶었기에, 저는 현지인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찾은 현지인이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경기에 관전을 하러 왔는데, 아버지가 아들이 엄청난 팬이라며 인터뷰에 응해주었습니다. 박지성에 대한 애정이 잔뜩묻어나고,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박지성 선수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첫 인터뷰가 너무나 잘 되어 상당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두번째는 노르웨이에서 온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맨유 경기를 매번 지켜보고, 맨유의 수십년간 팬이라며 현지팬과 다를바 없다는 이야기를 본인이 하더군요. 특유의 맨체스터 발음이 없어서 훨씬 편했습니다. 박지성이 떠날 때 마음이 아팠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세번째는 나이가 지극히 드신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떠난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박지성에 대한 애정이 듬뿍묻어납니다. 큐피알 경기는 보지 못했다며, 잘하고 있냐고 저에게 물어보시더군요. 대답을 쉽사리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영상의 마지막은 매우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박지성이 맨유에 이적했을 때쯤 태어났을 터인데, 아스날과의 챔스리그에서 골을 넣은 것까지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목소리는 이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축구를 보러오는 광경을 자주보았는데, 매우 좋아보였습니다. 아이와 아빠가 아니라 이들이 다 커서도 축구는 부자간의 소통창구가 되나봅니다. 

물론 박지성선수에 대한 좋은 평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물어보았던 사람들중 단 2명이 박지성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려놓았습니다. 첫번째는 박지성이 구단의 상업적인 이유로 뛰었다는 평을 내린 분이 있었습니다. 그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두번째는 제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카가와의 이름을 꺼내신 분이 계셨는데, 박지성보다 카가와가 나은 것 같다며 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다다음날 같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캐링턴 훈련장에서 저는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비원이라고 생각해도 되겠고, 맨유의 직원이라고 생각하셔도 되죠. 매일 같이 훈련장으로 출근해 박지성 선수와 매일 인사를 나누던 분이니, 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것입니다. 인터뷰를 녹화하고 싶었지만, 직원이라 영상을 발행하는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오자마자 버스에서 들었던 말을 적어놨습니다.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곳 영국에서 한 선수에게 닉네임이 붙여진다는 것은 무척이나 유명한 것이라했습니다. 그런데 박지성 선수는 'Oxygen tank(산소탱크)', 그리고 'Three lung park(세개의 폐를 가진 박지성'이라는 별명을 가졌다며 그 것부터가 매우 대단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항상 열정이 있었고, 좋은 플레이어며 또 에브라와 각별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호날두, 웨스 브라운과 같은 선수들과 나란히 언급하면서 그가 굉장히 그립다고 했습니다. 조용하지만 에너제틱하며, 중요한 경기마다 골을 넣어줘 기뻤다며 멀리 한국에서 온 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의 어깨도 으쓱해졌습니다. 거기에 현지 직원이 국내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은 박지성 선수의 이야기를 해줬는데,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죠. 

매일 같이 하나의 주제로 글을 써왔습니다. 거의 2년쯤 다되가는 것 같은데요. 이 인터뷰는 저의 첫 장기프로젝트였습니다. 물론 실전에서 부딪히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느꼈습니다만, 반응이 좋으면 스완지에 가서 기성용의 활약상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지난 주에 QPR 홈경기를 다녀왔지만, 아직 로프터스 로드에서 인터뷰를 할 용기가 나지는 않습니다. 얼른 QPR이 더 성적을 끌어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느낀 건, 현지팬들도 박지성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인터뷰를 한 10명남짓한 사람들 가운데 2명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보냈고, 그 중 두명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중 한명이었다며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했습니다. 저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부분이 상당히 부끄럽지만, 좋은 의도로 발로 뛰어가며 인터뷰를 했으니 좋게 보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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