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그래서 더 즐거웠던 손흥민vs지구특공대 직관기

Posted by Soccerplus
2013. 3. 18. 09:00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어제 끝난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 아우구스부르크의 경기에서 아우구스부르크가 함부르크에게 1:0으로 승리하면서 강등권과의 격차를 더욱 더 벌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경기가 매우 관심을 모았는데, 지동원과 구자철, 손흥민등 국가대표팀의 핵심자원들이 모두 출장했기 때문입니다. 퓌르트의 박정빈 선수를 제외하면 분데스리가의 한국선수들이 총출동한 경기였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영국에 머물면서 EPL을 3경기, 캐피털원컵을 한경기, FA컵을 한경기, 국가대표팀 경기를 한경기 보았습니다. 영국축구는 이렇게 돌아가고, 경기장 분위기가 이렇구나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새벽비행기로 독일 함부르크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곧장 임테크아레나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기위해서입니다. 지난주, 박지성 선수의 QPR경기를 보러갔었을 때 가져갔었던 태극기를 동반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뉴스가 전해지지만, 이 경기는 두 팀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손흥민의 함부르크는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한 승점이 절실했습니다. 이 경기전, 함부르크는 리그 6위에 올라있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나눠지는 4위와는 승점이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4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가 한두경기의 성적으로 뒤바뀔 수 있었던 승점차였습니다. 이날 경기와 함께 샬케04와 뉘른베르크의 경기가 열렸는데, 경기 중간중간 이 경기의 중간결과를 전광판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우구스부르크도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지난시즌과 마찬가지로 임대선수들에 크나큰 의존도를 갖고 있고, 팀은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분데스리가는 하위 두팀이 강등이 되고, 16위팀이 2부리그 3위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 강등팀을 가립니다. 그리고 아우구스부르크가 강등직행권에서 1점이 차이난 16위를 기록하고 있었죠.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매경기가 결승전인 상황입니다.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자철 선수를 어쩔수 없이 선발로 기용해야할 정도로, 아우구스부르크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이번 경기는 저의 첫 독일 분데스리가 경험이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경기였지요. 그리고 제가 경험했던 EPL팀들과의 경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모든 관중이 하나의 응원가를 부르면서 응원을 하고, 서포터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고 속마음을 전혀 감추지 않으며 응원을 하는게 EPL의 스타일이라면 함부르크는 한 스탠드는 아예 스탠딩으로 떠들썩하게 응원을 하고, 다른 자리들은 제법 조용했습니다. 가족단위가 많았고, 경기를 ‘관전’한다는 느낌을 많이 주었습니다. 심지어 아우구스부르크의 스카프를 한 사람이 함부르크 홈팬석에 앉아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경기전부터 온 시내가 서포터들로 가득차고 경기에대한 흥분을 감추지 않는 것은 양국이 모두 같았습니다. 

물론 두 팀의 경기결과도 중요했지만, 저의 관심은 22명의 선수들가운데 세명의 선수들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세 선수모두 골을 넣었으면 좋겠지만, 제가 함부르크의 홈팬석에 앉았기에 손흥민 선수가 결승골을 넣어주길 바랬습니다.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하고, 구자철과 지동원선수가 한골씩을 넣어주면 더할나위없는 추억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제마음대로 펼쳐진 적은 거의 없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입니다. 

경기시작한지 10분도 안되어 아우구스부르크의 칼센브래커가 세트피스에서 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경기시작하자마자 약 15분간 함부르크가 실수를 연발하면서 아우구스부르크에 좋은 찬스들을 허용하는데, 홈팬들은 이에 화가난 나머지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이 야유를 들었는지, 다행히 함부르크가 정상페이스를 찾으면서 경기는 함부르크의 공세와 이를 막아내는 아우구스부르크의 수비의 양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반 더 바르트가 빠진 함부르크에서 손흥민은 단연 빛났습니다. 양쪽 풀백의 오버래핑과 후반 중후반부터 시작된 롱볼축구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전술을 찾아볼 수 없었던 함부르크에서 유일하게 공을 잡을 때 기대감을 갖게 만든 선수였습니다. 전반과 후반 한번씩 번뜩이는 스루패스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었지만 골망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공간이 날때마다 혼자서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면서 직접기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골은 없었고, 몇 번의 찬스를 아쉽게 날렸습니다만 손흥민 선수의 진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직접 경기를 보니 정말 계속해서 공간을 찾아 뛰어들어가는데, 그의 움직임은 매우 무서웠습니다.

전반전 초반과 세트피스를 제외하면 공격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안정감을 주는 선수는 구자철이었습니다. 농익은 키핑력을 바탕으로 구자철 선수는 팀 경기의 템포를 조절했습니다. 공격수의 아랫자리부터 수비수의 바로 윗자리까지 미드필더의 전영역을 커버하면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후반전 초반 예상치 못한 교체가 있었는데 무릎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후반전이 끝나고 무릎에 붕대를 감고 나오는 모습에 다음주 국대경기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동원 선수는 오늘 경기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공격수의 포지션도 아니고, 측면 미드필더도 아닌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서 경기를 했습니다. 저만 느낀 것일지는 모르지만 팀 동료들이 그에게 패스를 잘 주지 않는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에게 공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몸을 풀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등장했습니다. 아우구스부르크의 선수들이 먼저 나왔고, 그 뒤를 함부르크의 선수들이 이었습니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가 의식적으로 아우구스부르크쪽을 바라보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구자철선수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더군요. 뒤이어 지동원선수와도 인사를 했습니다. 

경기내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손흥민과 공수를 겸했던 지동원과 구자철은 상당히 많이 맞부딪혔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반가운 인사는  어디로 갔는지 선수들은 정말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면서 공을 가져오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동원과 손흥민, 구자철 선수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 경기를 찾은 많은 한국팬들의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무척 떨리는 입장으로 경기를 지켜보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태극기의 무게감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뭔가 저들을 독일 관중앞에서 제가 대표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함부르크의 세트피스에서 손흥민 선수를 전담마크했던 선수가 바로 구자철이었습니다. 세트피스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몸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세계축구의 중심에서 우리나라선수끼리 저렇게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뿌듯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프로였고, 경기장에서는 국가대표팀의 동료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훈훈했던 장면은 경기가 끝난 뒤 펼쳐졌습니다. 경기를 풀타임으로 마친 손흥민과 지동원선수가 서로 셔츠를 교환했습니다. 그리고 구자철선수는 무릎에 붕대를 감은 채, 손흥민 선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려 그라운드에 나섰습니다. 두 선수가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줄 알았는데 손흥민 선수가 함부르크의 벤치에 앉고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원정을 온 팬들에게 인사를 하러간 구자철과 지동원 선수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 선수들은 서로 경기후의 소감을 교환하고 많이 찾아준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뒤 서로의 라커룸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한국팬들이 정말 많이 왔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지난주의 QPR경기 그 이상으로 많은 한국팬들이 찾아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구자철과 지동원선수의 싸인과 함께 사진을 찍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경기에 진 것이 아쉬웠는지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저에게 제일 자주했던 말이 ‘놀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해라’ 였습니다. 그리고 세명의 한국인 분데스리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는 치열하게 프로선수처럼 경기를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다시 친한 동료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도 치열했던, 그래서 더욱 더 즐겁고 기분이 좋았던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예정대로였다면 어제 올라갔어야할 글이지만, 현지 인터넷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 하루 늦게 올리는 점 양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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