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은퇴 소식, 이 씁쓸함을 어찌하나

Posted by Soccerplus
2013. 3. 23.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어제 스포츠조선에서 박지성 선수에 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아버지인 박성종씨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박지성 선수가 1년뒤에 은퇴할 마음을 굳힌 것같다라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최측근인 아버지이고 그의 주변인물가운데 가장 신뢰할만한 이야기를 해오셨던 분이기에 이 인터뷰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QPR과의 계약기간이 다음 시즌까지이고 그의 경기력에 따라 선수생활을 1~2년더 연장할 수는 있지만, 박지성 선수본인은 선수생활의 끝을 다음 시즌까지로 마음먹은 듯한 느낌입니다. 대표팀복귀나 K리그로의 국내진출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언젠가는 박지성 선수도 은퇴할 것이라는 것을 늘 알고 있었습니다. 늘 그의 무릎은 좋지 않았고 박지성 선수가 선수생활을 정말로 오래할 것이라는 생각은 든적이 없습니다. 81년생, 현재 32살이고 적지않은 나이입니다. 축구선수로는 이제 노장의 반열에 끼어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그냥 뭔가 마음이 이상합니다. 2002년에 화려하게 등장해 우리나라에게 그리고 많은 아시아국가에 유럽축구를 알린 선수입니다. 박지성이 PSV시절 밀란을 상대로 골을 넣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에 입단한 것 자체가 정말로 믿을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말도 안된다. 박지성의 맨유 입단설이 나오자 많은 팬들은 그에 대한 기대감보다 믿지 못하는 마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유럽의 빅리그, 빅클럽은 머나먼 세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주말마다 유럽에 뛰고 있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것은 많은 축구팬들의 일상이 되었고,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빅리그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마냥 축구팬이었던 제가 900개가 넘는 글을 쓰며 2년가까이 블로거생활을 하게 만든 것 역시도 박지성 선수였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은 해외축구팬들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박지성 선수의 맨유진출이후 그 팬들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루니, 에브라, 호날두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사상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출장이라는 업적도 남겼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때 박지성 선수가 맨유 입단을 했습니다. 그 유명한 PSV와 밀란의 대결을 생중계로 몰래 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케이블을 신청안하면 경기를 정말 보기 힘들었기에 정말 보기도 힘든 중국방송으로 보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 8년이 지났고, 고등학생인 저는 대학에 진학해 사회진출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데뷔를 하고 화려한 커리어를 쌓는 동안 저역시도 소중한 20대가 끝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8년이나 흘렀더군요. 

뭔가 박지성 선수는 늘 꾸준하고 성실한 선수였기에 천년만년 선수생활을 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늙어서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낳아도 주말에 박지성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에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나봅니다. 박지성 선수가 이제는 은퇴를 준비할 나이가 되었다니, 정말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합니다. 

3월초에 맨체스터에 가서 박지성 선수에 대한 인터뷰를 현지팬들에게 했을 때 박지성의 이적에 대해 한 시대가 끝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의 은퇴가 이제 정말 눈앞에 보이는 지금 이시점에서 정말로 저에게도 하나의 시대가 곧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해외파 선수들의 경기들을 봐도 왜 박지성 선수의 경기만큼 흥이 나고 감정이입이 잘되는 경기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은퇴하면 한동안 정말 허전한 주말을 보낼 것입니다. 

저말고도 많은 팬들이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박지성 선수가 변화시킨 것이 정말로 많기 때문입니다. QPR에서 생각보다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다시 주전으로 복귀하며 팀의 2연승을 주도하도 했습니다. 한국축구의 역사상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남긴 박지성 선수의 말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야 할테지만, 그의 멘탈이라면 어떤 난관이라도 극복해 낼 것이라 믿습니다. 

어쩌면 다음 시즌이 선수 박지성을 보는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호날두보다 베컴보다 훨씬 더 대단한 선수이고 아마 그가 은퇴하고라도 최고의 선수로 기억할 것입니다. 저희의 아버님 세대들이 차범근을 최고의 선수로 기억하시듯, 우리의 아래 세대에게는 박지성이 그런 레전드로 남겠죠. 문득, 시간이 빠름을 느낍니다. 그리고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실감하자, 조금은 씁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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