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왜 80분간 벤치에 있어야했나

Posted by Soccerplus
2013. 3. 27. 08:0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중요한 승점 3점

국가대표팀이 카타르를 상대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번 경기의 최소목표였던 승점 3점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우리는 남은 3경기에서 2경기를 승리하면 자력으로 본선진출을 확정짓고, 상황에 따라서는 다음 레바논전정도만 이기면 월드컵본선에 올라갈 확률이 높아졌다. 현재 순위는 2위지만 남은 일정이 홈이 많기에 상당히 유리한 위치이다. 더구나 1위인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보다 1경기를 더 치룬상태기에 동등한 위치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번 경기를 이긴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 최소 3위를 목표로 하던 카타르를 주저 앉히게 되면서 상위 순위싸움을 한국, 이란, 우즈벡 3강구도로 만들었고 우세한 점유율과 찬스를 살리지 못했음에도 승리를 거두었다. 95분에 터진골, 그야말로 극장골이 터졌기에 승리의 기쁨은 더욱 더 크다. 손흥민이 자신의 2번째 A매치골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골로 장식을 했고 이청용이 1년 9개월만에 안방에서 맹활약을 했다. 그의 부상때문에 많은 후보들이 대표팀에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오른쪽윙에 제 주인을 찾은 듯 했다. 

실망스러웠던 경기,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뒤로하고, 경기내용을 살펴본다면 너무나 불만스러운 경기였다. 나는 경기를 보면서 너무나 답답했다. 점유율은 앞섰지만 찬스는 없었고, 공격진에는 부분전술이 없었다. 세밀한 2:1패스는 이번 경기에서 아예 본적도 없는 것 같다. 

최강희 감독에게 분명히 비판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우리나라 공격전술은 무엇이었는가. 중앙에서 볼을 돌리다가 측면으로 가고, 측면에서 김신욱을 향한 크로스가 이어졌다. 대표팀의 공격전술은 김신욱의 머리, 그 하나였다. 물론 상대보다 머리하나가 더 있는 김신욱의 제공권은 그에게 오는 공마다 거의 대부분의 공을 따내게 해주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그의 주변에 따라주는 선수가 없고, 우세한 개인기량에도 패스플레이보다는 긴패스에만 주력했다. 

답답한 롱볼축구,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경기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난 우즈벡-이란 원정부터 이러한 경향은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김신욱이 없으면 이동국의 머리를 노렸고, 후반전 김신욱이 교체되고 나서는 김신욱의 머리만 노리는 경기양상이 대부분이었다. 

크로스는 대부분 윙어가 아닌 풀백들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크로스는 최악이었다. 박원재가 이근호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하긴 했지만, 이 두명의 풀백들이 성공시킨 크로스는 90분동안 단 한개였다. 너무나 답답했고, 그렇다고 수비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었다. 이런 전술을 쓰려면 대표팀의 좌우풀백은 수비력보다 크로스능력을 먼저봐야했다. 크로스가 패널티박스근처가 아닌 센터서클 근처에서 나온 것이 많았다는 것도 좋은 양상은 아닌듯 보인다. 

지동원 선발카드, 왜?

선발로 왼쪽 윙에 지동원이 나왔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 약간은 아쉽지만 그래도 이해는 가는 투입이었다. 그런데 지동원은 전반전 단 두차례를 제외하고 경기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주문한 동선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가며 슛을 노리는 인사이드 포워드형 공격수를 생각했다면 손흥민이 그보다 훨씬 나은 옵션이었고, 측면으로 돌파하며 크로스를 날려줄 선수를 찾았다면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김보경이나 K리거들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니었다. 지동원이 키가 크기에 세트피스나 롱패스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동원과 이동국의 교체, 확실해진 최강희호의 전술

경기내내 보이지 않았던 지동원이 빠지고 이동국이 들어왔다. 이근호가 좌측으로 이동하며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이동국이 들어오면서 대표팀의 전술은 더 단순해졌다. 2개의 기둥을 향해 볼을 집중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헤딩을 떨궈주기도 힘들고, 박스내에 최소 6명의 수비를 두던 카타르에게는 중과부적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격패턴은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후반전 종료시까지 계속되었다. 

손흥민 투입, 김신욱의 풀타임

후반 35분, 손흥민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이근호와 교체되었다. 김신욱을 빼지않았다. 최강희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계속해서 롱패스를 노리자는 것이었다. 

손흥민은 투입되자마자 활발한 돌파를 시도하며 지금까지의 선수들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개인기량이 탁월했고, 팀에 기동성을 부여했다. 롱패스에 집중된 우리나라의 공격이 잠시 빨라지는 순간은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였다. 상대는 침대축구를 다시한번 시작했고, 승리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상황에서 골을 넣은 것도 손흥민이었다. 그의 발 앞에 공이 떨어졌다. 주워먹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의 뛰어난 위치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나라를 살린 선수기도 했고, 단 10여분에 그쳤지만 기억에 남는 활약을 한 선수도 손흥민이었다. 오늘 경기의 최고의 선수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보다 훨씬 더 경기를 오래 뛰었던 김신욱, 이동국, 구자철, 지동원보다는 더 나은 경기를 했다. 분명히 대표팀에 다른 분위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였다. 

상대가 깊숙히 수비를 내리지 않았고, 오히려 미드필더진까지는 어느정도 압박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전반중반 구자철의 스루패스나 후반전 김신욱의 단독찬스, 종료직전 아쉬운 찬스등 뒷공간이 많았다. 그리고 이 뒷공간을 우리나라는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왜? 공격전술이 단순했기 때문이다. 

공격의 효율성,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는 4-4-1-1의 포메이션을 가동했지만 경기에서는 2-4-4의 느낌으로 진행이 되었다. 풀백들이 미드필더진까지 올라와 경기를 했고, 공격시에 미드필더인 구자철은 공격진 깊숙히들어갔다. 공격시에는 공격수가 거의 5명쯤은 되보였다. 하지만 이 수적인 우세를 왜 살리지 못했을까. 공격수가 많다고 공격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닌데, 뭔가 숫자싸움에 집착하는 느낌이었다. 지동원이 경기에서 지워지면서 우리나라는 공격숫자의 우세를 살리지 못했다.

게다가, 중앙에 나온 구자철은 자신의 자리가 아니었다. 기성용이 아래에 받쳐주고, 구자철이 전진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길 바랬지만, 두명의 조합은 좋지 못했다. 후반전 막판, 기성용이 전진하자 상당히 큰 위력을 발휘했다. 기성용이 공을 몰고 전진할 때 마다 기회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굳이 두 선수를 중앙에 배치해야했나 싶다. 기성용과 구자철아래에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더 있었더라면 기성용과 구자철은 더 자유롭게 움직일수도 있었고, 실점장면도 없었을 것이다. 

롱볼축구,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공격수를 많이 기용하고 공격성향이 짙은 선수들을 많이 배치한다고 해서 공격이 더 잘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선수들을 살리기 위한 메인전술이 한 선수의 머리만을 노리는 것이라면 그 결과는 뻔하다. 손흥민이 아닌 지동원이 선발로 나왔던 이유, 손흥민이 80분이 되어서야 경기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 공격진에서 소득이 없었던 김신욱이 풀타임을 뛰었던 이유, 단 한번에 슛팅에 어이없이 무너져야 했던 이유, 모두 롱볼을 노리고 그 주변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하자라는 시작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경기를 펼친 지난 우즈벡, 이란, 카타르전에서 모두 졸전을 했다. 더 이상은 이런 경기를 보고 싶지 않다. 제발, 이번 경기에 만족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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