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튼팬들의 이청용 사랑을 느꼈던 볼튼:찰튼 직관기

Posted by Soccerplus
2013. 3. 31. 08:00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우리나라는 올해 처음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로 승강제가 실시되었고, 본격적인 1부리그와 2부리그 체제에 돌입했습니다만, 엄청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에는 매년시즌 막판마다 리그의 강등팀과 승격팀을 가리는 것이 가장 큰 관심거리이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청용 선수의 볼튼도 리그가 얼마남지 않은 현재 승격의 가능성을 갖고 리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를 제외하고, 최근 5경기 4승 1패였죠. 

어느새 챔피언스리그, 리그 컵, FA 컵, 그리고 EPL과 분데스리가를 모두 직관한 저이지만 2부리그를 직관한 적은 없습니다. 집 앞 5분거리에 2011년 6월 개장하고, 영국 21세팀이 친선경기를 갖을 정도로 좋은 시설을 가진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의 아멕스스타디움이 있지만 관심이 없는 팀이니 발걸음이 향하지 않더군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속한 볼튼과 카디프는 제가 있는 곳과는 너무 먼거리라 찾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청용 선수의 볼튼이 런던의 찰튼으로 원정을 오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국대경기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이청용이기에 다시한번 태극기를 들고 찰튼의 홈구장인 더 밸리를 찾았습니다. 

경기 30분전쯤 도착해 이청용 선수가 몸을 푸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제가 구매한 표가 집에 도착하질 않아 티켓 오피스에서 표를 찾느라고 한참을 소비해야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표를 받자마자 뛰어갔지만, 이미 선수들은 경기시작준비를 하러 경기장에 들어간 후더군요. 태극기를 들고 이청용 선수에게 응원을 하러 왔다는 것을 각인 시켜줄 좋은 기회가 바로 경기전 몸을 푸는 시간인데,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2부리그에 떨어졌기에 관중들은 프리미어리그만큼 많지도 않았습니다. QPR은 리그 20위임에도 매경기 매진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부리그로 떨어지니 팬들의 관심이 적긴 적은가 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버스로 5시간이 넘게 걸리는 볼튼에서 천명이상의 관중이 들어왔습니다. 2부리그임에도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이 곳 유럽에서 느낀 것은 홈팬들은 앉아서 경기를 보는 반면, 어웨이 팬들은 모두 일어나서 경기를 지켜봅니다. 원정을 온 선수들에게 기죽지말라는 의미인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와서 웸블리에서 열린 캐피털원컵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원정석에 앉아보았는데 정말 머리가 아플정도로 열렬한 응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청용 선수는 오늘도 선발이었습니다. 3월 한달동안 7경기를 뛰는 이청용 선수인데, 기량을 회복하자마자 노예모드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벤치에는 국가대표 소집이 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았지만, 팀에 복귀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이청용 선수가 선발이었습니다. 팀에서 어떤 입지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청용 선수는 왼쪽윙어로 선발출장했습니다. 그의 최적포지션인 오른쪽보다 파괴력은 떨어졌지만 경기내내 보여주는 축구지능은 여전했습니다. 

볼튼은 시작하자마자 2골을 몰아넣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상대 찰튼의 중앙을 무너뜨리더니 이청용의 위협적인 슛, 그리고 은곡의 슛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소델과 메도의 골이 이어지면서 2:0으로 앞서갔습니다. 2:0이 되자 신이난 볼튼 팬들은 엄청난 응원을 보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시는 정말 뚱뚱한 할아버지도 상의를 탈의했습니다. 뒷모습만 보여 앞모습이 얼마나 흉측한지 모르시겠지만, 이런 광경에 익숙한 현지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볼튼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2번째 골을 넣고 5분뒤 잭슨에게 골을 먹혔고, 이후 경기는 대등하게 흘러갔습니다. 후반전이 시작하자 찰튼의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볼튼이 움츠려든 상황이었죠. 그리고 찰튼의 1:1 찬스가 만들어지기 직전 볼튼의 오른쪽풀백이었던 샘 리케츠가 고의적인 파울로 퇴장을 당하고 맙니다. 그 프리킥 찬스에서 바로 골이 터졌습니다. 2:2가 되는 순간이었죠. 

굳건한 오른쪽 풀백이 퇴장당하자 찰튼은 이 오른쪽을 집중공략했습니다. 그리고 3분뒤 볼튼의 오른쪽을 완전히 돌파하다가 파울을 얻어냅니다. 패널티킥, 3:2로 앞서갔고 사실상 경기는 여기서 끝난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숫적으로 열세에다가 골을 넣어야 하는 프리드만 감독은 이청용 선수를 빼고 타겟형 스트라이커인 크랙 데이비스를 집어넣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경기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경기는 아쉽게 끝이 났지만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볼튼 팬들이 이청용 선수를 아끼는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허겁지겁 들어가서 태극기를 주섬주섬꺼내자 청기(Chungy, 청기인지 청이인지 발음이 각각입니다)의 나라에서 왔냐며 요즘 너무 잘한다고 칭찬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태극기를 들자 주위의 팬들이 한국에서 왔다며 저를 한번씩 쳐다보더군요. 볼튼에서 이미 몇시즌을 뛴 이청용이니 볼튼팬들에게도 태극기는 익숙할 것입니다만, 2부리그 원정경기까지 한국팬이 온 것은 신기하게 생각하더군요. 

경기내내 이청용 선수가 공을 잡으면 이청용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공을 잡으면 앞으로 전진만 하는 다른 공격수들과 달리 지능적으로 동료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모든 선수들이 이청용같아야 한다며 한숨을 쉬는 팬도 있었습니다. 이청용 선수가 본인의 포지션이 아닌 좌측에서 플레이를 하자, 이청용을 오른쪽에 놓아야 한다며 소리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주변의 많은 팬들이 이청용이 공을 잡을 때마다 저의 어깨를 툭툭치며 판타스틱플레이어라며 칭찬을 계속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좋았지만 나중에는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2:0이 되자 옆 팬은 저의 태극기를 함께 흔들기도 했고, 이청용이 볼튼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저에게 계속 건넸습니다. 그래서 저도 볼튼이 승격하길 바란다는 대답을 해주었죠. 

자신의 팀임에도 모든 선수들에게 칭찬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완전히 신뢰가 쌓인 선수들은 실수를 해도 용서를 해주는 경향이 큰 반면, 아직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욕과함께 쓸모없다(useless)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합니다. 이청용 선수도 아직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지 실수를 몇차례했지만, 장기간 비행의 여파라며 긴장하고 있는 저를 다독여주기도 했습니다. 그가 원래는 이경기에서 쉬어야 하는데, 팀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가 안쓰럽다는 이야기까지 하더군요. 이청용 선수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반전 중반부터 역전을 당하자, 이청용이고 뭐고 볼튼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심판이 석연치않은 판정을 계속하고, 두명이나 퇴장을 시키자 경기끝날때까지 주심욕을 하며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관을 다닌지 10경기정도가 되었는데 이렇게 무서울정도로 욕을 한 것은 처음인것 같습니다. 동영상으로 보여드린 것이 정말 극히 일부일뿐입니다. 그렇게 경기는 끝났고, 아쉽게 볼튼은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저에게 많은 팬들이 한국에서 왔냐고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이겨야 할 경기를 졌다며 아쉬워하는 팬들은 불과 몇분전 흥분을 감추지 않던 팬과 또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청용이 더 잘할 것이라며 저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싸인을 받으려면 어디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까지 해주더군요. 이날 경기에서 한국팬은 저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한사람을 위해 한 무리의 팬들이 저를 안내해주었습니다.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경기 끝나고 이청용 선수의 싸인을 받으려 버스앞에서 기다렸지만, 찰튼의 어웨이 버스에 대한 경계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엄청나게 큰 철문으로 버스를 아예 가로막아, 이청용 선수의 얼굴을 보는 것도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직관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볼튼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면 다시한번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튼이 앞으로 정말 더 잘해야겠죠. 아쉬웠지만 이청용이 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이청용 선수도 볼튼도 남은 경기 선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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