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생' 구자철, 부상속에서 더 빛나는 책임감

Posted by Soccerplus
2013. 4. 1. 08:0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지난 올림픽이후, 많은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이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그 이후 많은 선수들이 방송출연을 했고, 기성용 선수와 같은 스타 선수들은 힐링캠프에 단독으로 출연하기도 했죠. 대표팀의 주장이었던 구자철 선수도 다큐멘터리였던 '그날'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당시 구자철 선수는 부상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완치를 위해 수술을 해야할 것을 권유하는 상황에서 재활을 택한 이유였습니다. 수술을 하면 3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하고, 재활을 하면 그보다는 적은 시간을 회복에 보내야했고 구자철은 팀이 자신을 데려오기 위해 쓴 돈을 알고, 자신에게 거는 기대감을 알고 있기에 재활을 택했다고 했습니다. 참 마음이 짠하면서도 그의 책임감에 대견스러운 마음까지 생기더군요. 대표팀의 차기 주장감으로 뽑히는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구자철이 장기 결장하면서 아우구스부르크는 부진에 빠졌고, 단숨에 강등권으로 내려왔습니다. 구자철은 재활시기를 더욱더 빨리 앞당겼고, 그의 복귀와 함께 아우구스부르크는 강등직행순위에서 플레이오프를 갈 수 있는 순위인 16위로 올라왔습니다. 구자철이 없었다면 지동원도 아우구스부르크에 자리하지 못했겠죠. 지난 시즌에도 팀을 강등에서 구해냈던 구자철이 이번 시즌에도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구자철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르는 지난 함부르크와의 경기에서 그는 후반 초반 교체되어 나왔습니다. 그의 무릎이 문제였습니다. 그는 절뚝이며 운동장을 걸어나왔습니다. 경기 후 팬들이 대표팀 경기를 잘 치룰 수 있겠냐는 물음을 웃어넘기던 그는 대표팀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었지만 90분을 소화했습니다. 

그리고 카타르전에서 등부상을 입었습니다. 무릎에 등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 그였죠. 검사와 치료가 필요했던 그였지만 하루의 휴식을 갖고 바로 독일로 날아갔습니다. 위험에 빠진 팀을 좌시할 수 없다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구자철 선수에게 청천벽력같은 이야기가 날아들었습니다. 6주부상, 지금부터 5월 중순까지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시즌아웃이나 마찬가지죠. 임대생의 신분이고 다른 선수라면 벌써부터 프리시즌 새로운 팀을 구하는 일에 몰두했을 법이지만 구자철 선수의 말은 '플레이오프를 위해 몸을 만들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팀을 위해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구자철이 아우구스부르크를 위해 이렇게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수생명이 위협되는 부상을 당하고 수술을 받지 않고 재활을 했어도 상관이 없었고, 본인의 부상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더 머물러 치료를 받고 갔어도 됩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 된 상황에서, 구자철은 아우구스부르크 그 이후를 생각해도 되는 상황이지만 그의 책임감은 끝까지 팀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자철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아우구스부르크와의 인연을 마무리할 것입니다. 아우구스부르크가 강등이 되든지 말든지 사실 큰 상관이 없습니다.  한시즌 반을 뛰었고, 지난시즌에는 아우구스부르크의 강등탈출에 가장 큰 공헌을 했으며, 이번 시즌에도 팀을 살려내는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부상으로 인해 출장시간이 줄었습니다만, 나오는 경기마다 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팀의 중심이었고, 그가 갖는 무게감은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절대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아우구스부르크가 그에게 좋은 팀이었지만, 구자철도 한시즌 더 이 팀에 머물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제는 구자철에게도 조금 더 나은 조건의 팀에서 뛰어야할 시기입니다. 그 팀이 본 소속팀인 볼프스부르크가 될수도 있고, 또 다른 팀이 될수도 있겠지만 리그에서 가장 허약한 전력을 갖고 있는 팀인 아우구스부르크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팀에 대한 책임감은 부상을 무릎쓰고 팀에 복귀, 그리고 팀의 마지막인 플레이오프를 위해 부상중에도 몸을 만들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참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고, 6주간의 재활이고 사실상 시즌아웃이라면 일찌감치 한국에 들어와 마음편히 지낼 수 있을 텐데, 그는 다시한번 혹독한 재활에 들어갈 것입니다. 마지막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서죠. 이런 일이 쉽다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외국생활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그리고 매번 외국 선수들과 마주쳐야하는 구자철 선수라면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구자철 선수의 책임감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의 부상소식에 차라리 푹쉬고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했던 저의 생각이 짧았음을 알았습니다. 선수는 자신이 소속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 그가 뛸 자리가 있을 때 자신의 기량을 100%다하는 것이 가장 선수다운일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구자철 선수와 아우구스부르크 모두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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