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날카로웠던 37세 베컴의 68분

Posted by Soccerplus
2013. 4. 3. 08:37 축구이야기


지난 1월 말, 이적시장에서 많은 팀이 탐내던 37세의 선수가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클럽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죠. 수려한 외모만큼이나 화려한 킥능력을 자랑하는 데이빗 베컴이었습니다. 실력뿐 아니라 마케팅으로도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선수기에 세계적인 클럽들이 많은 관심을 보냈습니다. 75년생, 우리나라나이로 올해 39살이고 이제 한달뒤면 현지나이로도 38세를 맞이하는 노장중에 노장입니다. 

복수의 프리미어리그 구단에게 관심을 받았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닌 구단은 가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그의 연봉을 맞춰줄 수 있고, 챔스리그라는 무대가 있었기에 파리 생제르망을 선택했습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아구 실바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고 있는 팀이죠. 

베컴의 유럽무대 복귀는 그 자체로 많은 기삿거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베컴의 프리킥골은 언제쯤 다시 터질 것이며, 그가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과연 과거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챔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면 파리생제르망과 만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3년전, 밀란 소속으로 올드트래포드를 밟았던 베컴이 다시한번 올드트래포드 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는 장면을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파리는 8강에서 최대 난적 FC바르셀로나를 만났습니다. 상대가 엄청난 전력이었고 파리 생제르망의 안첼로티 감독은 홈에서 최대한 많은 골을 넣으며 누캄프 원정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을 것입니다. 경기 1시간전 발표된 라인업은 놀라웠습니다. 바로 데이빗 베컴이 선발 명단에 자리한 것이죠. 아직 몸이 제대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기에 베컴의 선발을 예상하긴 힘들었습니다만, 오늘 경기의 히든 카드가 바로 베컴이었습니다. 

베컴은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했습니다. 그의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오른발 킥은 여전했습니다. 코너킥, 프리킥 상황에서 베컴의 존재감은 무시무시했습니다. 그가 볼을 골문적으로 휘어넣을 때마다 바르셀로나에게 위협적이었습니다. 알렉스, 티아고 실바, 즐라탄등 공중무기를 장착했던 파리였기에 바르셀로나에게는 베컴의 크로스가 더욱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죠. 

비단 킥에서만 베컴의 기량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베컴은 오늘 경기에서 68분을 뛰었는데, 전반전에서는 팀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소화했습니다. 37세의 선수가 말이죠. 마치 맨유의 긱스가 중요경기에서 아껴둔 체력을 한번에 발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활동량으로 좋은 위치에서 패스를 받기 위해 노력했고, 상대에 대한 압박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전방압박을 매우 강하게 했기에 한번에 공격진으로 향하는 롱패스는 상당히 효율적이었습니다. 베컴은 오늘 경기에서 68분동안 8개의 롱패스를 날렸습니다. 그중 7개가 정확하게 발앞으로 떨어지면서 파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죠. 4개의 크로스중 2개의 크로스를 성공시켰습니다. 보통 크로스 기록은 3개중 1개만 성공하면 상당히 좋은 기록이라고 쳐주는데, 베컴의 크로스는 여전히 죽지 않았습니다. 

베컴은 전반전 파리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였습니다. 그가 공을 잡을 때 마다 기대감이 느껴졌고, 그의 패스센스와 킥능력은 37세의 나이에도 전성기를 방불케 했습니다.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공의 궤적은 바르셀로나의 수비가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날아왔습니다. 베컴의 킥을 의식했는지 즐라탄을 계속해서 바르셀로나의 수비진들이 대인마크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맨유시절 반 니스텔루이와 맞췄던 호흡을 다음 경기에서는 즐라탄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37세의 나이는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체력적인 부분에서 예전만큼의 기대치를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전반전에 가장 빛났던 베컴이었지만 후반 초중반이후 체력적인 문제를 보이며 후반 23분 교체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상대가 바르셀로나였고, 그런 팀을 상대로 37세의 선수가 보여준 활약상은 절대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너무나 화려한 킥능력을 갖고 있기에 그의 다른 부분이 저평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많습니다. 특히 활동량의 부분에서는 매경기 팀에서 세손가락에 드는 기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스피드가 떨어져 예전처럼 오른쪽 윙에서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겠지만, 많은 경험으로 중앙미드필더로 출전해 수준높은 패스를 보여주었던 베컴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는 살아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 선수가 바로 베컴입니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베컴의 프리킥폼을 모래바닥에서 따라하다가 발목을 접질린 기억도 있으실 것입니다. 저역시도 그랬고, 제가 가장 처음으로 샀던 마킹 유니폼도 베컴의 것이었습니다. 그런 베컴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니 너무나 기뻤습니다. 비록 이번 계약은 6개월짜리 단기 계약이지만, 베컴의 활약상이 긱스처럼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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