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전범기, 이동국은 산책세레모니로 답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4. 5. 09:00 축구이야기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을 생각하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는지요? 몇몇장면이 머릿속을 스쳐가는데, 그중 가장 기억나는 장면을 떠올리면 아마도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첫골을 넣은 뒤 아무런 동작도 하지 않은 채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산책했던 세레모니였습니다. 이 날 경기도 우리나라가 2:0으로 완승을 거뒀고, 한국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박지성 선수가 일본축구의 성지인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침몰시켰던 아주 통쾌한 기억이죠. 

당시 박지성 선수는 한국 선수들이 소개될 때 야유를 날리던 일본 팬들에게 무언의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며 경기후 소감을 남겼습니다. 월드컵 직전이었고, 이날 경기는 일본 대표팀의 출정식이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골을 기록하고 수만의 야유보다 훨씬 더 강한 산책 세레모니를 하면서 일본대표팀의 출정분위기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3년뒤, 이 기억이 다시한번 재연되었습니다. 바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예선경기에서 한국의 전북이 일본의 우라와 레즈와 경기를 하게 되었죠. 지금은 제가 스페인에 있는데, 한국 소식은 꼭꼭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주요 경기는 친구에게 풀경기를 받아봅니다. 이 경기는 어제가 아닌 이틀전에 열렸지만, 저는 하루 늦게 경기를 접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이 경기에서 우리의 이동국 선수가 박지성 선수의 산책세레모니를 보기좋게 재연해냈습니다. 너무나 통쾌한 장면이었죠. 

우라와 레즈의 서포터즈들은 매우 열정적이기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성남이 2007년 4강에서 우라와 레즈를 만났지만 아쉽게도 졌던 기억도 있는 팀입니다. 2차전서 120분의 혈전을 펼치고 아쉽게도 승부차기에서 패배했습니다. 당시 성남이 승부차기를 할 땐 골기퍼 뒤로 엄청난 깃발이 나부끼며 압박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본 팀이라 무조건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때로는 이 열정적인 응원단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수원이나 서울의 서포터즈들은 많은 수가 있습니다만 이렇게 무서울 정도의 응원은 아니니까요. 

이동국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출장하지 않았습니다. 팀이 0:1로 뒤진 후반전에 출장을 했습니다. 이동국이 출장하자마자 경기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전반전 4-1-4-1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던 전북은 우라와 레즈에게 경기의 주도권을 내주었고, 결국 후반 시작하자 마자 수비수 윌킨슨을 빼고 이동국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동국이 들어가자마자 이승기의 골을 어시스트하면서 1:1로 동점이 되었습니다. 경기의 양상이 완전히 뒤집어졌죠. 그리고 9분뒤 다시한번 한국 축구역사에 남을 장면이 나오게 됩니다. 이동국 선수가 에닝요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했고, 박지성 선수가 3년전 걸었던 그 코스 그 표정으로 다시한번 산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산책로라도 난양, 이동국 선수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우라와 레즈의 홈팬들을 지긋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에닝요의 중거리 쐐기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3:1로 끝났습니다. 

이동국 선수의 골장면에서 에닝요의 프리킥에 앞서 6년전처럼 맹렬하게 깃발을 흔들며 방해를 하던 우라와 레즈의 팬들은 일순간에 조용해졌습니다. 2만명이 넘게 들어왔던 경기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수십명의 전북팬들의 환호만이 이어졌습니다. 이동국 선수도 골을 넣으면서 순식간에 너무나 조용해져 깜짝놀랐다면서 후기를 말하기도 했죠. 

이날 경기에서 우라와 레즈 팬들은 전범기(욱일승천기)를 들고나와 다시한번 한국팬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매번 일본팀과의 경기때마자 붉어지는 욱일승천기에 대한 어떠한 제재가 이어지지 않는 것이 너무나 어이없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70명의 전북 서포터즈에게 물을 뿌리며 비매너의 극치를 보여주었죠. 어쩌면 아랍축구의 침대축구보다 더 개념없고 어이없는 짓인 욱일승천기 앞에서 가장 통쾌한 것은 역시나 실력으로 짓밟는 것 뿐입니다. 아무리 홀대를 받았어도 전북팬들은 뿌듯한 기분일 것이고, 자신들의 깃발을 흔들고 경기내내 소리를 질렀던 일본팬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은게 없습니다. 

일본과의 대결이면 뭐든지 이기고 싶고 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의 관심이 한곳에 집중되는 축구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이동국 선수의 산책 세레모니는 3년전의 박지성 선수의 통쾌함을 다시한번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만큼은 우리나라가 일본팀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K리그가 j리그보다 앞서있음을 보여주고, 수많은 비매너 팬들을 향해 날린 옅은 미소는 일본에게도 많은 충격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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