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는 '바르셀로나 그자체'였다 (바르셀로나vs파리SG 직관기)

Posted by Soccerplus
2013. 4. 11. 07:57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지난주에 펼쳐졌던 파리생제르망과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바르셀로나에게 무척이나 뼈아팠던 경기였습니다. 일단 경기가 끝나기 1분전 마튀디에게 동점골을 내어주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아쉬웠던 장면이었고, 그 전에 메시가 부상으로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이 두번째 가슴아픈 장면이었습니다. 경기는 2:2로 끝났고, 메시가 선발출장을 못하게 된 바르셀로나에게는 절대로 쉬운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메시는 지난주에 부상을 당한 뒤 일주일, 혹은 그 이상의 회복기간이 예정되었습니다. 당연히 지난 주중 리그경기에서는 결장했고, 이번 경기에서도 출장여부가 불투명했습니다. 선발출장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교체출장도 쉽지 않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또한 나왔습니다. 그리고 경기 1시간전 발표된 바르셀로나의 선발라인업에는 메시가 없었습니다. 메시는 교체 명단에 자리했죠. 

저는 바르셀로나, 누캄프에서 이 경기를 직관했습니다. 비록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이 경기에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었습니다. 9만6천명이 넘는 관중을 수용하는 바르셀로나에서 그것도 챔스 8강의 문턱에서 즐라탄과 베컴을 보유한 파리생제르망을 만나는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것은 저를 무척이나 설레게 했습니다. 

이 경기는 빅경기였습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까탈루냐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열기를 돋구었습니다. 간간히 파리생제르맹의 유니폼을 입은 몇몇팬들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이 팬들을 스페인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시작하기전, 입장하면서 파리의 팬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계속했습니다. 9만6천명을 수용하는 큰 구장이지만 상대팀에게 허용한 자리는 2000여석도 되지 않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팬들은 경기내내 파리를 응원하며 바로옆 바르셀로나의 팬들과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파리 생제르맹은 베컴을 벤치에 앉혔고, 그 자리에 마르코 베라티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내심 베컴을 보고 싶었던 저는 실망을 감출수가 없었죠. 베컴과 메시, 양 팀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선수들이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반전시작하자마자 사비의 프리킥이 굉장히 위협적으로 골네트의 옆망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전반전내내, 그리고 후반전초반까지도 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답지 못한 경기를 했습니다. 오히려 파리 생제르맹이 훨씬 더 좋은 경기를 보였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전반 패스성공률은 8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파리보다 4배이상의 패스횟수를 기록하면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이어갔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패스성공률도 좋지 못했고, 패스숫자도 좋지 못했습니다. 패스가 계속해서 끊기며 파리에게 역습찬스를 허용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안첼로티 감독이 내세운 작전은 골킥부터 상대편 수비수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제공권이 약한 바르셀로나는 골킥시 골키퍼가 수비수에게 패스를 주면서 빌드업을 시작하는데 이를 사전에 방지한 것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으시겠지만, 두명의 센터백과 호르디 알바를 골킥시에 모두 맨마킹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발데스는 멀리 골킥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티아고 실바와 알렉스에게 걸리기 일쑤였습니다. 

파리가 잘했던 것인지, 바르샤가 바르샤답지 못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히 경기는 파리가 우세했습니다. 전반전 라베찌가 1:1 찬스를 만들기도 했고, 알렉스와 루카스 모우라의 헤딩슛도 날카롭게 골대를 향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파브레가스와 다비드 비야가 경기에 보이지 않으며 이니에스타의 볼운반에만 기대를 걸어야 했습니다. 

메시의 공백이 느껴졌습니다. 메시가 볼을 몰고 다니면서 수비를 헤집고 다녀야 다른 공간에서 기회가 생기는데, 그런 공간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볼을 전방으로 운반할 선수가 이니에스타밖에 없게되면서 공격이 상당히 단조로워졌습니다. 양쪽풀백이 오늘 경기에서 부진했습니다. 모우라와 파스토레를 양쪽에 잘 배치하면서 알베스와 알바의 오버래핑을 최소화시켰죠. 파브레가스와 비야는 고립되었고, 그 곳으로 패스를 줄 때마다 패스가 차단되었습니다.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메시는 본인이 볼을 잡을 떄도 무섭지만, 수비수들에게는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인 선수입니다. 그를 막는 수비들은 최소한 두 세명이 에워싸야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시가 없으니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도 살지 않았습니다. 파리는 6명의 선수들을 수비적으로 내세우면서 상대에게 돌파를 쉽게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메시가 만들어내는 공간이 바르셀로나에게는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후반전 5분, 누캄프가 일시에 조용해졌습니다. 역습찬스에서 파스토레가 왼발로 침착하게 골을 기록한 것이었죠. 9만명이 넘는 홈팬들의 소리가 잠잠해지고, 경기장에는 2천여명의 파리팬들의 함성만 울려퍼졌습니다. 제 옆에 계시면서 계속해서 상대의 전술을 짚어내던 할아버지의 말도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바르샤팬들은 다시 함성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바로 메시가 몸을 풀기 시작한 것이죠. 골을 허용한 후에도 몇분간 파리의 공격이 계속되었고, 부상을 안고 있는 메시가 교체투입됩니다. 누캄프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양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메시가 경기장에 등장하자, 그가 볼을 잡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그에게 수비가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코너킥에서 헤딩슛을 노리던 티아구 실바가 코너킥 찬스에서도 공격으로 나가지 않고 그를 전담마크했습니다. 

메시가 볼을 몰고 다니면서 파리의 수비에 빈공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성공적인 드리블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메시의 컨디션이 정상처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메시가 피치위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메시는 메시였고, 수비진들은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죠. 수비진이 메시를 막기위해 라인을 내리면서 미드필더에까지 미치던 압박도 줄어들게 되었고, 바르셀로나 공격의 숨통이 트입니다. 

그리고 후반 26분, 메시는 우측면에서 중앙까지 볼을 몰고 가면서 파리의 수비진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습니다. 앞에는 세명의 수비가 있었고, 뒤에서 쇄도해오는 페드로에게 아무런 저항도 가지 못했습니다. 메시는 비야에게, 비야는 다시 페드로에게 패스를 주었고, 그의 슛이 골대를 뒤흔들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바르샤 선수들이 유일하게 저항없이 때린 슛이었고, 이는 골이 되면서 경기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1이 되면서 다시 바르셀로나가 우세한 위치를 선점하게 되었고, 이시간부터 바르셀로나는 안정감있는 경기운영을 하기 시작합니다. 과감하게 드리블돌파할 필요가 없어졌고, 파리 선수들은 조급해졌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경기 운영을 잘하는 팀입니다. 비야를 알렉스 송과 교체하며 수비숫자를 늘렸고, 파리는 우세한 공중장악력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1:1, 경기는 그렇게 끝났고, 바르셀로나는 6년연속 챔스리그 4강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느낀 메시라는 선수의 비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메시없는 바르셀로나도 강팀은 강팀이지만, 지금 세계최고의 위치에 있는 압도적인 강팀의 느낌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파리가 우세한 경기를 했죠. 하지만 메시가 등장하면서 경기의 분위기자체가 바뀌었습니다. 한 선수의 등장이 경기를 정말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10경기를 넘게 유럽축구 직관을 해왔지만 이런 존재감은 처음 느껴봅니다. 

세계 최고의 팀 바르셀로나에서도 메시가 어떤 선수인지를 똑똑히 알게해준 경기였습니다. 역시나 세계최고의 선수임이 분명합니다. 메시가 오늘 경기에서 출장하지 못했다면, 과연 오늘 경기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스포츠에서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분명히 결과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바르셀로나 누캄푸를 처음으로 직관하며 느낀 것은 '바르셀로나 그자체'였던 메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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