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박주호 골, '박구듀오' 또 하나의 역사를 쓰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2. 2. 07:3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유럽의 한 팀에서 두 명의 한국 선수가 함께 뛰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고 두 선수를 한 경기에서 함께 볼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다. 2010년 셀틱의 기성용-차두리를 시작으로 지난 시즌 아우구스부르크의 지동원과 구자철, 이번 시즌에는 선더랜드의 지동원과 기성용이 있었고, 또한 이적 시장 이후 현재는 마인츠의 구자철과 박주호, 아우구스부르크의 지동원과 홍정호, 레버쿠젠의 손흥민과 류승우가 있다. 

이 두 선수가 함께 출장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11명의 선수들가운데 2명을 우리나라 선수로 채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데스리가의 세 팀에 한국인 듀오가 자리하고 있지만, 두 선수가 모두 선발로 나온 경기는 한 경기도 없었다. 교체로라도 두 선수가 모두 출장한 경기는 마인츠 경기가 유일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선수가 모두 골을 넣는 경기는 얼마나 특별한 일이겠는가. 지금껏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는 2010년 기성용, 차두리의 기차 듀오가 셀틱에서 만들어낸 연속골이 유일했다. 물론 세간의 관심에서는 조금 벗어난 중소리그이기에 그 폭발력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오늘 새벽 소위 말해 '빅리그'에서 우리나라의 두 선수가 골을 기록했다. 마인츠의 구자철-박주호의 연속골이 터졌다. 분데스리가 19라운드 경기에서 두 선수가 한 골씩 기록하며 마인츠가 프라이부르크를 2:0으로 눌렀다. 말그대로 코리안 데이였다. 두 선수가 넣은 골이 두 팀이 기록한 유일한 골이었다. 또한 두 선수에게도 특별한 골이었다. 박주호에게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로 입성한 뒤 처음으로 기록한 데뷔골이었고, 구자철도 마인츠로 이적하면서 두 경기만에 첫 골을 기록했다. 두 선수가 모두 데뷔골을 넣는 진기록을 세웠다.  

사실 마인츠 경기는 국내팬들의 관심에서 가장 먼 경기이기도 했다. 지난 경기에서 지동원이 골을 넣으면서 아우구스부르크 경기가 관심을 모았고 특급 공격수 손흥민이 뛰는 레버쿠젠의 경기도 마인츠의 경기보다 더 관심을 끌었다. 결국 두 경기에 밀려 국내에 생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박은 마인츠 경기에서 나왔다. 박주호는 선발 출장했지만 골을 기대하기는 힘든 포지션이었고 구자철은선발에서 제외되면서 교체출장을 기대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투헬 감독의 특징은 바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한다는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박주호는 그의 주포지션인 왼쪽 풀백이 아니라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출장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좌측면을 오고가면서 활발히 플레이했다. 투헬 감독은 선수의 포지션을 파괴시켰지만 팀의 밸런스를 무너뜨리지는 않았다. 박주호는 혼자서 50개 이상의 패스를 소화하면서 팀의 엔진역할을 했다. 수비시에는 수비의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 공격시에는 빌드업의 고리역할을 잘 했다. 

지난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주의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박주호였지만 아직까지 데뷔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중거리슛을 꽂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번 시즌 모든 경기를 출장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입지를 말해주는 듯 하다. 마수걸이골까지 기록을 했으니 앞으로 더 많은 전술적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해외에서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대표팀에서는 중용받지 못했는데, 최근의 활약으로 아직 월드컵 좌측 풀백 주전 경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어쩌면 올시즌 해외파 가운데 가장 꾸준한 선수는 박주호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다. 

투헬 감독의 열렬한 지지속에 영입된 구자철 역시도 데뷔골을 터뜨렸다. 선발 출장이 예상되었지만 아직 몸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라는 판단하에 후반 13분만에 교체투입되었다. 아직 완벽하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구자철은 한층 좋아진 몸놀림으로 상대방 진영을 휘저었다. 수비 가담을 통해 인터셉트와 클리어링을 도왔다. 그의 진가가 나왔던 장면은 역시나 골장면이었다. 클라우스에게 패스를 받은 그는 앞에 있던 수비수를 제친뒤 왼발로 반대편 모서리를 노렸다. 양발을 모두 자유자제로 사용하는 구자철의 슛은 정확하게 반대편 모서리에 꽂혔다. 

마인츠는 클럽 레코드를 경신하며 그를 영입했다. 투헬 감독의 구자철에 대한 애정은 유독 각별했다. 구자철이 안되면 안된다라고 못박았고, 결국 아우구스부르크의 구애를 거절하고 투헬 감독에게 갔다. 구자철은 그리고 두 번의 경기만에 골을 넣었다. 그의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의 폼이 올라왔음이 확인되었고, 다음 경기부터는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가 끝나고 투헬 감독이 구자철과 포옹을 하는 장면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느껴졌다. 

빅리그에서 또하나의 역사가 쓰여졌다. 한국인 두 선수가 팀의 핵심 전력을 맡게 되었다. 팀내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는 오카자키까지 합친다면 11명의 주전 선수들 가운데 3명이 아시아 선수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구자철과 박주호는 홍명보호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시너지효과가 후반기 두번째 경기만에 불을 뿜고 있다. 박주호는 후반기 1골 1어시스트, 구자철은 두경기만에 데뷔골로 존재 가치를 알렸다. 박-구 듀오의 활약은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다. 이들의 활약이 리그 끝까지, 그리고 월드컵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