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가와 이적, 팀엔 최고-선수엔 최악이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 8. 09:00 축구이야기

지난 여름, 동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이적이 이뤄졌습니다. 바로 일본 국가대표이자 도르트문트의 에이스였던 카가와 신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던 것이었죠. 박지성 선수가 당시에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이적하기 전이었고, 이는 우리나라 팬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카가와에게 밀려 주전자리를 내어주는 박지성 선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싫었고, 그에 우쭐하는 일본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더더욱 싫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카가와 이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우리나라에게는 어떤 한 클럽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팀입니다. 우리나라에게 본격적으로 EPL을 안방에 전달해준 클럽이며, 우리나라 선수가 호날두, 루니와 같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와 호흡을 맞추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은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세계축구를 조금 더 우리에게 가까이 가져다 준 계기였습니다. 챔스 결승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두차례나 선발출장했다는 것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없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다른 아시아 선수도 아닌, 일본의 카가와 신지가 입단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매우 겹치는 타이밍에 박지성 선수는 리그 하위권팀인 퀸즈파크 레인저스로 이적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영웅이었던 박지성 선수가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느낌을 주었다면 카가와 신지는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하면서 새로운 맨유의 주인공이 되려는 듯 싶었습니다. 

반시즌, 카가와의 성적표는 최악

하지만 반시즌이 지난 지금 카가와의 성적표는 최악입니다. 일단 독일에서도 말썽이었던 부상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11경기 출장해 2골 3도움,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지만 그는 최근 2달간을 부상으로 뛰지 못했습니다. 그의 영입을 대비해 구상했던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은 시즌 초반이후 다시 꺼내지 않는 카드가 되었고, 반 페르시와 루니의 조화가 생각보다 잘 맞아떨어지는 탓에 앞으로도 선발기회가 자주 주어지지 않을 듯 보입니다.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카가와의 문제점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카가와 신지는 부상에서 복귀해 3경기를 뛰었고, 지난 웨스트햄전에는 시즌 두번째로 풀타임경기를 소화했습니다. 경기를 치루면 치룰수록 그의 단점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 문제는 그에게 이상적인 롤을 제공했던 도르트문트와 환경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단 공격형미드필더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사용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루니가 언제나 퍼스트 옵션입니다. 거기에 레반도프스키라는 걸출한 타겟맨이 중앙에 있으면서 그에 대한 견제를 어느정도 분산시켰던 도르트문트시절과는 달리 맨유의 공격수들은 사이드로 빠지는 움직임이 잦습니다. 자연스레 걸출한 수비수들이 그의 앞을 막아서게 되는 것이죠. 백패스만 쏟아내는 그의 플레이의 원인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거기에 체구가 작고 몸싸움이 작은 카가와가 EPL에서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떡대가 좋고 강한 피지컬을 보유한 EPL의 수비수는 그를 테크닉이 아닌 몸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어쩌다 한두차례 선수들을 벗겨내거나 공간이 생겼을 때 좋은 패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기회를 백패스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맨유의 장점은 공격수들의 패스웍이 끊기질 않고 유기적이라는 것인데, 그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공격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루니와 반페르시는 애초부터 넘을 수 없는 산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다른 포지션에서 가능한 모습을 보여야하지만 그의 윙플레이는 낙제에 가깝습니다. 기교있는 크로스보다는 공간에 떨궈주는 패스에 강점이 있는 그가 윙어 포지션과 잘 어울리긴 힘들죠. 거기에 공격수 치차리토가 나오는 경기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경기에 선발 출장했고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가 단 2차례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두번째 선발출장이었던 최근 경기는 FA컵 경기로 로테이션멤버들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의미가 더 컸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교체전술은 우리나라팬들에게는 익숙합니다. 조용하거나, 경기에 적응을 못하는 선수는 가차없이 교체를 해버립니다. 분데스리가의 MVP급이었던 카가와가 EPL에와서는 힘도 못쓰고 있습니다. 도르트문트의 시절이 그리울 것이고, 어서빨리 그곳에서의 활약을 다시 보여주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보이며, 많은 팬들은 그를 벌써부터 외면하고 있습니다. 

거액의 이적료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웃는까닭

200억이 넘는 이적료를 지불하고 이러한 선수를 데려왔지만 맨유는 싱글벙글입니다. 퍼거슨감독도 시즌 반이 지날동안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카가와에 대한 코멘트를 할때가 되었습니다만 묵묵부답입니다. 바로 카가와가 보내준 금전적인 이득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카가와가 맨유에 입단한 뒤, 맨유가 벌어들인 금액이 약 3000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3000억, 한 시즌의 이적료 예산을 뛰어넘는 정말 엄청난 금액입니다. 신생은행 카드, 후지 TV, 도시바 메디컬, 키린 맥주, JTB여행사, 샤프, 맨유 일본 투어, 카고메사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맨유 스폰에 뛰어들고 있으며, 일본에서 카가와 신지의 맨유 셔츠의 판매량은 최소 30만장입니다. 30만장이 어느정도냐면, 티셔츠로만 500억원을 번다는 것입니다. 어느정도인지 감이 오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같은 스폰이 한시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연단위로 제공되는 것입니다. 1년에 3000억을 벌어다주는 선수는 전세계에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며 맨유에서는 단연 최고의 수입원입니다. 팀은 그가 없이도 잘 나가고 있고, 팀의 성적과 카가와의 활약은 무관하지만 카가와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꾸준합니다. 

맨유는 이를 가지고 또 새로운 선수의 영입에 나설 수 있습니다. 거기에 구단주의 장기적인 부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 여기저기서 들리는 호날두의 재영입설이 예전같으면 헛소리로 들렸겠지만, 카가와가 가져다주는 수입을 생각하면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카가와는 그가 벌어들인 돈으로 새로운 경쟁자를 만나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카가와가 팀에 적응하며 도르트문트시절의 포스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팀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감사할 일이 되겠죠. 성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하지만 당분간 그러기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당분간 그를 방출할 일은 없어보입니다. 팀을 위해 가장 좋은 선수는 어쩌면 카가와일수도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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